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팠었어요 많이.
입원했다 퇴원했다 했는데
하루는 친정에 갔는데 쌀을 주셨어요
그게 외갓집에서 무농약으로 농사지은 좋은 쌀이라고...
그게 자루포대에 담겨 있었는데
제가 아기도 하나 있었어요 돌 좀 넘은...
그 쌀을 차에서 가지고 올라올 정신이 안 나는 거예요
무겁기도 하고
그래서 보름이 넘게... 한달까진 아니었는데
차에 실려 있었어요 그 쌀이
나중에 갖고올라 와 보니
쌀곰팡이가 드문드문 핀 거예요...
골라가며 골라서며 밥을 해먹었는데
하루는 시어머니가 오셨어요
울어머님이 좋은 분인데
자식이 아프니 무슨 정신이 있으셨겠어요
자식 걱정 때문에 저한테 이거해라 저거래라
서운한 소리도 많이 하시고...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조건 희생하라는 식이셔서
시어머니가 참 밉기도 했죠
근데 어머님이 저희 집 쌀이 그런 걸 보더니
다 가지고 오라는 거에요
그리고는 스텐다라이에다가 그걸 다 쏟아부어 놓고는
고르고 고르고 또 고르셨어요
저한테는 넌 힘드니까 하지 말라면서 (저도 같이 하긴 했지만요)
제가 차에다 실어놓고 다니다 이렇게 됐다고 했더니
네가 무슨 정신이 있었겠냐며
그러고는 별 말씀 없이... 고르고 고르고 또 고르시더라고요
그걸 그렇게 다 골라놓고는
밀폐용기 가져오라 해서 다 담아 놓으시곤 가셨죠...
아픈 자식 혹여 나쁜 거 먹을까 봐서도 있으셨지만요
저한테 뭐라하시는... 그런 거 하나도 없이요
네가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냐
그런 맘으로 그 쌀을 고르고 고르고 또 고르고
울 어머님이요...
참 그땐 어머님한테 서운한 것도 많았는데
그 모습 하나로 다 잊히더라고요
지금은 남편 많이 나았어요
얼마 전 어머님이 집에 오셨길래 제가 그랬어요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고... 다 내려놓고 내려놓고 하니 남편이 나았다고
그랬더니 어머님이 그러시데요
그러게 그런 게 인생인가 보다...
저 지금 어머님하고는 잘 지내요
살가운 며느리는 아니지만... 서로 짠하고...
동지애 같은 것도 있네요 ㅎㅎ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울어머님
간병 조회수 : 890
작성일 : 2016-07-07 23:30:44
IP : 14.39.xxx.1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에구
'16.7.7 11:34 PM (223.62.xxx.92) - 삭제된댓글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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