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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아침에 시한술 - 유혹에서

시가조아 조회수 : 1,405
작성일 : 2016-07-25 05:57:15


유혹에서 지켜주소서 /이해인
 
저의 매일은 자질구레한 유혹에서의
탈출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성을 내고 싶은 유혹에서
변명하고 싶은 유혹에서
부탁을 거절하고 싶은 유혹에서
말을 해야 할 때 말하기 싫은 유혹에서
저를 지켜주소서
 




한여름 아침 /이해인
 
비온 뒤의 햇살에 간밤의 눅눅한 꿈을
젖은 어둠을 말린다
바람에 실려오는 치자꽃 향기
오늘도 내가 꽃처럼 자신을 얻어서
향기로운 하루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열매를 위하여 자신을 포기하는
꽃의 겸손 앞에 내가 새삼 부끄러워
창가에 선 한여름 아침




행복에게 /이해인
 
어디엘 가면
그대를 만날까요

누구를 만나면
그대를 보여줄까요

내내 궁리하다
제가 찾기로 했습니다

하루하루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일

저무는 시간 속에
마음을 고요히 하고

갯벌에 숨어 있는
조개를 찾듯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대를 찾기로 했습니다

내가 발견해야만
빛나는 옷 차려입고

사뿐 날아올
나의 그대

내가 길들여야만
낯설지 않은 보석이 될
나의 그대를



행복 / 이해인
 
매일은 나의 숲속

나는 이 숲속에서

때로는 상큼한 산딸기같은

기쁨의 열매들을 따먹고

때로는 찔레의 가시같은

아픔과 슬픔도 따먹으면서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배운다




밥1 /신휘

산다는 건
삼시세끼 밥 꼬박 챙겨 먹는 일

혹은
미처 다 먹지 못한 그 밥
뚜껑 덮어 잘 넣어두는 일

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
그것 다시 꺼내어 떠먹여 주는 일





사람이 사람에게 /이채님

꽃이 꽃에게 다치는 일이 없고
풀이 풀에게 다치는 일이 없고
나무가 나무에게 다치는 일이 없듯이
사람이 사람에게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꽃의 얼굴이 다르다 해서
잘난 체 아니하듯
나무의 자리가 다르다 해서
다투지 아니하듯

삶이 다르니 생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행동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니 사람이 다른 것을
그저 다른 뿐 결코 틀린 것은 아닐 테지

사람이 꽃을 꺾으면 꽃내음이 나고
사람이 풀을 뜯으면 풀내음이 나고
사람이 나무를 베면 나무내음이 나는데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사람내음이 날까




모든 것은 하나부터 시작합니다 /틱낫한

한 곡의 노래가 순간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습니다.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고,
한 번의 웃음이 우울함을 날려 보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희망이 당신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한 번의 손길이 당신의 마음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한 개의 별이 바다에서 배를 인도 할 수 있고,
한 번의 악수가 영혼에 기운을 줄 수 있습니다.
한 송이 꽂이 꿈을 일깨울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가슴이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 수 있고,
한 사람의 삶이 세상에 차이를 가져다 줍니다.
한 걸음이 모든 여행의 시작이고,
한 단어가 모든 기도의 시작입니다.

틱낫한의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中





사랑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은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장미의 날 /양애경

장미의 기분을 알 것 같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가지 위에
솜털 같은 가시들을 세우고
기껏 장갑 위 손목을 긁거나
양말에 보푸라기를 일으키거나 하면서
난 내 자신쯤은 충분히 보호할 수 있어요
라고 도도하게 말하는
장미의 기분
오늘 나는 하루 종일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밤에는
가위에 잘려 무더기로 쓰러지는 장미꽃들과 함께
축축한 바닥에 넘어졌다





외로움을 진지하게 맞아들이세요 /이해인
 
외로움을 맛볼 때 멀리 도망치기보다는 오히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낯선 손님이 아닌 정다운 친구로 외로움을
진지하게 맞아들이고 길들여가는 것이지요

새 옷, 새 구두, 새 만년필도 편안한 내 것을 만들기 위해선
한참을 길들여야 하듯이 처음엔 낯설었던 외로움도
나와 친숙해지면 더 이상 외로움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자신의 외로움을 누군가에게 선전하고 싶을 때
외로움을 잊으려고 쾌락에 탐닉하고 싶을 때.

