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 때문에 외국에 살아요.
일하고 공부하다 보니까 결혼 못한 40대 노처녀구요, 서울에 있는 동년배 남친은 저보다 조건이 많이 떨어지지만 (저는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대학서 유학, 남친은 지방대 출신에 부모님 부양하는 처지) 따뜻하고 자상한 사람이고 무엇보다 저를 많이 사랑해줘요. 결혼해서 저 있는 곳에 와서 같이 살길 제가 먼저 바랬지만, 언어도 안되고 여기와서 할일도 없고 해서 기약없이 장거리 연애 중이구요. 조건 같은건 상관 없는데 남친 부모님이 좀 극성스런 스타일에 딱히 모아 놓은 돈도 없는 아들한테 (여태 싱글로 자유롭게 살아서 수입에 비해 저축이 없어요 부모님하고 같이 살구요) 생활비 2백씩 턱턱 가져가는게 좀 걱정이구요.
남친한테 연봉 공개는 안했지만 저는 뭐 이곳 대기업에서 꽤 잘 나가는 편이고 금전적으로나 경력으로 보나 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남친을 믿고 제가 일을 포기할 수는 없는 입장이죠. 장거리 연애의 한계인 작은 오해로 인한 갈등도 얼마전에 겪었고, 매일 통화해도 언제나 허전해요.
제 직장 상사가 근데 얼마전에 이혼을 했어요. 부인과 오랫동안 차가운 관계였지만 이곳에서는, 이정도 재력 있는 사람들은 재산분할을 서로 몇백억씩 해야하니 이혼이 쉽지 않은데 부인이 드디어 하자고 한 모양이더라구요. 일적으로 깔끔하게 좋은 상사지만 언제부턴가 이분이 저한테 마음이 있다는걸 여자의 직감으로 느끼고 있었긴 해요. 작년에 한번은 같이 출장갔다 분위기가 이상해질 뻔한 적이 있었지만 제가 나름 철벽녀라 잘 방어했고 그 이후에 서로 점잖게 잘 넘어가서 다행이다 싶었죠. 일때문이지만 저를 잘 설득해서 본인이 근무하는 곳으로 국제 이사를 오도록 했구요.
이분은 저보다 나이도 한참 많고 자식들도 다 성장했고 국적은 다르지만 하는 일도 같고 학위 배경도 비슷하고 해서 대화가 안통하는건 아니예요. 5년전에 지금 회사로 옮길때 인터뷰하러 나온 상사에 인상이 깊어서 이직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동양인으로 이정도 사회적/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제가 있는 업계에서는 없다시피 한지라)
이혼 후 제 상사가 저한테 끈적이며 접근하지 않는건 다행인데 (같은 회사고 직속 상관이어도 저랑 근무 건물이 틀려요) 일단 이혼한 사실도 동료들 중 저한테 제일 먼저 알리고 건강문제 상담도 하고 여러가지로 조금씩 다가올 준비를 하는게 눈에 보입니다.
남친을 사랑하지만 언제 같이 합칠 수 있을지 기약도 없고 사실상 제가 먼저 한 청혼도 거절당한 (남친이 일 그만두고 저한테 오려면 앞으로 4-5년은 걸릴듯요) 이 상황에서 저도 곧 갱년기를 바라보게 될텐데 이런 유혹을 제가 잘 견딜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