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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아침에 시한술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시가조아 조회수 : 2,812
작성일 : 2016-07-17 07:46:58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결혼에 대하여 / 칼릴 지브란(번역:류시화)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꽃지는 저녁 /정호승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연가(戀歌) /이근배


  바다를 아는 이에게
  바다를 주고
  산을 아는 이에게
  산을 모두 주는
  사랑의 끝 끝에 서서
  나를 마저 주고 싶다
 
  나무면 나무
  풀이면 풀
  돌이면 돌
  내 마음 가 닿으면
  괜한 슬픔이 일어
  어느 새 나를 비우고
  그것들과 살고 있다





감 /허영자


  이 맑은 가을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삶 /고은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흐득 지는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없더라도
  물이 왔다가 가는
  저 오랜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엇을 안다고 하겠는가
  다만 잎새가 지고 물이 왔다가 갈 따름이다





인생찬미가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서글픈 목소리로 내게 말하지 마라
인생은 한낱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잠든 영혼은 잠시 졸고 있을 뿐
사물은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아닌 것을
 
인생은 현실. 그리고 솔직한 것
무덤이 목표가 아니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로
네 영혼을 위로하지 마라
 
향락도 비애도 우리의 숙명이 아니다
자고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내일들
거기에서 오늘보다 나은 모습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목적 가야할 길이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화살처럼 빠르다
심장은 강하고 용감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둔탁한 북소리로
장송곡을 연주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광활한 전쟁터
험하게 뒹구는 야영지에서
말없이 내쫓긴 짐승이 되지 말고
전쟁터의 영웅이 되어보기를
 
미래는 믿지 마라 아무리 즐거워도.
죽은 과거 따위 죽은 대로 묻어 버려라.

그저 움직여라
내가 살아 있는, 그리고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움직여라 행동해라

마음 속엔 용기
머리 위에 神
 
위인들이 우리에게 준 것이 있다면
우리도 기품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
우리도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시간이라는 모래밭 위에.

먼훗날 인생의 장엄한 바다에서 난파당한 형제가
너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노를 저으리니

그러므로 몸을 움직여 보자
우리가 어떤 운명에 묶이든
간절히 바라고 이루고 또 바라고 이루면서
행동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자

(번역수정:옮겨적은이)





화살과 노래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나는 화살 하나를 공중으로 쏘았다

화살은 어딘지 모를 땅에 떨어졌다

얼마나 빨리 날아갔는지
 날아간 곳을 눈으로 쫓아가지 못했다



난 공중을 향해 노래 한곡을 불렀다
노래는 어딘지 모를 땅에 떨어졌다
노래가 날아간 곳을 쫓아갈 수 있는
 강하고 날쌘 눈을 그 누가 가졌으리



아주 긴 세월이 흐른 후
참나무에서 나는 그 화살을 찾아냈다
여전히 부러지지 않고 박혀 있는 화살을
그리고 날아간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친구의 마음 속에서 찾았다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거외다




편지 /윤동주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IP : 126.245.xxx.6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항상
    '16.7.17 7:49 AM (58.148.xxx.66)

    잘보고 있어요.
    잔잔한 감동 감사합니다~^^

  • 2. 감사해요
    '16.7.17 7:51 AM (14.40.xxx.74)

    가족들 모두 휴일의 늦잠을 즐기고 있어서
    님이 올려주신 아름다운 시들을 커피한잔과 함께 혼자 즐겼습니다
    함께 있을때 거리를 두라~, 지금 저를 두고 하는 말 같네요 ㅎㅎ

  • 3. ㅇㅇ
    '16.7.17 7:52 AM (121.168.xxx.41)

    잘 읽었습니다.
    전 처음 보는데 자주 올리시나 보군요.
    찾아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4. 아침에 시한술 하세요 ^-^
    '16.7.17 7:55 AM (126.245.xxx.6)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147011

    내려갈 때 보았네 그 꽃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149072

    여행은 혼자 떠나라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151214

  • 5. 올려주신
    '16.7.17 8:01 AM (58.148.xxx.66)