바로 그 시간에 오히려 외로움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모습과 삶을 조용히 돌아볼 수 있는
슬기를 지녀야겠습니다

외로움에 매여 사는 노예가 되지 않고
외로움을 다스리는 자유를 누릴 때 우리는
깊은 명상과 사색, 기쁨과 여유를 찾게 될 것입니다




여백이 있는 날 /이해인
 

휴식과 사색이 마련될 수 있는 날
평소에 무심히 지나쳤던
자연과 사물과 사람을
제대로 유심히 바라보며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여백이 있는 날





보호색 /이해인
 
배춧잎 속에 숨은
연두색 벌레처럼
우리는 저마다
보호색 만들기에
능한지도 몰라

다른 이를 위해 만들어가는
사랑의 보호색은
아름답고 따뜻해 보이지만
자기만의 유익을 위한
이기적인 보호색은
차디차고 징그러워
정이 가질 않네

이기심을 적당히 숨긴
사랑의 모습으로
그럴듯한 보호색을
만들어갈 때마다
나는 내가 싫고 흉해
얼굴을 돌린다




홀로 있는 시간 /이해인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처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 헤아려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 일
안 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고독 속에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하루가 끝나고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하루가 끝나고 어둠이
밤의 날개에서 내린다
독수리가 날다 흘린
깃털 하나 천천히 떨어지듯

마을의 불빛 비와 안개 속에
빛나는 걸 보노라니
알 수 없는 서글픔 휩싸여와
내 영혼 그것을 감당할 수 없구나

서글픔과 그리움의 느낌
아픔이라고는 할 수 없고
안개와 비가 비슷하듯
그냥 슬픔과 비슷한 어떤 것

이리 와 내게 시를 읽어 주오
이 산란한 심정 달래고
낮의 온갖 상념 몰아내 줄
소박하고 감동적인 시를

옛 거장들의 시는 그만 두오
장엄한 시인들의 시도 그만 두오
그네의 아득한 걸음 소리 아직
시간의 통로에서 메아리치오
 
저들의 거창한 생각 듣노라면
마치 군대의 행진곡처럼
싸우고 또 싸우라는 것만 같소

허나 오늘밤 나는 휴식이 그립소
소박한 시인의 시를 읽어 주오

여름 구름에서 소나기 쏟아지듯
아니면 두 눈에 눈물이 고이듯
가슴에서 우러나온 노래를

힘 들고 긴 낮을, 평안 없는
밤들을 보냈으면서도
영혼 속에서 아름다운 가락의
 음악을 들었던 시인의 노래를

그런 노래가 쉼 없는 근심의
맥박을 가라앉힐 수 있소
그리고 기도 다음에 오는
축복의 말처럼 들린다오

그러니 그 소중한 시집에서
당신이 고른 시를 읽어 주오
그리고 시인의 운율에 맞춰
당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오

그러면 밤은 음악으로 가득 차고
온 낮을 괴롭혔던 근심은
아랍인들이 천막을 거두고 떠나듯
조용히 조용히 떠나가리다



IP : 126.152.xxx.3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시가조아
    '16.7.25 6:02 AM (126.152.xxx.33) - 삭제된댓글

    향기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

    사고많고 심란했던 지난날은 빗물 속에 다 쓸어내려 버리고
    다시 새출발하는 오늘 아침

    커피향 음미하며 마음의 창을 살짝 열어젖혀 보는 여유..
    어떠신지요

  • 2. 지나간 시
    '16.7.25 6:07 AM (126.152.xxx.33)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147011

    내려갈 때 보았네 그 꽃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149072

    여행은 혼자 떠나라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151214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155181

  • 3. 오오
    '16.7.25 6:41 AM (211.36.xxx.110)

    시 넘 좋아요. 일어나자마자 봤는데 기분이 좋아져요

  • 4. 아침
    '16.7.25 6:57 AM (58.141.xxx.22)

    감사합니다 !!
    무거운마음을 한결 가볍게
    좋은 아침으로 시작하게 해주시네요 ~

  • 5. 1234
    '16.7.25 7:08 AM (175.120.xxx.113)

    감사합니다

  • 6. 마음이
    '16.7.25 8:07 AM (58.148.xxx.66)

    힐링되는시들..감사합니다.
    예전엔 이해인님의 시가 이렇게 좋은줄 몰랐었어요..^^

  • 7. pianochoi
    '16.7.25 2:35 PM (1.235.xxx.245)

    자주 올려주세네요
    잘 읽고 힐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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