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그렇긴 한데요. 사실이거든요. 제가 고등학교때 위경련이 심해서 당시에 좀 많이 괜찮다는
소화기내과 전문병원에 입원을 했었어요. 대학병원 같지도 않고 종로 한 복판에 숨어있는 곳이에요.
2인실이었는데 제 옆 침상에 모 그룹 회장님의 사모님이 입원을 하셨어요. 대기업인지는 모르겠어요.
재산이 엄청나다는 것만 들었어요. 전 계속 내과적인 치료를 받고 회진을 도는데 그 분은 의사가 거의
오지 않고 어쩌다가 와서 괜찮냐고 컨디션은 어떠냐...이 정도만 묻는 거에요. 제가 열흘 정도 입원한 동안
그분은 링거만 맞고 병원식은 안 드시더라구요. 알고 보니 체중관리하려고 입원하신 거래요. 늘 그랬듯이. ㅠㅠ
80킬로 정도 나갔던 걸로 기억하구요, 연세도 있으셔서 70세 좀 넘으셨는데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 운동은
못 하겠고, 식이요법의 최고봉인 수액다이어트를 하시더군요. 비서나 아들인 사장 내외과 매일 와서
병원 밥은 안되니 뭘 먹을만한 걸 사와라...호떡도 백화점 것만 드시고, 일일이 집에서 손수 만든 음식을
조금씩 드시면서 일주일 동안 10킬로 정도 감량하시고 퇴원하셨어요. 물론 쌩으로 굶으신 건 아니었죠.
원장이 직접 와서 식사를 드시라...드시면서 해라...그래도 아니다, 수액만 맞겠다. 신경쓰지 마라 이럼서...;;;
혼자 계시면 쓸쓸하다고 2인실로 했다네요. 말벗도 필요하다고...ㅋㅋ (전 옆에서 얼마나 피곤했는지..ㅠㅠ)
암튼, 그 분은 재벌가 사모님으로 살아온 인생을 두런두런 얘기해주셨고, 귀에 못이 박히게 여자는 이뻐야되고
아들을 꼭 낳아야 된다고 블라블라...;; 며느리는 거의 종처럼 부리시는데 매운탕이 간이 안 맞는다고 잔소리...;;
수액 맞으시면서 꼭 그런 음식은 왜 드시는지, 다행히 폭식은 안 하시더라구요. 전 위가 안 좋으니 저야말로
못 먹고 미음에서 죽 정도 먹었어요. 그분도 퇴원할 무렵에는 보식으로 돌려서 죽 드시면서 경과 보다가 밥으로
넘어가니 퇴원하셨어요. 아마도 특실에 혼자 계시면 못 참고 먹을까봐 그러신 것 같았어요. 암튼 생각할수록
신기한 건 그렇게 단순히 살을 빼고자하는 분을 위해 입원장을 줬던 그 병원도 이해가 안 갔고 심심하면 그렇게
입원하셔서 체중을 빼고 댁에 돌아가신다고 하더라구요. 집에서 가져온 음식들은 초호화 최고의 요리들만 줄줄...
전 위가 아프니 입도 못 대보고..ㅎㅎ 암튼 신기했어요. 시어머니가 부르면 찍 소리도 못하고 사장 내외가 와서
수발 들고 비서들이 와서 무슨 보고 같은 거 하고...전 보기 드문 구경을 한 셈이죠. 그런데 그 다이어트가 뭔지
피부는 엄청 고와지시더라구요. 신체 건강한 젊은 사람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아마 입원 안 시켜줄 것 같은데
병원장하고 친분이 있었던 건지 그렇게 늘 관리를 하신다는 말에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했네요. ㅎㅎ
지금 저더러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차라리 운동을 택하겠어요. 지금도 매주 하고 있구요. 그랬었다구요. ;;;
대단한 사연은 아니지만 그때는 어려서였는지 참 뇌리에 박히더군요. 의료보험은 되나 이런 생각 하면서...;;;;
오늘 고도비만이나 뭐 그런 글이 많이 올라와서 든 생각인데 외모도 물론 중요하고 비만관리도 필요하긴 합니다.
그런데, 음식을 즐기거나 과식이나 폭식이 습관이 된 분들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더라구요. 지병이 있든 없든.
그냥 타고난 대로 살되, 건강을 잃지않을 정도로만 관리하는 게 좋겠다싶어요. 비만인들이 포만감을 늦게 느낀다네요.
저도 좀 그런 편이에요. (뭐 자랑이라고...ㅎㅎ) 그래도 운동하면 관리되는 수준이라 그나마 다행인 거죠. 굿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