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명박이! - 15
자네한테 14번째 편지를 띄운 것이 2014. 4. 30이니 벌써 2년을 훌쩍 뛰어넘었네 그려!
자주 소식 전하려고 했지만 자네 여동생이 하도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느라 숨 돌릴 틈이 없었으니 자네한테 편지 쓸 시간도 없었네.
너그러이 이해하시게!
그러고저러고 내 서울서 쫓겨 바람도 쐴 겸해서 저 남쪽지방으로 내려가 얼마동안 머물며 낙동강주변을 따라 며 칠 걸어보았더니 자네의 칭송이 하늘을 찌르더구먼!
문만 열면 싱그러운 잔디밭 같은 강물이 펼쳐져 있고, 숨만 들이쉬면 상긋한 녹차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고, 수도꼭지만 틀면 값싼 수돗물 값에 녹차를 얼마든지 마실 수가 있고, 그걸 바가지로 건져 이글거리는 햇볕에 한나절만 말리면 바삭바삭한 파래-김을 마음껏 먹을 수가 있고, 강바닥에 널려 있는 이끼벌레를 건져다 초고추장에 버무리기만 하면 그 맛이 오징어물회는 저리가라이니 어찌 자네의 공덕을 치하하고 감사해 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그때 나와 서울시민 그리고 충청도민들 눈이 어두웠네.
자네가 한강과 금강에도 낙동강 같이 십리가 멀다하고 층층이 보를 쌓는다고 했을 때 왜 그렇게 반대했는지 지금생각하면 후회막급일세.
그때 서울시민이나 충청도민들도 낙동강주변사람들과 같이 자네의 4대강 공사에 쌍수를 들어 환영은 못 해도, 못 이기는 척 그냥 있었으면 지금 낙동강주변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을 우리도 누렸을 것 아닌가?
낙동강주변 웬 할아버지 말씀이 자네는 드넓은 중국대륙을 물 걱정으로부터 구해낸 하나라 우왕의 치적을 뛰어넘는 치수의 신이라고 까지 칭송하기도 했네!
그러고저러고 자네 웬 실수를 그렇게 했나?
밀양을 타고 앉은 대구와 가덕도를 품에 끼고 있는 부산이 <신공항>을 놓고 코피가 터지도록 싸울 때, 싸움 말리는 척 하고 한 다리 끼어들어 자네의 주특기인 슬쩍하는 기술을 살려 그걸 자네의 이복형과 아비의 고향인 포항으로 빼돌릴 것이지!
자네 같이 세상 안 해본 일이 없고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 어찌 그리 좋은 기회를 놓쳤단 말인가?
설마하니 자네 여동생 옆구리만 슬쩍 찔렀으면 그 부탁 하나 안 들어 주었겠나.
그 아까운 것!
나도 안타깝네!
하지만 걱정 마시게!
신공항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큰 떡 덩어리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네.
“사드”말일세!
그건 절대로 놓치지 마시게.
지금 서너 곳이 사드를 가져가지 못해 안달인데, 아무래도 자네 여동생이 치마폭에 끼고도는 칠곡으로 갈 것 같아.
그래 포항이 막내동생뻘도 안 되는 칠곡에게 그 큰 떡 덩어리를 빼앗긴대서야 말이 되나?
무슨 일이 있어도 사드만은 절대로 놓치지 마시게!
그거 포항 한복판에 설치해 놓으면 포항은 천하의 요새가 되네.
사드우산만 쓰고 있으면 세계3차대전이 일어나도, 하느님이 천지개벽을 해도 포항만은 끄떡없네.
자네 아비와 이복형의 고향에 마지막으로 큰 선물 한 번 하시게!
나도 자네에게 소식 자주 전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자네도 왜 그렇게 조용했나?
코맹맹이 소리로 그 잘 놀리던 입, 왜 그렇게 꼭 다물고 있었나?
그렇게 입 꼭 다물고 있다가는 입 안에 쉬가 스는 수가 있으니 더러 입 놀리시게!
어제 모처럼 한 마디 했더구만.
“여동생이 나보다도 못 한다.” 구.
암 그렇고말고!
“구관이 명관”이고, “형 만 한 아우 없다.”라는 속담도 있는 데 아무러면 자네만 하려고.
앞으로도 자주 자네소리 듣고 싶네.
부탁이네!
자주 입 놀리시게.
지난 4월 13일 자네 여동생 된 서리를 맞아 날개가 축 쳐져 나도 이제 한 숨 돌렸으니 자네한테 자주 소식 전함세!
내 다음편지에는 자네가 무릎을 내리 칠 극비의 정보하나 귀띔해 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