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녀석 태어나기 두달전에 1기 신도시로 내집마련해서 꿈에 부풀어 입주했지요..
아파트만 덜렁 지어놓고 버스도 몇대 없고...
황량하던 그 곳에
이사온 사람 모두 마음이 쓸쓸하고 사람이 그리워서
눈만 마주치면 웃어주고 반가워했던 것 같아요...
작은 녀석 태어나고 큰녀석은 유치원에 다니고...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그 때 우울증이었던 것 같아요
날 여기다 데려다 놓고 너만 매일 서울로 가는구나.. 하면서 남편을 원망했지요.
남편은 아홉시전에 퇴근하는 날이 정말 가물에 콩나듯 했구요
주6일 근무였지요..
16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여기서 떨어지면 모든 게 끝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그렇게 육아에 지치고..생활에 지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 큰애가 입학하고 알게 된 '동네엄마'들...
아침이면 학교보내고 세수만 겨우하고 모여서 커피마시고 작는 녀석들 놀게 해주고
차있는 엄마 차타고 마트도 다니고...
심지어 장도 같이 봐서 저녁메뉴도 함께 만들어 나눠가지고 집에가고...
대보름날은 나물 두가지씩 해서 서로 나눠 가져가고...
그래도 마음을 못잡는 저를 위해 작은녀석 봐줄테니 바람쐬고 오라고 내보내주고...
애들하고 엄마들하고 수영장도 가고 - 여기 간다고 새벽부터 튀김기 가지고 모여서 닭튀기던 생각이 나네요
누군가의 할아버지댁에 단체로 놀러 갔다 오기도 하고..
나 오늘 가구를 좀 옮기고 싶다면 모두 달려가서 같이 해주고..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심할 수도 있는 생활을 한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 사회성이 떨어져고 사람많은 걸 기피하게되어서 현재의 저는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
그래도 그 동네엄마들이 아니었다면 전업으로 머물러 육아와 살림에 시달리는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몰려다니며 시끄럽기도 하고 의미없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그 때 그 동네엄마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