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십년전 그 때 말입니다.

그땐 그랬지 조회수 : 1,477
작성일 : 2016-06-08 14:59:19

작은 녀석 태어나기 두달전에 1기 신도시로 내집마련해서 꿈에 부풀어 입주했지요..

아파트만 덜렁 지어놓고 버스도 몇대 없고...

황량하던 그 곳에

이사온 사람 모두 마음이 쓸쓸하고 사람이 그리워서

눈만 마주치면 웃어주고 반가워했던 것 같아요...

작은 녀석 태어나고 큰녀석은 유치원에 다니고...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그 때 우울증이었던 것 같아요

날 여기다 데려다 놓고 너만 매일 서울로 가는구나.. 하면서 남편을 원망했지요.

남편은 아홉시전에 퇴근하는 날이 정말 가물에 콩나듯 했구요

주6일 근무였지요..


16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여기서 떨어지면 모든 게 끝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그렇게 육아에 지치고..생활에 지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 큰애가 입학하고 알게 된 '동네엄마'들...

아침이면 학교보내고 세수만 겨우하고 모여서 커피마시고 작는 녀석들 놀게 해주고

차있는 엄마 차타고 마트도 다니고...

심지어 장도 같이 봐서 저녁메뉴도 함께 만들어 나눠가지고 집에가고...

대보름날은 나물 두가지씩 해서 서로 나눠 가져가고...

그래도 마음을 못잡는 저를 위해 작은녀석 봐줄테니 바람쐬고 오라고 내보내주고...

애들하고 엄마들하고 수영장도 가고 - 여기 간다고 새벽부터 튀김기 가지고 모여서 닭튀기던 생각이 나네요

누군가의 할아버지댁에 단체로 놀러 갔다 오기도 하고..

나 오늘 가구를 좀 옮기고 싶다면 모두 달려가서 같이 해주고..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심할 수도 있는  생활을 한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 사회성이 떨어져고 사람많은 걸 기피하게되어서 현재의 저는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

그래도 그 동네엄마들이 아니었다면 전업으로 머물러 육아와 살림에 시달리는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몰려다니며 시끄럽기도 하고 의미없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그 때 그 동네엄마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IP : 175.194.xxx.21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맞아요
    '16.6.8 3:03 PM (110.8.xxx.113)

    동네엄마들 고마운 사람들이죠~ 육아동지이고 함께 육아우울증을 헤쳐나온^^
    여왕벌 그리고 다 수그려 이런 모드가 되지 않게 서로서로 배려하면 좋을 것 같아요

  • 2. MandY
    '16.6.8 3:40 PM (121.166.xxx.103)

    저도 신도시에 큰아이 4살 작은아이 갓난쟁이 정말 힘들었을때 만난 동네친구 아직도 내 형제같이 잘 지냅니다 그때 생각나서 흐뭇하기도 하고 그때도 지금도 고마워서 눈물겹네요^^

  • 3. 엄훠 무슨 말을 그렇게...
    '16.6.8 5:45 PM (211.219.xxx.135)

    자학하시나요???

    그게 대한민국 근대 사회 문화의 근간이었는데.

    몰려다니며 시끄럽기도 하고 의미없기도 했겠지만... 라뇨........절대 아닙니다.


    그런 아줌마들의 힘이 얼마나 건강하고 강하고 끈질긴 생명력이 있으며 긍정적이어서 많은 아이들을 키워냈잖아요?
    야근에 쩌들어 배고프니까 회사 근처에서 늦게 치맥먹고 오는 남편이 애들을 위해요? 맞벌이에 동동동 하루하루 숨어넘어가기 직전까지 몰리는 맞벌이맘들이 사회를 풍족하게 만들겠어요?


    한국사회 근간에는 저변에 깔린 전업들의 역량 발휘가 정말 어마하게 크고 폭넓은데 사회에서 아직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남성중심 마초 사회예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84109 백종원 호텔사업까지 하네요 56 .. 2016/08/09 24,593
584108 폭염이어도 산속은 시원한가요? 14 .... 2016/08/09 2,354
584107 요즘 자개 공예품은 어디서 파나요? 5 자개 2016/08/09 1,017
584106 예전에 집을 보러 갔는데 ㅜㅜ 2016/08/09 946
584105 2g폰 사용자인데 스마트폰 배워서 남미여행 2 무식 2016/08/09 642
584104 17살 강아지 보낸분 이야기를 보고. 14 우리아이 2016/08/09 2,603
584103 대마씨 1 kg을 샀는데 어떻게 먹어야 할지.. 5 ..... 2016/08/09 1,508
584102 요즘엔 예쁜애들이 잘 안보이네요. 36 ........ 2016/08/09 4,230
584101 린스 대용량 사서 쓰시는분 8 지혜좀 2016/08/09 2,223
584100 리오 올림픽 사상최악 불황인것같아요. 39 썰렁 2016/08/09 16,187
584099 사춘기때조차 부모에게 반항 한 번 없었던 자녀 있나요? 11 궁금 2016/08/09 2,104
584098 한글 2007에서 특수문자 질문이요 2 컴초보 2016/08/09 732
584097 이놈의 전기요금 누진제 11 망했어요 2016/08/09 2,069
584096 자라나는 손톱은 죽은세포인가요? 2 궁금 2016/08/09 1,134
584095 유도 안창림선수 정말 잘생겼네요 2 잘생김 2016/08/09 1,205
584094 항암치료중인 시아버님을 위해서 무엇을 할수있을까요? 14 힘내세요 2016/08/09 3,094
584093 무식한 질문같은데요^^계량기 어떻게 확인하죠?? 11 ㅇㅇㅇ 2016/08/09 1,506
584092 해외에서 잠시 공부해보고 3 ㅇㅇ 2016/08/09 891
584091 요즘 날씨에 보성 녹차밭 가보신분 계실까요? 11 aaaa 2016/08/09 1,919
584090 곧 이사갈건데 에어콘설치 고민중이예요. 4 ㅡㅡ 2016/08/09 959
584089 자녀 고3때 쯤이 엄마 갱년기 아닌가요? 10 입시 2016/08/09 2,386
584088 우리집은 에어컨 켜놨는데 아래윗집은 안키면 전기가 더 많이 닳나.. 35 에어컨 2016/08/09 6,330
584087 병적으로 물건을 줏어오는 친정엄마 고칠 방법이 없을까요? 18 엄마제발 2016/08/09 4,092
584086 오랜만에 미국 친척집 과 친구네 가는데 선물 추천해 주세.. 7 미국방문 2016/08/09 895
584085 목동근처 한달정도 숙소 4 서울숙소 2016/08/09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