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보다도 못한 세상에 가슴을 적셔주는 찡- 한 뉴스
“별 미친놈도 다 있네!” 하시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혹은 “이자식이 누굴 놀리나!” 하거나 “재수 없이 미친 놈 낚시 바늘에 걸려들었네!” 하시는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하지만 이 더러운 세상에 문어대갈이나 한쪽 눈 찌그러진 쥐새끼가 염라대왕의 소환장을 받았다거나 암탉이 쥐덫에 걸렸다는 뉴스를 빼 놓고 이보다 더 상큼한 뉴스 아닌 뉴스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명박이 만들어 놓은 낙동강 녹조호수에 심심산골 1급수에만 산다는 쉬리가 떼로 몰려 나타났다면 이게 어찌 큰 뉴스거리가 되질 않겠습니까?
그런 경우려니 너그러이 생각하고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전국 어느 지역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폐지와 빈 박스를 줍는 어르신들이 꽤 많은 것은 전 국민 누구나가 매일 같이 보는 길거리 풍경입니다.
그런데 그 어른신들 대부분이 몸이 성치 않아 오히려 남의 보살핌을 받으며 사셔야 할 분들인데 당장 식구들 목구멍에 거미줄이 치게 생겼으니 그런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서실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게 그 어르신들 스스로가 거리로 나서신 것이 아니라, 더러운 세월과 세태가 그런 노인들을 거리로 내몬 것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그 노인들 어려운 가정형편과 그 연세에 그런 운동도 안 하고 집에만 들어 앉아 계시면 영양가 있는 변변한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실 것이니 바로 자리보전하고 눕게 되고 얼마 가지 않아 저승사자의 방문을 받게 될지도 모르니, 이게 박근혜가 입에 달고 다니는 “창조”를 본 딴 <의료선진화의 창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그런 할아버지나 할머님들이 꽤 많지만 그중에서도 한 할머님이 유독 사람들의 눈길을 끕니다.
이름도, 성도, 사시는 집도, 연세도 모르지만 80~90세 정도로 보이며 허리는 90도로 꺾어져 리어카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비스듬하게 설 수도 없는 그런 할머니가 딸딸이로 부르는 손수레도 아닌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줍고 계십니다.
박스더미를 만나도 차도 가장자리에 리어카를 대 놓고 인도 턱에 걸치고 앉으셔서 아주 느리고 힘든 모습으로 박스를 가지런히 추려 한 손으로는 리어카 손잡이를 잡고 한손으로 편편하게 편 박스를 리어카에 담습니다.
그 할머님이 리어카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실 때는 하도 위험해 보여 뒤를 밀거나 리어카 손잡이를 직접잡고 끌어 들이려 해도 그 할머님이 손 사레를 치시며 그러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 할머님은 리어카 손잡이를 다른 사람에게 내 주면 혼자서는 걸으실 수가 없고 뒤에서 빠른 속도로 밀어주면 그 속도로 리어카를 끌 수가 없으니 손 사례를 치시며 그러지 말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허리가 90도로 꺾여 진 왜소한 체격의 할머니가 맨몸으로 혼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는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빨간불이 켜 졌어도 리어카를 끌고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차량운전자의 눈에 훨씬 잘 띄어 사고가 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성질이 급한 운전자라 해도 그 할머님이 박스 실은 리어카를 끌고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아주 천천히 건너는 것을 보면 신호등 불빛이 바뀌었어도 클랙슨을 눌러대거나 횡단보도로 바짝 차를 몰아대는 위협운전 같은 것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 번 겪고 나서야 필자도 그것을 알게 되었고 그게 그 할머님의 노하우입니다.
어쩌다 빵이나 과일을 사 오다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그 할머님을 만나 하나 꺼내 손에 쥐어드리면 앳된 소녀같이 얼굴을 붉히시며 “여자가 길에서 이런 걸 어떻게 먹어요.” 하면서 사양을 하신다.
그러면 “할머님이 길에서 무엇을 잡수신들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하면서 반 강제로 손에 쥐어드리면 마지못해 받으신다.
그 할머님을 볼 때마다 갖은 고생을 하며 조건 없는 사랑으로 나를 키워주신 오래전에 돌아가신 할머니와 어머니의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곤 한다.
그런데 불볕더위가 시작된 달포 전인가 부터 그 할머님의 모습이 통 눈에 띄지를 않았다. 속으로 방정맞고 불안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알 길이 없었다.
며칠 전에는 아내에게도 그 할머님 얘기를 했더니 아내도 “그래!”하면서 깜작 놀라며 자기도 그 할머님을 본지가 꽤 오래 되었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 아내가 웃는 낯으로 기쁜 소식을 전하듯 아침에 본 얘기를 했다.
