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압작전 전 현지인 석방"…외국인만 타깃으로 삼았을 수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국공관 밀집지역 음식점에서 발생한 테러 당시 무장 괴한들이
이슬람 경전 쿠란의 경구를 모르는 인질들에게 따로 고문을 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아직 배후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번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방글라데시 언론 '더 데일리 스타'는 이번 테러 사건의 한 생존자 증언을 인용해
쿠란 경구를 읊조린 인질들은 무사했지만 나머지 인질들은 고문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쿠란 암송이 이슬람 교도인지 여부를 확인해 생사를 갈라놓는 시험으로 악용됐다는 것이다.
이번 테러의 생존자인 하스낫 카림의 부친인 레자울 카림은
"무장 괴한들이 방글라데시인들에게는 거칠게 굴지 않았고 오히려 저녁 식사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 괴한들은 인질 모두에게 쿠란을 읊조리라고 하면서 종교 성향을 체크했다"며 "
한두 구절 정도 외운 사람들은 무사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고문당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러범들이 현지인들을 해칠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을 보도했다.
하스낫 하림은 아내, 어린 두 딸과 테러가 벌어진 식당에서
딸의 생일잔치를 벌이다 갑작스러운 무장 괴한들의 침입으로 인질이 됐다가 경찰 진압작전으로 살아남았다.
경찰의 진압작전 직전에 이 식당에서 아들과 며느리, 두 손주가 빠져나왔다는
한 여성은 "괴한들은 경찰이 진입하기 전에 현지인들(방글라데시인들)을 모두 풀어줬다"고 증언했다.
무장 괴한들은 지난 1일 오후 9시께 다카의 외교공관 지역에 있는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 식당에
총과 칼 등으로 무장한 채 난입해 종업원과 손님들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방글라데시 군 당국은 이 인질로 잡힌 일본인과 이탈리아인 등 20명이 숨졌으며 사망자는 모두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IS)는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으나
방글라데시 정부는 자국 내 IS의 활동을 일절 부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