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십년전 그 때 말입니다.

그땐 그랬지 조회수 : 1,494
작성일 : 2016-06-08 14:59:19

작은 녀석 태어나기 두달전에 1기 신도시로 내집마련해서 꿈에 부풀어 입주했지요..

아파트만 덜렁 지어놓고 버스도 몇대 없고...

황량하던 그 곳에

이사온 사람 모두 마음이 쓸쓸하고 사람이 그리워서

눈만 마주치면 웃어주고 반가워했던 것 같아요...

작은 녀석 태어나고 큰녀석은 유치원에 다니고...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그 때 우울증이었던 것 같아요

날 여기다 데려다 놓고 너만 매일 서울로 가는구나.. 하면서 남편을 원망했지요.

남편은 아홉시전에 퇴근하는 날이 정말 가물에 콩나듯 했구요

주6일 근무였지요..


16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여기서 떨어지면 모든 게 끝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그렇게 육아에 지치고..생활에 지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 큰애가 입학하고 알게 된 '동네엄마'들...

아침이면 학교보내고 세수만 겨우하고 모여서 커피마시고 작는 녀석들 놀게 해주고

차있는 엄마 차타고 마트도 다니고...

심지어 장도 같이 봐서 저녁메뉴도 함께 만들어 나눠가지고 집에가고...

대보름날은 나물 두가지씩 해서 서로 나눠 가져가고...

그래도 마음을 못잡는 저를 위해 작은녀석 봐줄테니 바람쐬고 오라고 내보내주고...

애들하고 엄마들하고 수영장도 가고 - 여기 간다고 새벽부터 튀김기 가지고 모여서 닭튀기던 생각이 나네요

누군가의 할아버지댁에 단체로 놀러 갔다 오기도 하고..

나 오늘 가구를 좀 옮기고 싶다면 모두 달려가서 같이 해주고..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심할 수도 있는  생활을 한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 사회성이 떨어져고 사람많은 걸 기피하게되어서 현재의 저는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

그래도 그 동네엄마들이 아니었다면 전업으로 머물러 육아와 살림에 시달리는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몰려다니며 시끄럽기도 하고 의미없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그 때 그 동네엄마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IP : 175.194.xxx.21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맞아요
    '16.6.8 3:03 PM (110.8.xxx.113)

    동네엄마들 고마운 사람들이죠~ 육아동지이고 함께 육아우울증을 헤쳐나온^^
    여왕벌 그리고 다 수그려 이런 모드가 되지 않게 서로서로 배려하면 좋을 것 같아요

  • 2. MandY
    '16.6.8 3:40 PM (121.166.xxx.103)

    저도 신도시에 큰아이 4살 작은아이 갓난쟁이 정말 힘들었을때 만난 동네친구 아직도 내 형제같이 잘 지냅니다 그때 생각나서 흐뭇하기도 하고 그때도 지금도 고마워서 눈물겹네요^^

  • 3. 엄훠 무슨 말을 그렇게...
    '16.6.8 5:45 PM (211.219.xxx.135)

    자학하시나요???

    그게 대한민국 근대 사회 문화의 근간이었는데.

    몰려다니며 시끄럽기도 하고 의미없기도 했겠지만... 라뇨........절대 아닙니다.


    그런 아줌마들의 힘이 얼마나 건강하고 강하고 끈질긴 생명력이 있으며 긍정적이어서 많은 아이들을 키워냈잖아요?
    야근에 쩌들어 배고프니까 회사 근처에서 늦게 치맥먹고 오는 남편이 애들을 위해요? 맞벌이에 동동동 하루하루 숨어넘어가기 직전까지 몰리는 맞벌이맘들이 사회를 풍족하게 만들겠어요?


    한국사회 근간에는 저변에 깔린 전업들의 역량 발휘가 정말 어마하게 크고 폭넓은데 사회에서 아직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남성중심 마초 사회예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4374 여자의 비밀.. 3 ㅡㅡㅡㅡ 2016/09/09 1,618
594373 사교육 단 한개도 안시키고 초연하게 사는분 계신가요? 12 kkk 2016/09/09 4,196
594372 압구정동 유방전문병원 김미*유크리닉 망했나요? 6 압구정동 2016/09/09 3,057
594371 마이웨이 진종오 선수편 보다가 이분 성격 어떻게 보이세요.?? 7 ,,, 2016/09/09 3,171
594370 곤약이소화안될까요?매일먹고있어요 2 . 2016/09/09 1,443
594369 Su: 함께 생각하는 젊은여자들이 없는게 문제인거죠(병역문제/결.. 2 cather.. 2016/09/09 1,150
594368 자궁근종..노력으로 줄어들수 있을까요? 8 ㅜㅜ 2016/09/09 5,152
594367 친구,지인 다 필요없는듯.. 8 진짜 2016/09/09 5,356
594366 이런경우 어떡해야할까요..직장문제 7 2016/09/09 739
594365 부끄럽지만 이혼조정,소송에관해 잘아시는분계시면... 11 이혼 2016/09/09 2,552
594364 전세자금 대출 왜 집주인이 갚는다는건가요??????? 12 어느게진실?.. 2016/09/09 4,677
594363 부동산 공부시작해보려고 하는데,관심지역은 어떻게.... 3 내집사자 2016/09/09 989
594362 유방혹 제거수술 문의드려요 5 겨울바람 2016/09/09 5,688
594361 식당에서 나무젓가락 주면 어때요? 3 2016/09/09 801
594360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는지.. 3 세입자 2016/09/09 420
594359 서울 영등포 지역... 아파트 한 채 파는게 나을까요? 10 아파트 2016/09/09 2,459
594358 와이프탓, 남탓 잘하는 남편 고쳐지나요? 6 82쿡스 2016/09/09 1,883
594357 중딩 수행비중이 대폭 늘어났어요 7 수행 2016/09/09 1,534
594356 무통장입금할때..좀 알려주세요 2 ㅡㅡ 2016/09/09 682
594355 혹시 아파트 옥상에 잔디도 깔아주나요? 3 ........ 2016/09/09 1,142
594354 생오미자 어디서 구입하나요? 7 생오미자 어.. 2016/09/09 775
594353 고3 얼른 끝났으면 좋겠어요 10 .. 2016/09/09 2,090
594352 MRI찍을 때 괴롭지 않으신가요? 18 엠알아이 2016/09/09 4,992
594351 요거트 파우더로 스무디.. 맛있어요~ 5 해피고럭키 2016/09/09 1,584
594350 잠2시간 잔날 수영가는게 좋은가요 안좋은가요.. 1 00 2016/09/09 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