    제번째링크 시중에서 이해인 1%의행복 너무좋더라구요.
    그시보고 살면서 소소한 1%의 행복으로 만족하고 살려는 노력하고있어요.
    친구들과도 공유했는데 다들 공감하는 아주 좋은시였어요.요즘같이 더운날에는 아이스커피가 항상 1%의 행복이 되어주네요~^^

  • 6. ㅇㅇ
    '16.7.17 8:07 AM (121.168.xxx.41)

    링크 감사해요
    통장에 저축을 많이 해놓은 기분이에요

    시를 돈에 비유해서 좀 그렇네요^^

  • 7. ^-^
    '16.7.17 8:08 AM (126.245.xxx.6)

    저도 참 좋더라구요
    1퍼센트만 있으면 행복해지기로 했어요 ^-^




    1% 의 행복 / 이해인

    사람들이 자꾸 묻습니다 .
    행복하냐고
    낯선 모습으로 낯선 곳에서
    사는 제가 자꾸 걱정이 되나 봅니다 .

    저울에 행복을 달면
    불행과 행복이 반반이면 저울이
    움직이지 않지만
    불행 49% 행복 51% 면
    저울이 행복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

    행복의 조건엔
    이처럼 많은 것이 필요없습니다 .
    우리 삶에서 단 1% 만 더 가지면
    행복한 겁니다 .
    어느 상품명처럼 2% 가 부족하면
    그건 엄청난 기울기입니다 .
    아마 ...
    그 이름을 지은 사람은
    인생에 있어서 2% 라는 수치가 얼마나
    큰지를 아는 모양입니다 .

    1% 가 빠져나가
    불행하다 느낄 때가 있습니다 .
    더 많은 수치가 기울기전에
    약간의 좋은 것으로 얼른 채워넣어
    다시 행복의 무게를 무겁게 해 놓곤 합니다 .

    약간의 좋은 것 1%
    우리 삶에서 아무 것도 아닌
    아주 소소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

    기도 할 때의 평화로움
    따뜻한 아랫목
    친구의 편지
    감미로운 음악
    숲과 하늘과 안개와 별
    그리고 잔잔한 그리움까지

    팽팽한 무게 싸움에서는 아주
    미미한 무게라도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입니다 .

    단 1% 가
    우리를 행복하게 또 불행하게 합니다 .

    나는 오늘
    그 1% 를 행복의 저울 쪽에 올려 놓았습니다 .

    그래서 행복하냐는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

    행복하다고

  • 8. MandY
    '16.7.17 8:09 AM (121.166.xxx.103)

    1%의 행복나눔 감사합니다^^

  • 9. 오랜만에 읽는
    '16.7.17 9:05 AM (39.118.xxx.24)

    시... 참 좋네요^^

  • 10.
    '16.7.17 9:59 AM (116.39.xxx.29) - 삭제된댓글

    감사합니다.
    근데 제목에 쓰신 "시 한술"은 "시 한 수"의 오타인가요? 아님 제가 모르는 다른 의미가 있는건가요?

  • 11. phua
    '16.7.17 10:16 AM (175.117.xxx.62)

    오늘도....
    배꼽인사로 감사를^^
    꾸~~~~~~~~~~~~~벅^^

  • 12. . .
    '16.7.17 10:19 AM (59.12.xxx.242)

    아침에 시! 좋군요. 감사합니다!

  • 13. 감사합니다.
    '16.7.17 11:07 AM (118.91.xxx.161)

    인사 해야만 할 것 같아서
    일부러 로그인 했어요.

  • 14. Qqq
    '16.7.17 2:02 PM (1.235.xxx.245)

    시가 조아님. 감사해요
    좋은시 공짜로 잘 감상하고 있어요

  • 15. 마리엘
    '16.7.17 2:53 PM (125.179.xxx.119)

    좋은 시 저장합니다

  • 16. 늘님
    '16.7.17 3:14 PM (126.253.xxx.100)

    혼란을 드려서 죄송해요 ^-^

    아침에 시 한 술 뜨고 가세요

    라는 뜻으로 쓴 거예요. 제가 만든 표현 ^^

    시한술 은 원래 띄어쓰기를 해야 하는데
    검색하기 편하라고 붙여쓰기 했어요. 죄송

  • 17. 그린tea
    '16.7.17 4:44 PM (110.46.xxx.63)

    좋은시 선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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