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태극기와 광화문 세월호 천막>
오늘이 호국보훈의 달(6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러나 오늘 아래의 기사를 보고서 많은 혼란을 느끼고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http://biz.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0107455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0629000272
한 시민단체(위례시민연대)의 요구로 잠실의 롯데월드타워에 걸렸던 대형 태극기기 철거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설치부터 철거까지의 자세한 경위는 위 뉴데일리 기사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타워에 태극기를 설치한 것이 법적으로 명확하게 문제가 된다고 확인된 바도 없고 행정조치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비딱한 한 시민단체(위례시민연대)의 요구로 약간의 논란이 일자 롯데측이 이에 굴복하고 철거에 들어간 것입니다.
서울시의 요청과 보훈처의 요구도 있었고 롯데측도 공익적 차원에서 태극기를 설치한 것인데 이를 사소한 형식적 법률 위반을 들먹이며 철거를 요구한 것에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광화문 광장에는 2년 넘게 세월호 유가족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중입니다. 이건 명백한 불법이지요.
뚜렷한 불법여부 판단이나 행정조치도 없는 롯데월드타워 태극기는 저렇게 철거되는데 불법이 명백한 광화문 세월호 천막은 왜 서울시는 철거하지 않는 것입니까?
사회가 형평성을 과도하게 잃거나 법치가 떼법에 의해 유린당할 때 내부의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약자가 권력화 되거나 사회가 베푸는 배려와 보호를 권리로 인식하면 대중들은 외면하고 돌아서게 됩니다. 시민단체가 전문성이 없거나 이념 편향의 정치성을 띄는데다 권력화될 경우에는 대중들도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민변의 탈북자에 대한 인신구제 신청>
최근 또 하나의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죠.
탈북한 12명의 종업원에 대해 민변은 인신구제 요청을 신청하고, 이들이 자의에 의해 탈북한 것인지, 국정원의 기획에 의한 강압적 탈북인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30/2016063000622.html
민변이 탈북자에 대해 이렇게 깊이 관심을 가지는 줄은 몰랐네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평소에 일언반구 언급도 없던 민변이 웬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3만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있는데 왜 이제 와서 12명의 탈북 종업원에 대해서만 인신구제 요청을 하는 것일까요? 이전에 탈북한 3만명의 북한 인민들의 인권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고, 12명의 탈북 종업원들은 북한 상층부의 자제들이라서 인권 보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인신보호법이 이렇게 이용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인신보호법을 악용하는 민변의 영특함(?)에 그저 경탄(?)할 뿐입니다.
민변의 하는 짓이 얼마나 위선적이며, 정치적이고, 반인권적인지는 위에 링크한 도태우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연대 사무총장의 글을 참조하십시오.
형식적 절차적 측면을 강조하고 실체적 진실과 실체적 적법성은 무시하는 민변의 행위에 할 말이 없습니다.
위례시민연대가 형식적 법률 저촉여부를 문제 삼아 롯데월드타워 태극기 철거를 요구하는 것이나 민변이 형식적 절차적 측면을 들고 나와 탈북 종업원들의 인신구제 신청을 하는 이유와 목적은 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들이 법치와 공익,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저렇게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위의 사건들과 브렉시트 배경과의 유사성>
제가 2주전 즈음에 썼던 <약자의 권력화, 그리고 약자로 위장한 자들의 횡포>의 글에서 트럼프 돌풍의 배경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국민들, 특히 백인 서민과 중산층들이 미국 사회가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트럼프의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언론들은 브렉시트를 부정적으로만 보도하지 정작 영국민들이 왜 브렉시트에 찬성했는지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은 부족합니다. 브렉시트의 찬성 배경은 사실 미국의 드럼프 돌풍의 배경과 매우 유사합니다.
영국의 서민과 노동자 계층(주로 단순 블루칼라), 지방민들은 이민자들에게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기고 있고, 난민들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자신들의 안전마저 위협받는데다 이들 때문에 의료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일들이 EU와 생갱조약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EU 탈퇴를 선택한 것입니다.
영국 자체적으로 난민 유입 규제나 이민자들의 선택적 허용, 이들의 복지수준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결정할 수 없게 됨으로써 소위 사회적 약자(이민자나 난민들)들에 쓰여지는 비용증가를 감당할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자신들이 입고 있고, 앞으로도 그 경향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영국민들은 브렉시트에 찬성한 것입니다.
정도가 지나치면 사회가 분열하고 계층간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게 됩니다. 미국민들의 트럼프 지지 배경이나 영국민들의 브렉시트 찬성 배경에 대해 우리도 한번쯤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영국이 EU를 탈퇴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영국민들은 브렉시트를 결정을 하지만 세계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물론 브렉시트가 오히려 유럽이나 세계 경제에 이롭게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대체적 전망은 비관적입니다)
극우적인 트럼프를 몹시 싫어하고 트럼프기 미국 대통령이 된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싫지만, 미국민은 또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브렉시트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트럼프의 당선은 재앙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도 우리 사회가 저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영국과 미국이 왜 저런 선택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롯데월드타워에서 태극기가 철거되는 모습과 탈북민들이 재판정에서 자신이 자의로 탈북했는지 여부를 공표하는 모습을 보는 보수층들, 약자가 권력이 되고 소수의 요구가 과도하게 받아들여지며,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느슨한 관리나 이들 범죄로 피해를 보는 한국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는 대중들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도 트럼프 선택이나 브렉시트 선택 같은 우리가 바라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나찌 히틀러도 대중들의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집권했습니다. 독일 국민들이 히틀러를 선택한 배경도 트럼프 지지나 브렉시트의 배경, 현재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일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도 이성적, 합법적, 상식적 범주를 벗어난 약자나 소수자의 요구에 대해서는 냉정한 거절이 필요합니다. 어설픈 동정심이나 포퓰리즘으로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면 우리도 히틀러, 트럼프, 브렉시트 선택과 같은, 선택하고 후회할 선택을 하게 될지 모릅니다. 이런 선택은 결국 약자나 소수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PS. 브렉시트를 신자유주의의 한계, 신자유주의 퇴조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면 그런 측면이 없지 않으나, 브렉시트를 단순하게 이렇게 규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브렉시트를 반대한 부류가 런던의 금융시장 관련자, 고학력/고급인력의 기득권층과 기회와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인 반면에 단순 노동의 블루칼라, 지방민들, 서민계층, 이동성이 약한 고령자들에서 브렉시트 찬성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브렉시트를 신자유주의 한계나 퇴조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보지요.
영국의 독립성,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브렉시트는 이념적으로는 (신)자유주의가 퇴조가 아니라 오히려 강화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적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독일이 EU를 지지하고, 상대적으로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도 브렉시트를 신자유주의 퇴조라고 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브렉시트가 경제/사회/정치/이념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또 모순적이며 아이러니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퇴조냐 강화냐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또 이런 규정들이 의미가 없고 쓸데없는 논쟁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오히려 브렉시트 이후에 유럽이나 세계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지를 강구하는 것이 생산적이고 세계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