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흐뭇하고 기억에 남는 댓글
카페나 사이트에 글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조회 수와 자신의 글에 찬동하는 댓글 수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누군들 자신이 쓴 글을 많은 사람이 읽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글에 공감하는 댓글을 싫어 할 사람은 없겠으나, 군중심리에 이끌려 글은 대충대충 건너 뛰어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고 앞 사람이 단 댓글에 숫자나 그림을 덧붙여 치장하여 동감을 표시하는 댓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단 한 사람이 읽더라도 글을 꼭꼭 씹어 읽고, 비록 자신의 글에 반론을 펴더라도 진지하고 합리적인 반론을 펴는 댓글이 글을 쓴 사람으로서는 가장 보람을 느낀다.
나는 항상 송곳으로 찌르거나 면도날로 째는 것과 같이 날카로운 표현의 글을 많이 쓰니 댓글 또한 날카로운 댓글이 많다.
1. 조금은 맥 빠지는 댓글
ㅋㅋ, ㅎㅎ, 222, 333 등
비록 본 글을 긍정하는 댓글이지만 별로 눈길이 가지 않는다.
2. 지루하게 느껴지는 댓글
본 글에 찬동하기는 하나 자신의 주장이나 아이디어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 글 쓴 사람을 가르치고 훈계하려 드는 댓글
그런 글은 남의 글에 댓글로 달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독립된 글로 게시하는 것이 좋을 듯함
3. 아주 짜증나는 댓글
현실과 동떨어진 풍자나 해학적인 글에 동감하기는 하나 글 전체나 문장 하나를 물고 늘어져서 논리적으로 따져 묻는 댓글
사실이나 현실을 벗어난 풍자에 진부를 가리자고 논리적으로 따지려 들면 할 말이 없기 마련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박근혜 웃는 모습이 꼭 암탉 웃는 모습과 흡사하다.”라는 문장을 물고 늘어져서 “암탉도 웃느냐?”고 따져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또 하나는 본 글에 찬/반을 떠나 항상 똑같은 댓글을 복사하여 두었다가 글마다 그 댓글을 올리는 댓글과 본 글의 주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댓글
4. 무시하고 싶은 댓글
반론을 펴는 것은 괜찮지만 욕으로 시작해서 쌍욕으로 끝나는 댓글
5. 가장 흐뭇하고 인상 깊었던 댓글
본 글이 추잡하고 더러운 정치권과 현 세태를 비판하는 아주 날카로운 풍자형의 글이었다.
어느 여성카페에 그 글을 올렸더니 글 내용이 아주 시원하다는 식의 찬동하는 짧은 댓글이 여러 개 있었고, 맨 마지막으로 어떤 여성이 “와- 사이다!”라는 댓글을 다셨다.
그 댓글을 읽는 순간 땀을 뻘뻘 흘리고 들어와서 냉장고 문을 열고 얼기 직전의 사이다 깡통을 꺼내 뚜껑을 따고 목에 들이 붙는 것과 같이 내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우리의 토속문화나 전통을 긍정하며 아주 감칠맛 나고 맛깔스럽게 쓴 글을 읽고 “와- 구수한 된장냄새!”라는 댓글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와- 사이다!”
서로 이름도 성도 모르고 성별(性別)도 다르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글 쓴 사람과 읽은 사람이 겨우 4개의 글자로 완전 합일(合一)을 이루어 내는 댓글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시는 분들과 읽고 댓글을 다시는 분들에게 작으나마 참고가 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