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정청래 의원 보좌관, 現 손혜원 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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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작년 여름 무렵, 국감 준비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였는데, 어느 날 뉴스를 보니 세월호 잠수사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대강 읽어보니 해경이 잠수사를 다시 모집해서 작업에 투입시켰다가 이틀만에 사망하자 그걸 선임 민간잠수사한테 뒤집어 씌웠다는 내용이더라고요.
견적이 딱 나왔지. "이건 국감용 아이템이다." 세월호 나오지, 국민안전처 나오지, 해경 나오지. 시놉시스 좋고, 조연 배우들 좋고, 우리 의원님이 나가서 해경 조지고, 민간잠수사 기 살리고. 안봐도 비디오잖아요.
같이 일하던 조 비서를 불렀지. 국감 때 뭔가 하나 해봐야하지 않겠냐고 하고 "나머진 네가 알아서 잘해봐라"고만 했어요. 조비서가 잠수사쪽에 연락을 하는가 싶더니 민간잠수사들이 변호사랑 같이 찾아왔어요.
그게 내가 김관홍 잠수사를 처음 본 날이었어요. 너무 바쁘기도 했고, 조 비서가 알아서 하겠지 싶어서 인사만 하고 빠졌지, 나도 내 코가 석자라. 김관홍 잠수사가 국회를 찾는 횟수가 늘어나더니 점점 자료가 쌓여갔고, 조비서는 뭘 열심히 쓰고 다듬고 하더라고요.
보고를 받아보곤 깜짝 놀랐어요.
민간잠수사는 자체적으로 현장에 오신 분들이라 언딘 소속도 아니고 해경 소속도 아니었어요. 산재보험 처리가 안돼서 2015년 3월 이후 치료도 중단된 상태였어요.
수난구조법에 따른 예산이 있어서 그걸 달라고 했더니 "규정에 없어서" 못준다고 답변해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규정이나 따지냐"라고 소리치고 수난구조법 개정안도 냈어요. 다 조 비서가 한 일이었죠.
국정감사가 시작됐고 김관홍 잠수사를 참고인으로 모셨어요.
말씀을 기가막히게 잘 하시더만. 정청래 의원이랑 합을 딱 맞춰서 쏟아내는데, 그날부터 세월호 민간잠수사 이야기가 막 떠오르기 시작한 거야.
형, 알잖아요. 우리 이런 거 좋아하거든. 신문에 막 도배되고, SNS에 김관홍 잠수사의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가 물결치고. 엄청 보람있었죠. 일 안하는 공무원들 야단치고, 억울한 민간잠수사들 위로하고. 정청래 의원도 엄청 뿌듯해 했어요.
조비서는 또 얼마나 멋져. 아이템을 해보라고 던졌을 뿐인데, 작품은 만들어서 가져왔잖아요. 그 자식 어깨에 힘 좀 들어갔더라고.
그리고는 공우영 잠수사랑 김관홍 잠수사랑 유민 아빠랑 조비서랑 정청래 의원이랑 모여서 소주 일 잔도 하고.
김관홍 잠수사가 부탁하더라며 조비서가 전화를 해서는 "이이제이 출연 섭외 좀"하더라고요. 당장 전화했지. 김관홍 잠수사가 그때부터 엄청 여기저기 나오셨어요. 말 잘하지, 논리 좋지, 스토리 탄탄하지.
세월호 집회고 어디고 나가면 항상 참여하더라고.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도 나눴고, 시위에만 가면 이 양반 나한테 전화해서 "보좌관님도 나오셨죠, 어디계세요?" 해가면서.
더컸 유세단으로 전국을 유랑 다니다가 파파이스 녹화하러 갔는데, 박주민 의원 내리는 카니발 운전대를 이 양반이 잡고 있더라고. "선거 때 내가 뭐 도울 것도 없고..."하면서 씩 웃는데, 형 난... 사실 천불이 났어요.
김관홍 잠수사, 세월호 아이들 데리고 나오느라 하루에 한 번인 물질을 네다섯번씩 하다가 몸이 다 망가져서 잠수를 못하게 된 거라...
대리운전으로 어렵게 사는데, 마음의 상처가 아문 상태도 아니었거든. 세월호 아이들 생각이 나 맨 정신에 견디기 힘든 심신이었어요.
치료를 해줘야 할 정부는, "네 돈으로 하세요" 이 소리나 하고. 우리가 법개정하니까 "고양에 사세요? 그래도 안산 와서 치료 받아야 인정" 이 소리나 하고 있는데 말이지.
김관홍 씨, 기저귀 차고 대리운전 하던 사람이예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가 안돼서 오줌 조절이 안되던 분이었거든. 그런 몸으로 박주민 후보 차를 24시간 몰고 다닌거야.
정말 미치겠더라고... 그래도 우리, 박주민 의원 선거 이겼을 때 얼마나 즐거웠어요. 영석이 아빠는 탈 뒤집어 쓰고 춤 추고 댕겼지, 영석이 엄마는 표 떨어질까 노란 리본까지 떼고, 사무실 한 귀퉁이에 앉아서 하루 종일 전화기 붙들고 "우리 박주민 의원은요~"하고 목이 다 쉬었지, 김관홍 잠수사는 그 몸을 해가지고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박주민 의원 차를 몰았잖아. 그래서, 젠장 우리가 이겼잖아.
그런데,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가냐고. 애 셋에 아내만 남겨두고 말이예요.
수요일에 문자 하나를 받았어요. 김관홍 잠수사한테서.
"관홍씨 아내입니다. 많은분들이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제가 아는 분들이 없어 단체문자로 보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함께해주셔서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내가 정말 미치겠었던 건... 이 문자 앞에 [Web발신]이 안붙어있었던 거야, 형. 관홍씨의 아내가 한 통 한 통, 남편의 전화기를 붙들고 붙여넣기를 해가면서 문자를 보냈던 거지. 아이들이 학교 간 틈을 타 문자를 보냈겠지. 천 명도 넘는 사람들 이름이 빼곡히 들어있었을 꺼 아냐 형. 남편의 전화기를 들고 그 분이 그렇게 감사의 인사를 한 통씩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돌아버리겠더라고.
형, 우리가 진짜 할 수 있는 게 없는 걸까. 이런 일 겪고 나니, 국감 때 괜히 김관홍 잠수사를 모신 건 아닌가 하는 끔찍한 생각도 들어. 국가가 책임져야할 일을 한 개인의 어깨에 다 얹어놓도록 내가 방조한 건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고...
뭐라도 해야겠죠? 뭐라도 해야겠어요. 일단 조의금부터 보내자고 할 참이예요. 자본주의 사회잖아, 형. 돈이 최고는 아니지만 돈이 있긴 있어야하니까.
관홍 씨 아내분의 계좌 번호 하나 남겨둘께요. 먼저 떠난 남편 핸드폰을 들고 한 사람 한 사람 문자를 보내고 있었을 그 마음에, 작은 정성이라도 좀 보태줘요.
농협 356-0661-7708-03 김혜연
지쳐도 싸웁시다. 쓰러졌으면 좀 누웠다가 늦게 일어났더라도 계면쩍은 얼굴로 다시 붙어봅시다. 형. 이렇게 끝낼 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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