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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아침에 시한술 - 빨래

시가조아 조회수 : 1,519
작성일 : 2016-07-30 07:02:35


빨래 /이해인
 
오늘도
빨래를 한다


옷에 묻은
나의 체온을

쩔었던 시간들을
흔들어 빤다


비누거품 속으로
말없이 사라지는
나의 어제여


물이 되어 일어서는
희디힌 설레임이여


다시 세례받고
햇빛 속에 널리고 싶은
나의 혼을
꼭 짜서 헹구어 넌다





빨래를 하십시오中 /이해인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맑은 날이
소리내며 튕겨울리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답니다


누구를 용서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비누가 부서지며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마음은 문득 넓어지고
그래서 행복할 거예요




정말 미안해 /이해인
 
한 장의 손수건을 접어 주머니에 넣듯이
습관의 노예로 살아버린
나의 시간들이여, 미안하다
비오는 날 창문을 닫듯이
그저 별생각 없이 무심히 지나쳐버린
나의 시간들이여, 정말 미안하다
주인을 잘못 만나 불쌍했던 네게
고개 숙여 사과할게





길 위에서 /이해인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길이 된다


내게 잠시
환한 불 밝혀주는
사랑의 말들도
다른 이를 통해
내 안에 들어와
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


일을 하다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과 고민
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살아갈수록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나 자신에 대해 무력함도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오늘도 몇 번이고
고개 끄덕이면서
빛을 그리워하는 나


어두울수록
눈물날수록
나는 더
걸음을 빨리 한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승호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하물며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상처 투성이인 채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그러나 상처 많은 꽃잎이 더 향기로운 것처럼
상처 많은 영혼이 더 깊고 그윽한
향기를 내뿜습니다




비 개인 여름 아침 /김광섭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詩)를 쓴다





무엇이 성공인가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學費封套)를 받어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幄手).





정호승 수필집中
 
한 마디 말은 침묵보다 가치 있어야 한다.
먼저 자기 자신을 용서하라.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
오늘이 지나면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가족을 대하라.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면 매일 죽으나 두려워하지 않으면 단 한번밖에 죽지 않는다.
마지막이라고 느꼈을 때 30분만 더 버텨라.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쓰러뜨린다.
예수에게조차 유다라는 배반자가 있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라.
천년을 함께 있어도 한 번은 이별해야 한다



강물 /정호승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물이다
사람의 용서도 용서함도 구하지 말고
청춘도 청춘의 돌무덤도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길이다
흐느끼는 푸른 댓잎 하나
날카로운 붉은 난초잎 하나
강의 중심을 향해 흘러가면 그뿐
그동안 강물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강물이 아니었다 절망이었다
그동안 나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강물이 아니었다 희망이었다



삶은 어디에나 있다 /티아우바의 노래

너희가 사는 삶을 특별하다고 생각치 마라
그 특별나다고 생각하는 순간 네 마음에 온갖 간섭이 조여 오리라
 
행여나 이튿날 새벽에 해가 뜨지 않는다고 염려치마라
그 해도 잠시 쉬일 때가 있으니까
 
구름인들 멈추고 싶지 않겠는냐 그도 저너머에 누가 있는지 모른다
세상에 아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안다는 생각만 있음이지
삶이란 그물이다 촘촘히 짜여질수록 세상을 놓여난다
 
잘 생각해봐라
그 생각이 삶을 낳는다
생각 끊어진자리 거기에 진정한 삶이 있다
 
삶이 고달픔은 생각이 많아서지 고달픈 삶이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몸이란 쓸모있게 쓰면 쓸모있는 몸그릇일 뿐 몸이 네가 아니다
 
쓰는 대로 생각도 담아지니 네 몸이 지극함을 알아야
그 삶이 풍요를 낳으리라
 
몸의 소리에 귀를 귀울여 봐라
그 몸소리가 너를 알아보거든 그때 너의 진정한 삶은 시작된다
 
삶은 어디에나 있다 부지기수로
삶은 온천지다
네 삶을 특별나다고 생각지 마라
 
특별하다고 마음먹는 순간 그대의 삶은 어지러우리


IP : 160.13.xxx.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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