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직장인들 다 바쁘지요?
워낙 퇴근 시간 개념도 희박하고 회식도 많구요.
본인이 조절하려고 애쓰고 주말에는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하는데
그래도 이렇게 평일엔 아이와 둘이 보내야 하는게 이제 좀 지치려고 하네요.
바빠서 얼굴이 헬쓱해지고 입맛도 없어하니 안쓰러워 아침은 정성껏 차려줍니다.
간식도 챙겨주고 힘내라 웃으며 출근 시키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런데 그러고 나면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옵니다.
오늘은 혼잣말로 지겹다 소리가 나오는데 스스로 놀랐네요.
아이가 엄마 기분 살필정도로 표정이 어두워지기도 하구요.
저는 프리랜서라서 일주일에 2일 고정적으로 나가고 다른 요일은 아이 어린이집 간 사이
집에서 일을 합니다. 밤에도 하구요.
그러니 집안일과 양육은 자연스럽게 제 몫이 되더라구요.
아이 하원시켜서 재우기 까지 평일에는 당연히 아빠를 못 봅니다.
아침에 잠깐 일어나서 같이 식사하는게 평일 아빠 몫의 전부예요.
그러니 아이도 아빠를 늘 그리워 합니다. 같이 있을 때는 정말 자상한 사람이거든요.
남편 미워하게 되는게 싫어서 청소는 도우미 분 도움을 받고 반찬도 아이꺼 따로 아빠거 따로
하다가 그냥 싱겁게 만들어 다 같이 먹고 일도 많이 줄였어요.
그런데 몸이 피곤한게 제 우울함의 이유가 아니였는지 좋아지지 않네요.
생각해보니 제가 많이 외로운거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같이 늦으니 밖에서 데이트 하듯 치맥도 하고 들어오고
늦게 들어와도 서로 얼굴 보고 잠깐이라도 이야기 하고 잠들곤 했는데
아이 키우는 5년 동안 그런 시간들이 점점 줄어들고 어쩔 때는 남편 얼굴이 갑자기
낯설 때도 있네요.
남편은 아이 다 키우고 둘이 조용한 곳에 가서 집 짓고 살면서 여행다니자 하는데요.
그 때까지 제가 지금만큼 남편을 좋아할까요? 남편도 제가 그 때까지 소중하고 좋을까요?
저는 이제 좀 자신이 없어져요. 이렇게 얼굴 못보고 서로의 추억이 없는 관계가 가족이라 할 수
있나. 이런 생각까지 들고 속상합니다.
제가 아직 철이 덜 들어서 사랑타령 하고 있는건지. 오래 살다 보면 안 들어와라 싶은 날이 온다고
하시던데 아직까지는 좀 일찍 와서 같이 저녁 먹고 산책도 하고 아이도 같이 재우고 둘이 맥주도 한잔
하고 그러고 싶어요. ㅠㅜ
자꾸 혼잣말로 사라지고 싶다거나 지겹다라는 말을 하다 이러면 안되지 싶어 82에라도 넋두리하고
정신 차리려구요.
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