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차고 아이 없구요.
시어머니 아버지 사이가 젊어서 별로 안 좋으셨다고 해요.
신랑 말로 아버지는 늘 바쁘고 자기밖에 몰랐고, 어머니는 늘 자기 형제를 위해 희생하고 애쓰셨다. 이러는데요.
제가 보기에 시아버님은 며느리한테 이런 저런 타박이나 요구도 안 하시고 항상 재미있게 즐겁게 살아라 말씀하시고 너무 자주 내려오지 마라 힘들다 이러세요. 책도 많이 읽으시고 좋은 책은 신랑한테 읽으라고 주기도 하시고 사진 찍기와 정원 가꾸기가 취미시고 요즘에는 시 쓰고 싶다는 말씀도 많이 하세요. 당신 건강도 잘 챙기시고요. 그런데 신랑은 너무 잘 챙기셔서 탈이지. 이래요. 젊어서는 술을 정말 많이 마셔서 어머니 마음 고생이 심하셨다는데 지금은 연세도 있으시고 건강상 그렇게 많이 드시지는 않으세요.
어머님은... 며느리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평소에 잔소리를 많이 하세요. 저희 부부사이 아주 사소한 일도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간섭하고 가르치세요. 신랑말로는 어머님 직업병이라 하는데... 도가 지나치다 싶을때는 저도 화가 나고 가슴이 뛰지만 네네 하고 그냥 넘어가요. 어머님의 그런 부분은 신랑도 이해하니까 그냥 넘어가구요. 말씀도 좀 거친편이세요. 처음에는 듣고 헉 했지만 뭐 이제는 그러려니 해요. (예를 들어 장애아를 멍청이라고 하셔서 그 말듣고 아버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그런 말 쓰는거 아니라고. 옛날 분이라지만 선생님이셨던 분이 그래서 저도 좀 놀랐어요.) 그리고 항상 가족에게 사랑과 관심 받기를 원하시는거 같아요. 낯 가리는 어린 조카도 항상 할머니만 찾기 바라고 아이가 곁에 안 오면 보통 아이엄마들이 안 먹이는 음식도 입에 넣어주세요. 감기만 걸려도 저보고 아프다고 전화하시구요. 저는 어머님이 아버님처럼 바깥 활동도 좀 하시고 바쁘시면 좋을텐데 집안에서 성경공부만 하시고 뭔가를 자꾸 만드셔서 가지러 오라고 하세요. 결혼초에는 너무 자주 내려오라고 하시고 갈때마다 다음엔 언제 올래? 하고 달력에 표시하려고 펜 드시는거 보고 제가 참 난감했어요.
여기까지가 며느리 입장에서 본 시부모님 모습이구요.
신랑이 아버지를 싫어해요. 신랑 성향이 여리고 착한 편이라 대들거나 뭐 이런건 아닌데요. 생신때나 가족 행사때나 보면 아버지는 정말 형식적으로 대하는 느낌이예요. 제가 남자가 아니라 그런 심리는 잘 모르겠는데 어려워서 그런게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져요. 그냥 어머님의 보호막이자 울타리라고만 생각하는 느낌. 반면에 어머니한테는 정말 오늘 내일 하시는 분처럼 잘 하려고 해요. 이 부분은 제가 신랑한테 말해서 좀 나아지기는 했는데요. 발렌타인데이때 어머님이 누구 아들은 초컬릿도 줬다더라 하면 바로 초컬릿도 사서 가져다 드리고 해외 여행 가실때마다 '엄마 여행가신데' 하고 저한테 문자가 와요. 그런 말은 같이 있을땐 안 하고 꼭 출근 후 문자로 보내는데 잘 다녀오시라고 전화 드리라는 뜻이예요. 여행 갔다 오시면 공항 마중갈까? 이러구요. 공항버스 잘 되어 있는데 쉬시라고 하고 주말에 찾아뵙자 하면 시무룩해 해요. '오늘 엄마 생신이야' 하고 문자가 오면 생신 축하 전화드리라는거구요. 그런데 솔직히 전 제 마음에서 우러나면 모를까. 신랑이 먼저 나서서 그렇게 하라고 요구하면 그런 마음이 달아나요. 신랑이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성격이라 친정에는 안부전화 안 하고 엄마 아빠 생신때도 전화 안 하거든요. 물론 주말에 날잡아 생신모임은 하지만 생신 당일에는 신랑도 전화 안 하고, 저도 주말에 식사도 같이 했는데 부담줄까봐 굳이 따로 얘기하지 않아요. 또 아버님이 젊어서 동남아에서 근무하셨는데 그곳이 휴양지거든요. 제가 이번 휴가때 그곳으로 가자고 했더니 여행 좋아하는 신랑이 거기는 가기 싫데요. 신랑도 가본적 없는 곳인데 이유를 물어보니 그냥 싫데요. 그러면서 거기는 저보고 그냥 친구랑 다녀오래요. 그냥 싫을수도 있겠지만 신랑이 아버님을 워낙 싫어하니 괜히 연관되어 생각되고 그래요.
좀 있으면 어머님 생신인데 신랑은 아버님 생신때는 그냥 가족 모임 정도로 생각하고 제가 뭐뭐 준비할까 하면 묵묵부답이예요. 그런데 어머님 생신때는 한달 전부터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선물은 뭘 드릴까 용돈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그래요. 저희 부부가 평균으로 잡아놓은 경조사비가 있는데 항상 오바해서 생각하구요, 제가 아버지한테도 좀 신경쓰라고 했더니 대답을 안 해요. 전에는 왜 아버지를 싫어하냐고 물었더니 어렸을때 일요일에 아빠는 차도 있었는데 낮잠 자고 있고 자기가 엄마랑 같이 버스타고 시장 가서 배추를 머리에 이고 지고 집에 왔었데요. 우리 엄마는 우리도 안 데리고 혼자 그렇게 버스타고 무거운 짐 들고 장 보러 다니셨는데. 갑자기 우리 엄마한테 미안해지고 하고 왜 딸은 무심하게 넘어가는걸 아들은 저렇게 마음에 담아두고 미안해 하는걸까. 내가 엄마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신랑이 아버님과 어머님에 대한 태도가 너무 다른데. 그냥 넘어가도 될 문제겠지만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니까 제가 좀 불편해요. 그리고 신랑이 제가 어머님한테 잘 할것을 은근히 강요하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 안 좋아요. 그냥 내버려둬도 제가 알아서 전화드리고 그러고 나서 신랑한테 잘했다 이런 소리도 듣고 싶은데 제가 뭘 하기도 전에 신랑이 먼저 나서서 안절부절하고 이렇게 저렇게 해주길 바라는 문자를 보내니 그런 마음이 반감으로 바뀌어요. 그리고 신랑이 아버님을 배척하는 모습도 신경쓰여요. 지금 시부모님은 가끔 싸우시기도 하지만 서로 여행도 잘 다니시고 서로 챙기면서 잘 다니시거든요. 그냥 답답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