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회사에서 퇴근하고(좀 일찍 끝나요) 방학을 맞은 아이가 좋아하는 스테프 핫도그를 사가야겠다는 기분에 신났어요.
마침 제가 다니는 골목길 안쪽에 매장이 있더라고요.
매장에 들어가서 한참 아이랑 뭘로 사갈까 하고 전화했죠. 점원이 주문받으려고 하는데도 통화끝나고 주문하겠다고 기다려 달라고 하고요.
주문하려는데 조금 낯선 거예요. 아이가 부탁한게 없고 뭐가뭐가 좀 많아요.
스테프 핫도그 세트 사가려는데 햄종류랑 기타 등등만 많아요. 매장도 무척 작고요.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기다리는 아이 생각만 하면서 주문했어요.
메뉴도 좀 이상해요. 일단 클래식으로 달라고 했어요. 소세지는 없고 햄류만 있어요.
내가 너무 오랜만에 와서 낯선가?하고 클래식으로 주문하고는 펼쳐진 채소들은 다 기본으로 넣어달라고 했어요.(여기서 그냥 넘겨버림 1)
점원이 살짝 불친절하더군요.(여기서 그냥 넘겨버림2)
세트를 사고팠는데 세트류가 안보여요. 매장도 무척 작고요.
그냥 단품으로 계산하는데 주시면서 핫도그 나왔습니다. 안그러고 샌드위치 나왔습니다. 이러는 거예요.(여기서 그냥 넘겨버림 3)
버스 타고 환승하는 곳에서 곰곰히 생각했어요. 뭐가 이상하긴 해.. 뭐였지?? 하면서 곰곰히 들여다보니..ㅠ.ㅠ
서브웨이...ㅠ.ㅠ
나 영어 읽을 줄 아는데..ㅠ.ㅠ 뒤늦게 떠올려보니 문에 크게 씌인 SUBWAY가 떠올랐어요.
SUBWAY 글을 보고 들어가서도 눈으론 서브웨이라 읽고 제 뇌에선 여긴 스테프 핫도그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단지.. 뭐가 좀 낯서네.. 하고 말았어요.ㅠ.ㅠ
나 서브웨이에서 뭐 파는지도 아는데..ㅠ.ㅠ
나 아직 젊어서 치매도 아닌데..ㅠ.ㅠ
왜!!왜!! 왜!!!! 서브웨이(샌드위치 전문점) 가서 스테프 핫도그 달라고 하냐고~~~
그러니 점원이 불친절했지!!! 그러니 주인아줌마가 주면서 "샌드위치 나왔습니다"라고 강조를 했지...
귀신에 홀리다가 벗어난 듯.. 마법에서 깨어난 듯.. 환승한 버스 안에서 갑자기 창피함이 물밀듯 밀려오는 거예요.
82쿡에서 곰국 끓여서 개수구에 버리는 글을 보면서도 난 이정도는 아닌데 재밌네. 했었고..
냉장고 문짝 잡고 뭘 꺼내려고 했더라 하는 말 들으면서도 난 이정도는 아닌데 했는데..
오늘 제가 82쿡에 새로운 역사를 씁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