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실시하는 맞춤보육 관련해서 글을 쓰면 늘 그렇듯이 자녀를 다 키우신 분들은 '세금 축내지 말라'는 류의 댓글을 다실 것이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서 씁니다.
저는 육아휴직 중인데 휴직 중에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으로 인해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을 했어요.
복직하면 주말부부를 해야하는데, 아이도 어린데 주말부부는 절대 하기 싫어서 다른 진로를 찾기 위해 수험생활 중이에요.
그래서 현재 오전에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베이비시터께서 점심에 아기를 데려와서 봐주십니다.
하루종일 할머니뻘 어른이랑 단둘이 있는 것은 너무한 것 같아서 어린이집 보내고 있습니다. 또래들과 서너시간 어울려 놀다 오는게 아이에게 더 즐겁기도 하고요. 어린이집의 오전시간에는 교사가 마련한 놀이프로그램을 진행하니깐요.
그런데 저같은 수험생들은 이제 종일반 대상이 아니네요. 어차피 베이비시터 있으니 종일반에서 맞춤반으로 바뀌어도 상관없을 것 같지만요, 하루종일 못맡기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이 제도로 인해 보육교사들이나 아이들도 피해를 볼 것 같아요.
만약, 현재 원아 중 '맞벌이 자녀가 6 : 비맞벌이 자녀가 4' 이라서 보육지원료 '10'이 나오던 것이 '8'이 나오게 된다면, 원장들 같은 경우 사업가니깐 줄어든 지원료만큼 어떻게든 이익을 남기려고 하겠죠. 보육교사의 노동력을 쥐어짜서 급여를 줄이던가 원아들에게 사용하던 비용을 줄이는 등으로요. 지금 현재 아이를 보내고 있는 비맞벌이 부모에게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라고 얘기하는 곳도 있습니다. 비맞벌이 부모의 자녀들은 매출에 도움이 안되니깐요.
제 주변의 어린이집들에는 직장맘이라해도 아이를 저녁까지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종일반 사용하는 사람은 10%도 안되어요. 맞벌이 부모들도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저녁까지 지내는 거 괴롭다는 것을 알기에 대부분 하원도우미나 조부모님께 맡깁니다.
차라리 초등학교처럼 어린이집을 100% 정부에서 운영하고, 비용을 시간당 비용으로 지불하게 하면 좋겠어요. 어린이집에 보내는 거 엄마가 쉬고 싶어서 보내는 것만은 아니에요. 핵가족화에 이웃들과 교류도 없는 주거문화에서 또래들과 어울리게할 중요한 통로이기 때문에 보내는 거에요. 2돌 3돌도 안된 아기들을 학원을 보낼수도 없고 놀이학교 같은 월 100만원짜리 기관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무리죠.
그리고 저같은 주부 수험생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아기 낳고 경력단절되었지만 어떻게든 재취업을 해보고자 자격증을 공부하거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등 아이 맡겨놓고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는 주부들 많아요. 저도 항상 수면부족이라 면역력 떨어져서 온갖 염증을 달고 삽니다. 눈꺼풀 염증으로 인한 안구건조증, 역류성식도염, 중이염, 결막염, 축농증...모두 최근 1년간 걸린 질병입니다.
각설하고, 정부에서는 늘 경력단절녀를 위한 일자리 창출 어쩌고 얘기하지만 경력단절녀에게 정말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재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입니다.
노동력과 세금 낼 인구 줄어드니깐 애 많이 낳으라고 낳기만 하면 정부에서 전폭 지원해주겠다고 말할 땐 언제고
정말이지 실망스럽네요.
그리고 내가 아이 키울 땐 못받은 혜택 요즘 아기 엄마들이 받는다고 요즘 젊은 엄마들 애 너무 쉽게 키운다고 비난하시는 분들은 본인이 나라와 재정적자를 걱정하는 거라고 명분을 내세우시더군요.
그런데 그건 국가 걱정이 아니라 정부 걱정 아닌가요? 국가가 곧 국민이잖아요. 아이들과 그 부모들과 같은 국민의 구성원을 걱정안해주시고 정부 걱정은 해주시다니, 정부가 복지를 줄이겠다는데 앞장서 옹호하는 모습들이 괴기스럽습니다. 복지제도라는 거 만들어질 때는 많은 사람들의 투쟁이 필요하지만 없어지는 건 너무 쉽네요.
보육제도 말고도 1,20년 전에는 없던 복지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무료로 해주는 건강검진항목들, 실업급여제도,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 등, 근데 왜 하필 보육제도만 늘 공격의 대상인지...
보육제도가 수정되면 본인이 낼 세금이 줄어들거라는 기대를 하고 계시는건가요? 아니면 본인을 위한 복지가 시행될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남의 확실한 행복을 막아 본인의 불확실한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