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고 충격으로 2기의 폭탄이 손상되면서 뿜어져나온 방사성 물질 플루토늄과 우라늄이 인근 지역을 뒤덮었다. 미군이 핵무기의 수거 장비들을 땅에 파묻으면서 30만㎡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은 방사능에 오염됐다. 사고 당시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정권은 이 문제를 대강 덮고 넘어갔다.
아찔한 핵 사고 45년 뒤, 스페인이 미국에 오염 지역의 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미국 정부에 “플루토늄에 오염된 흙을 지체 없이 제거해달라”고 촉구하는 외교문서를 보냈다고 현지 일간 <엘파이스>가 16일 보도했다.
사고 직후 미국은 뒷수습에 나섰지만 아직도 5만㎡에 이르는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된 채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1300㎡의 흙을 걷어내 자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핵폐기물 저장소로 옮겼지만, 이는 오염된 토양의 0.43%에 불과했다. 회수된 수소폭탄 2기는 현재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의 국립원자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스페인은 핵 오염 토양을 따로 보관할 장소가 없어, 자연반감기로 방사능이 소멸되기까지 수천년이 걸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오염된 토양을 거르는 방식만으로도 방사능 지역을 600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대략 3100만유로(약 462억원)로 추산된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다. <엘파이스>는 스페인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핵실험을 실시한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요구들이 잇따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문제가 아직껏 말끔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다.
위키리크스가 지난달 폭로한 마드리드 주재 미국 대사관의 2009년 4월 외교 전문은 “미국 정부가 토양 정화를 위한 재원 조성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스페인 사회에 심각한 부정적 여론이 생기고, 양국 관계의 다른 분야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워싱턴에 보고했다. 이 외교 전문은 “스페인 정부가 2009년 초부터 수개월째 미국에 방사능 오염의 ‘완전한 제거’를 위한 실무교섭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공식 확약을 하지 않고 있다”고 썼다.
사고 당시 핵무기가 산악지대에 떨어져 주민들의 방사능 피폭 사례는 비교적 가벼웠지만, 해당 지역은 지금도 접근과 작물 재배가 금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