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야심한 밤에 잠 안 자고 일하다 요새 82에 다이어트에 대한 얘기가 특히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
저도 한 마디 보태고 싶은 생각에 인적 드문 시간에 새 글 올립니다.
다이어트와 관련해서 많이 보는 질문은 '얼마만에 얼만큼 뺄 수 있나요?', '무슨 운동하면 살이 빠지는 데
도움이 되나요?'와 같은 체중의 감소, 특정 운동의 다이어트에 대한 영향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요.
많은 일상의 이슈들이 사실은 인생관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다이어트 역시도 거창하게 말하면 인생관,
또는 삶의 방식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즉,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는 삶을 선택하느냐,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지는 못하지만 다른 것을 추구하느냐의 문제인 것이죠.
저는 용모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라 예전에 직장에 다닐 때는 '**(제 이름)씨, 립스틱이라도
좀 발라요. 인생 포기한 사람 같아요.' 이런 말을 저를 아끼는 동료로부터(표현이 다소 과격하지만, 저를
염려했던 진심이 있는 좋은 동료였어요. 심술 궂은 친구 아니고) 듣기도 했습니다.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도 음식물 쓰레기를 마음 편히 버리러 간다는 점에서 저는 지금도 용모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소한 다른 사람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가 저한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거죠.
그렇게 용모에 무관심한 제가 다이어트를 하게 된 건 70킬로그램이 넘었기 때문이었는데, 그전에 60킬로
전후 했을 때는 뭐 그럴 수도 있지 싶었는데 70킬로그램이 넘으니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에
다이어트를 하게 됐습니다.
가장 원론적인 적게 먹고, 운동하기를 했구요. 이같은 방식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즉, 저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는 삶을 포기한 대신, 먹고 싶은 것은 적당히 먹되 열량과 섭취 시간 등을 고려해 조절하는
삶을 선택했구요. 지금도 남들은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저만 만족하는 다이어트 효과를 발견하는 기쁨으로
다이어트 중입니다. 아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기 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삶을 계속하고 있고, 이런 삶의
방식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남들은 관심도 없는, 제게 그런 게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쇄골, (보여줄 수도 없는) 내천자 복근,
탄탄한 다리 같은 게 중요해졌거든요. 그러니 순전히 자기 만족으로 먹고 싶은 것은 실컷 먹지 못하고 맛만
보고, 늦은 밤 치킨 광고를 눈으로만 봐야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그대로 살고 있는 거죠.
다시 첫번째 질문으로 돌아가서 어느 기간동안 얼만큼의 체중을 뺄 수 있는가? 어떤 운동이 다이어트에 가장
효과적인가 하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일단 어느 기간동안 얼만큼의 체중을 뺄 수 있는가? 가능합니다.
물만 안 먹어도 체중 몇 백 그램은 쉽게 빠지니까요. 그런데 그 체중이 빠졌다고 예뻐지느냐는 별개죠. 참,
70킬로그램 이상에서 시작한 제 체중은 현재 50킬로그램 중반을 유지 중이고, 여전히 체중의 하향세는
유지 중입니다. 한 10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제 체중은 1.5킬로그램 정도만 줄어들었는데 그때의 몸매와
지금의 몸매(쿨럭 이렇게 불러도 될지)는 많이 다릅니다. 몸의 부피가 다르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근육량이 늘고 지방이 줄면 확.실.히 몸의 부피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겨우 우겨 넣었던 바지를 가볍게 입는
맛에 다들 다이어트에 중독되는 거겠죠. 그러니까 결혼, 친척 회갑, 동창회, 동문회 등 특정한 이벤트를
겨냥해 급하게 체중을 빼면(이건 다이어트가 아니라 수분을 빼는 거죠. 급하게) 숫자가 줄어서 자기 만족이
될 수는 있어도 부피는 그대로이므로 옷태가 좋아지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눈이 퀭해지겠죠.
어떤 운동이 다이어트에 도움되는가? 너무나 잘 알고 계시겠지만 다이어트 자체가 '식이'라는 뜻입니다.
운동은 몸을 단련하기 위해 하는 거죠.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으면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몸이 튼튼해질
뿐 날씬해지지는 않습니다.
일단 적게 드시고 무엇이 됐건 지금 궁금한, 혹은 접근성이 좋은 운동을 당장! 시작해서 꾸준히! 즐겁게!
하세요. 그러다 보면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가볍고, 붓기가 빠지고, 옷이 헐거워지고, 계단을 오를 때
몸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으면서 어느날 쇼윈도우에 비치는 자기 모습이 촘! 날렵해 보이는 환희를
맛보게 되실 겁니다.
저는 다이어트 초기에 한약을 먹고 입맛을 떨어뜨렸어요(다행히 운이 좋아서 부작용 없이 식사량이
줄어들었구요. 지금은 물론 다 살아나서 식욕과의 전쟁을 맹렬히 진행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동네 산책, 요가, 필라테스 등의 운동을 했고, 지금은 요가를 일주일에 4회 이상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다이어트를 지금까지 십 년도 훨씬 넘는 시간동안 해오고 있구요. 멋진 할머니로 늙고 싶어서 앞으로도
열심히 운동도 하고, 식이도 신경쓰며 살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속옷을 입고 풀메이크업을 한 여성이 외출할
때는 차도르를 입고 나가는 장면이었어요. 결국 외모는 자기 만족이라는 게 그 동영상의 주제였는데요.
저한테는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내가 내 몸에 만족하느냐가 저한테는
더 중요한데요. 모든 사람이 다이어트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막연히 지금 내 체중은 너무
큰 숫자라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일단 몇 킬로를 빼서 체중을 말할 때 부끄럽지 않도록 하는 게 다이어트의
목적이 되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의지력이 아주 강한 분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맛있게 (실컷) 먹고,
몸매도 멋있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하건 자기가 즐거우면 그만입니다. ^^ 건강과 건승을 기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