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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가 가출을 했는데

삼십년 전 조회수 : 6,675
작성일 : 2016-06-27 12:07:04

엄마가  이혼 후 우리랑 살다가 정분이 나서

학교 다녀오니 모든 세간 살이를 다 싹 들어가고

집을 나갔어요

전세금까지 빼가지고..


그 덩그렇던 방을 꿈인 듯 생시인듯,

눈물도 안나고 멀뚱거리며 바라보던 내가 생각나네요

한동안은 엄마 찾는다며 이곳 저곳 아빠와 함께 다니던 생각도 나네요.


아빠가 다시 우리를 받아주어

새엄마와 살게 되었는데

하루 아침에 엄마쪽 친척들이 싹 다 세트로 바뀌었어요

엄마와 함께 사라진 친척들

새엄마와 함께 나타난 낯선 사람들


꿈 같았어요.

어느 것이 현실인지, 무어가 꿈인지...


엄마가 가출한 다음 좀 있다 사진첩을 보니

사진마다 엄마 얼굴이 오려져 있었습니다.

오빠와 함께 사진에 앉아 있던 엄마의 반쪽이 잘려나갔었어요.


엄마는 내 인생에서 그렇게 사라졌네요..

내 사전에 이제 엄마는 없다..그렇게 생각하며 한 번도 그리워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십 년 만에 엄마를 다시 만났는데

쌍커풀도 하고 코도 한 엄마지만 얼굴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이제 그 엄마가 아니란 걸 알았어요

어떻게 해도

나를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던 그 엄마로 돌아갈 순 없단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내 입이 변한건지, 엄마 손 맛이 변한건지

엄마가 해주는 음식도 예전 그 음식이 아니었구요.


깨어진 꽃병은 아무리 붙여도 안깨졌던 것처럼은 안되더군요

나는 13살에 엄마를 영영 잃어버렸나봐요.


가끔은,

엄마가 예전에 해주던 음식이 너무 먹고싶어요

그런데 어디서도 그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요

내가 찾는게 나의 잃어버린 엄마인지 음식맛인지..


다시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게 있다는거,

그게 엄마라는 게 참 슬픈 날들이 한 번씩 오더군요.




IP : 50.137.xxx.131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6.6.27 12:15 PM (222.232.xxx.69) - 삭제된댓글

    아유. 정말 나쁜 엄마네요. 인연을 끊으세요. 엄마라는 소리 들을 자격도 없네요.

  • 2. 세상에
    '16.6.27 12:23 PM (223.62.xxx.23)

    지금에서야 담담히 이런 글을 쓰신다지만
    13살 그당시에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빠랑 같이 살던것도 아니고
    이혼후 아이들이랑 따로 살면서
    전세금에 살림까지 들고 나가다니
    참말로 미쳤네요~
    남겨질 새끼들이 눈에 안밟혔는지원..
    원글님 혹시 결혼하셨나요?
    아이까지 있다면 엄마가 더 이해안될껍니다
    내속으로 낳은 내새끼들 버리고
    떠날 정도면 지금 인연 끊으시는게 좋아요
    나중에 늙어서 님한테 의지하기 전에요

  • 3. 아휴
    '16.6.27 12:31 PM (223.62.xxx.105)

    엄마도 아니네요.
    그저 잊고 혼자만 행복하게 사세요~
    누구도 의지하지마시고요
    혹 임신중이신지 모르겠지만
    혼자있지마시고 쇼핑도 하시고 누구보다
    행복하세요^^~

  • 4. 이제
    '16.6.27 12:35 PM (1.238.xxx.210)

    살림 전부에 전세금까지 빼서 집 나갔다니..
    그럼 길바닥에 나앉으란 얘긴가...
    정말 독한 사람이네요..
    좋게 좋게 말해서 전남편에게 맡기고 새출발한것도 아니고..
    만날 이유가 없어 보이네요.
    엄마 음식에 엄마 사랑에 허기 느끼지 마세요.
    세상엔 독약만큼이나 무서운 음식이 있답니다..
    엄마에 대한 허기로 관계 잇지 마셨음 해요.

