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이혼 후 우리랑 살다가 정분이 나서
학교 다녀오니 모든 세간 살이를 다 싹 들어가고
집을 나갔어요
전세금까지 빼가지고..
그 덩그렇던 방을 꿈인 듯 생시인듯,
눈물도 안나고 멀뚱거리며 바라보던 내가 생각나네요
한동안은 엄마 찾는다며 이곳 저곳 아빠와 함께 다니던 생각도 나네요.
아빠가 다시 우리를 받아주어
새엄마와 살게 되었는데
하루 아침에 엄마쪽 친척들이 싹 다 세트로 바뀌었어요
엄마와 함께 사라진 친척들
새엄마와 함께 나타난 낯선 사람들
꿈 같았어요.
어느 것이 현실인지, 무어가 꿈인지...
엄마가 가출한 다음 좀 있다 사진첩을 보니
사진마다 엄마 얼굴이 오려져 있었습니다.
오빠와 함께 사진에 앉아 있던 엄마의 반쪽이 잘려나갔었어요.
엄마는 내 인생에서 그렇게 사라졌네요..
내 사전에 이제 엄마는 없다..그렇게 생각하며 한 번도 그리워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십 년 만에 엄마를 다시 만났는데
쌍커풀도 하고 코도 한 엄마지만 얼굴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이제 그 엄마가 아니란 걸 알았어요
어떻게 해도
나를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던 그 엄마로 돌아갈 순 없단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내 입이 변한건지, 엄마 손 맛이 변한건지
엄마가 해주는 음식도 예전 그 음식이 아니었구요.
깨어진 꽃병은 아무리 붙여도 안깨졌던 것처럼은 안되더군요
나는 13살에 엄마를 영영 잃어버렸나봐요.
가끔은,
엄마가 예전에 해주던 음식이 너무 먹고싶어요
그런데 어디서도 그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요
내가 찾는게 나의 잃어버린 엄마인지 음식맛인지..
다시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게 있다는거,
그게 엄마라는 게 참 슬픈 날들이 한 번씩 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