아내는 교회를 열심히 다녀 매일아침 해가 뜨기 한 참 전에 새벽기도를 나가고, 필자는 해가 뜰 무렵 헌 배낭 걸머지고 집에서 2km 쯤 떨어진 야산(봉제산)으로 아침 운동 겸 샘물을 뜨러간다.
껌껌한 밤중에 새벽기도를 가기 위해 나섰던 아내가 리어카를 끌고 있는 그 할머님을 만난 것이다.
아내가 나와 나눈 혹시나 하는 방정맞은 얘기도 있고 해서 반갑게 달려가서 “요새는 할머님 모습을 통 뵐 수가 없어요.”하고 말을 건넸더니 그 할머님께서 요새는 하도 더워서 낮에 리어카를 끌고 나서면 어지러워서 도저히 리어카를 끌 수가 없어 해 뜨기 한참 전과 해진 후에 나오셔서 아침저녁으로 박스를 줍고 해가 뜬 한낮에는 낮잠을 주무신다고 하더란 얘기를 전해 주었다.
가슴이 찡- 하고 나도 모르게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치받고 눈시울이 뜨거워져 왔다.
뭔 감투 쓴 도둑놈이 뭔 도둑질을 하다가 재수에 옴 붙어 걸려들어, 역시 도둑과 다름없는 감투 쓴 후배 놈들의 저울대에 올라 죗값을 달아본다는 뉴스보다 이게 더 값지고 상큼한 뉴스가 아니겠습니까?
어떤 재벌 놈의 그 액수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인지 상상도 안 되는 분식회계와 비자금조성, 어떤 검사장이란 놈이 악덕기업주한테 수십억의 뇌물 받아 한 입에 꿀꺽, 국가투자기관의 장이란 놈이 공개석상에서 왜구개뼈다귀(왜구들 말로는 천황폐하) 만세, 국민의 99%는 배만 부르면 만사 그만인 개돼지, 사드인지 저승사자인지를 반대하며 줄줄이 단식과 머리를 깎는 성주 군민, 그 와중에도 비행기트랩에서 역겨운 웃음 지으며 닭 날개 퍼덕이는 것과 같이 손을 흔들고 유유히 몽골여행 떠나는 바가지,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피울음을 토하는 위안부 할머님들, 광화문광장에서 내 자식이 왜 죽어야 했는지 진실만이라도 밝히라고 3년째 노상노숙을 하는 세월호의 유족들……… 일일이 다 열거하다가는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이게 지옥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지 인간 세상에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이 지옥보다도 못한 세상에 누구인지도 모르는 그 할머님이 건강해 지신 것도 벼락부자가 된 것은 아니라도, 아직 여전하시다는 것이 어찌 상큼한 뉴스가 아니겠는가?
비단 우리 동네 그 할머님뿐만 아니라 전국 도처에 그런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널려 있을 것이다.
정부에 <건의>가 아니라, 강력하게 <권고>한다.
며칠 전에는 전 재산이 22만원이라는 놈의 아들과 처남이라는 놈이 40억의 세금인지 뭔지를 띠어 처먹어 하루 400만 원짜리 강제노역에 처해졌다는 뉴스가 전 국민을 분노케 했다.
좋다.
하루에 400만원이 아니라 4억이래도 좋다.
그런 놈들 모두다 반바지에 러닝셔츠 하나 달랑 입혀 밀짚모자 쓰고 그런 할아버지나 할머님들 리어카를 직접 끌어 드리거나 뒤를 밀어주며 길거리에서 그 어르신들과 같이 박스 줍고 고물상 따라가 그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하루 종일 비지땀을 흘리며 주어 온 박스 값으로 천 원짜리 한두 장이나 동전 몇 닢 받으시는 것을 그놈들 눈으로 직접 보게 해야 된다.
그보다 더 산 교정(교육)이 어디 있나!
시원한 감방에 들어앉아 봉투 접기나 하는 것을 강제노역으로 쳐준다는 것은, 일당 400만원에 분노한 국민을 다시 한 번 우롱하는 짓거리다.
그들의 강제노역을 박스 줍는 도우미로 내세울 것을 교정당국에 강력히 건의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땀에 절은 손에 받아든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그놈들이 감춰 논 수십억의 장물보다 더 귀한 돈이라는 것을 두 눈깔로 똑바로 보게 해야 된다.
그놈들도 사람이라면 깨우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도 깨우치지 못한다면 그건 개돼지도 못 되는 사람형상을 한 고깃덩어리에 다름 아니다.
에이- 18!
에이- 조-ㅈ 같은 세상!
돌아오는 올 추석에는 그 할머님 손에 고기 근이나 쥐어 드려야겠다.
다시 한 번
에이- 18!
에이- 조-ㅈ 같은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