  • 5. 글이
    '16.6.27 12:50 PM (220.76.xxx.253)

    너무 슬퍼요.가슴이 미어지네요.

  • 6. 이제
    '16.6.27 12:57 PM (182.215.xxx.17)

    아이를 키울수록 더 미워지고 이해안되서 힘들었어요
    담담히 쓰셨지만 많이 힘드셨을꺼에요 잘 성장했고
    대견하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주세요

  • 7. ....
    '16.6.27 12:58 PM (203.255.xxx.49)

    깨어진 꽃병...
    레트 버틀러가 딸이 죽은 후 스칼렛한테 한 말이죠.

  • 8. 지인
    '16.6.27 12:58 PM (223.62.xxx.61)

    엄마가넷을 낳고 집을 나갔답니다
    성인이 되어서 다시 만났는데 자식들중에 어째 성공한 사람이 없냐며 한소리 했답니다.
    그러면서 너희는 넷이니까 외롭지 않았을꺼라고...--;;
    자식 버리는 사람들은 보통멘탈ㅇ 사람들이 아닐거에요

  • 9. ...
    '16.6.27 1:05 PM (175.121.xxx.16) - 삭제된댓글

    집나간건 언제고
    왜 다시 찾아왔대요???
    참 이기적이네....

  • 10. 원글
    '16.6.27 1:09 PM (50.137.xxx.131)

    앗..레트버틀러!!
    중학교시절 밤을 새고 읽던 소설 속 그 멋진 남자!!!!

    그러나, 저는 엄마를 용서했네요.
    이년 전 쯤, 꿈에서 엄마가 환한 옷을 입고
    젊은 모습으로 나와서 환하게 웃는데 너무나 이쁘고 맘이 좋아서
    '엄마 이쁘다' 하며 엄마의 날씬한 허리를 쏙 안아주던 꿈을 꾸었는데
    그 뒤로..아 내가 엄마를 용서했구나..싶었어요.

    그냥 인간으로서 불쌍해서요.
    많은 세월이 지나고 나니
    시시때때로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하고 욕망을 품는 나는
    또 얼마나 그와 다른가 싶어요.

    하지만, 그 관계가 깨어진 것은 아직도 슬퍼요.

    남들은 그런 엄마 진짜 나쁘다고 하지만
    한번만이라도 엄마 품에 안겨서 대성통곡하고 울고
    토닥토닥 손길 한 번만 받으면
    돌아가신 후에라도
    여한이 안남을거 같아요.



    지금 엄마는 항암중이라..아마 기회가 없지 않을까 싶어요.

  • 11. 슬퍼요
    '16.6.27 1:35 PM (223.62.xxx.192)

    항암중이라고 마음 약해지지마시고
    찾아가지마세요
    그 어린것들을 야멸차게 내친x을
    왜 용서하시나요... 먼저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도
    안하는사람을...
    맘편하게 용서하고 보내주지마세요
    죽는날까지 자기가 한짓을 후회하고
    죽을때까지 가슴에 한이 남게하세요

  • 12. ㅇㅇ
    '16.6.27 1:39 PM (223.33.xxx.159)

    전세금까지 들고 튄 엄마..차라리 짐승이면 그런 짓 못하지
    ㅠㅠ 님 행여 병원비 보태는 짓 하지마세요
    그돈 원글님 애한테 쓰세요

  • 13. 큰사람
    '16.6.27 1:54 PM (116.36.xxx.198)

    용서가 얼마나 마음이 큰 사람이 할 수 있는건데..
    원글님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네요.
    저는 종교를 가지고 있어도 참 어려운데요.

    예전의 엄마가 그립지요.
    전 엄마랑 사이가 좋지않은데(통제가 심했고 정이 없었어요) 늙어가는 엄마를
    보며 아..엄마도 완벽하지 않고 실수투성이구나 느껴요.
    음식도 짜고.. 어릴 적엔 정말 완벽한 줄 알았거든요.
    친구랑도 얘기해요.
    우리들 엄마가 예전 엄마가 아니라구요.
    하지만 그래도 그리워지겠죠.
    지금의 엄마도 엄마니까요.
    원글님..
    토닥토닥...워ᆞ
    토닥토닥..
    기운내요.
    엄마도 지금 마음 속으로 원글님께 미안해하고
    계실겁니다. 너무너무 염치없어서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하고있지않을까요.

