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인 딸 아이가 짜증이 많아요.
아프거나 슬프거나, 화나거나 스스로의 행동이 마음에 안들거나, 친구랑 싸우거나, 시험을 못봤거나, 공부하기 싫거나... 모든 일에 대한 반응을 짜증으로 표현해요.
그 대상은 바로 엄마고요.
짜증이 분노와 원망이 되어서 저에게로 향합니다.
상담을 받고 있는데, 상담 선생님께서 아이가 말을 하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라고 하셔서
왠만하면 " 아~ 그랬구나, 기분이 안좋았겠네" "속상했겠다"... 이런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데도 짜증이 줄어들지를 않네요.
그리고 또한가지 고민은, 아이가 싫은 소리를 절대 들으려고 하질 않아요.
예를들어 방을 안치우거나, 하루종일 공부를 안하거나 야단맞을 일에 대해 제가 입을 떼면,
자기가 왜 혼나야 하냐며 나름의 논리를 들이대며 화를 냅니다.
공부를 많이 안해서 시험을 못보면, 자기는 열심히 했는데 시험을 못봤다며 본인은 공부에 소질이 없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너는 공부에 재능이 있는 아이고(실제로 초등이니 심하게 못할 것도 없죠) 이번에는 노력이 모자란 거였을 거라고 하면 자기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엄마가 그 노력을 무시했다고 화를 냅니다.
아이의 화와 짜증을 겪는 게 너무 싫습니다. 어이도 없고, 상황 자체가 참기 힘들어요.
이런 상황을 아는 큰언니가 그러더라구요. 아이가 저에게 너무 함부로 구는 것 같아 속상하다구요.
(제가 남편의 폭언과 폭력, 외도로 몇년째 별거 중입니다)
남편이 저에게 함부로 대했던 것들이 아이에게 반영되는 것 같다고 했어요.
남편이 저에게 딱 저랬어요.
회사일이 힘들어도 짜증, 회사 사람이랑 관계가 나빠도 짜증, 진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짜증...
밖에서는 인품 좋은 사람, 일 잘 하는 사람, 호인이었기에... 그 짜증과 화를 저에게 다 쏟아냈어요.
한마디로 저를 함부로 대했죠. 그래놓고는 나중에 미안하다...
자기가 컨디션 안좋고 기분 안좋으면 짜증과 폭언과 술, 외박... 그래놓고 나중에 미안하다 잘 하겠다..
이걸로 10년을 반복했어요. 참다참다 죽을 것 같아서 별거했구요.
그런데 아이가 저에게 똑같이 화내고.. 사과와 폭언의 사이클을 반복해요..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들어요.
그리고, 저 또한 오랜 우울증과 무기력증, 짜증으로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쳐요.
떨치고 일어나서 내 아이에게 그런 모습을 물려주지 않도록 본을 보여야 하는데.. 잘 안되요..
노력하고 또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ㅠㅠ
이렇게 쓰다보니, 우리 세사람이 똑같은 모습인 것 같네요..
이 악순환을 끊고 싶은데, 절대 안끊어져요.
점점 나빠질까봐 너무 무서워요..
사는 게 무서워요.
내 아이가 나처럼 될까봐 너무 무섭습니다. 너무 착하고 고운 아이였는데..
무서우면서도 안변하는 내가 구역질나고..
그냥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이런 내가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