  • 14. 사랑
    '16.6.27 2:14 PM (58.233.xxx.33)

    원글님...

    얼마나 힘드셨을지요

    그래도 엄마를 용서하셨다니 정말 훌륭하시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사실 용서가 자신을 살게 하고 놓아버리는 것인데 참으로 어

    려운 것이지요

    저도 요즘 친정 아버지를 용서하려고 노력중이예요

    평생 가족에게 상처준 아버지를 너무나도 미워하다가 지쳐

    서 돌아보니 제가 저를 괴롭힌 것 밖에는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간절히 바란답니다

    아버지를 용서하고 마음의 평화가 오기를...

    그걸 해내신 원글님 대단하시고 항상 행복하시기를 바랄께

    요~

  • 15. 원글
    '16.6.27 2:41 PM (50.137.xxx.131)

    용서가....저를 위한거니깐요.
    간담이 타들어가는 미움과 원망으로 내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어요.
    본질적으로 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순덩어리 인간이고요.
    용서한건 후회없어요.

    그러나 저에겐 약한 우울증이 있는거 같아요
    때떄로 찾아오는 무기력감, 좌절감, 죽음에 대한 욕구가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그리고 회복의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씩은 아직도 빠지는 구멍에 또 빠지곤 해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나만 바라보고 있는 애들 있으니
    또 나라도 가치있는 삶을 살아보자 ..하고 겨우 일어나요.
    그러나,,내가 상처받았던 그 방식대로 아이들에게 답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또 무너지곤 하죠

    슬플땐 그냥 슬퍼하려고요.
    어린 내 모습도 슬퍼하고, 엄마아빠없이 자란 나도 슬퍼하고,,
    그게 ㄴㅐ 삶을 잡아먹지 않을정도로 하고 일어나려고요
    예전엔 그냥 숨기고 없는 척만 했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슬픈 생각에 눈물이 또르르 흐르길래,,
    나누고 싶어 들어왔어요
    익명이란게 참 좋네요
    친구라도 한 얘기 계속 또 하긴 그러니깐요..

  • 16. 원글
    '16.6.27 2:43 PM (50.137.xxx.131)

    참 어디선가 본 글인데요,
    용서란....팽팽하게 당겨진 줄다리기의 한쪽 끝을 놓아버리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난 그냥 놓고 가고 싶었어요.

    지금은 이렇게 외국에서
    끈 끊어진 연처럼 있는게 좋으네요
    또 돌아가야 하지만요..

  • 17. 세상에
    '16.6.27 3:06 PM (124.51.xxx.59)

    어찌 자기애들. 세간살이며
    전세금까지 탈탈 털어갈수 있는 멘탈
    보통 인간은 아니무니다. 애두고 집나갈수는 있어도
    애들 발가벗겨. 나앉게 하지는 않는데 정말 대단한 엄마네요

  • 18. 원글
    '16.6.27 3:11 PM (50.137.xxx.131)

    참, 용서를 했다고 해도
    사랑이 철철 솟진 않아요 당연히
    그냥 미워하지 않는 것만으로 만족이에요.

    가볍게 엄마! 뭐 먹었어? 같이 쇼핑갈까?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명랑하게 전화하는 모녀관계 ..저한테는 없는거죠
    열세살 이후로 주욱.
    그게 당연한 거라 여기지만요 이제는,
    그게 좋은건 또 당연히 아니니까요

  • 19. ㅇㅇ
    '16.6.27 3:41 PM (222.232.xxx.69) - 삭제된댓글

    참 잘 크셨네요. 우리 딸도 이렇게 컸으면...

  • 20. ..
    '16.6.27 4:11 PM (61.79.xxx.182)

    남편과 사이가 좋다면 남편 의지하며 사세요 정상적인 가정도 엄마 일찍 돌아가셔도 잘 사는 딸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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