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알리의 추억

쑥과마눌 조회수 : 1,451
작성일 : 2016-06-08 01:45:22

퍼온 글)

어린 시절 집에서 나는무하마드 알리라고 불렸다. 

열혈 복싱팬이었던 아버지께서 아들을 낳고서 바로 무하마드 알리라고 칭하신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걸어 다닐 즈음부터 주먹으로 아버지의 손바닥을 치게 하면서 ‘원투 원투’ 하고 외치게 하셨단다. 

어릴 때부터 배운 타령이니,  제법 내 폼이 그럴 듯 하였나 보다.

할아버지 댁에 내려가며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릴 때면,

아버지께서 네다섯살인 내게 복싱폼을 잡고 손바닥을 치게 하셨단다. 

그러면,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고, 길거리 공연을 보고난 관객들처럼, 

내손에 100원짜리 동전이나 500원짜리 지폐를 주기도 했단다. 

대충 나의 군것질 값은 내가 벌었던 것이다. 

스텝이 특히 좋았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팔을 뻗는 동작이 알리 같다는 관객들의 평이었다고 한다. 

알리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하셨던 아버지가 내게 매일 연습시킨 동작들이었다.

이후로도 지금까지 아버지는 복싱하면 알리였고. 알리 하면 챔피언이었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에게 그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큰소리로 ‘우리 알리’라고 불러오셨다.


내가 아들을 낳았을 때는 그 아들에게 조 프레이저라는 별명을 붙이고,   

늘 조 프레이저, 조 프레이저하고 손자를 불렀다. 

왜 조 프레이저냐고 어머니가 물었을 때, 아버지의 대답은 간단했다. 

무하마드 알리를 이긴 놈이라고. 손자를 안고 이놈이 무하마드 알리를 이긴 놈이라고 그리 하셨다.


지금도 한물간 복싱의 열혈 팬이신 아버지는 

내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찌그러진 냄비 꼴을 해가지고 다니면 한밤중에 전화를 하신다. 

술이 불콰해서 아들을 위로하시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전혀 위로가 안되는 말로 속을 긁어주신다. 

그리고는 “우리 무하마드 알리... 포먼을 한방에 때려눕힌 것처럼, 

사나이 중에 사나이 알리처럼...한방에 말이야...아빠 맘 알지.. 무하마드 알리” 

당신생각에 아들에게 가장 힘이 된다고 믿는 멘트다.

계속 얻어맞고, 몰리고, 구석에 처박혀도 쓰러지지 않다가,    

경기 막판 한방에 포먼을 때려 눕혀 영원한 아버지의 영웅이 된 알리처럼.. 그렇게 기운 내라는 것.

아버지 덕분에 우리 가족에게 무하마드 알리는 아주 친숙한 인물이었다. 

그 무하마드 알리가 사망했다고 한다. 

인종차별과 싸우고, 참전을 거부하고 병마에 좌절하지 않은 알리의 삶을 돌아보며, 

멋진 인간의 삶을 추모하는 많은 말들이 오간다.

나또한 아버지의 영웅이자 나의 애칭이었던, 

우리 부자에게 아주 조금은 특별한 이름...무하마드 알리의 명복을 빌어본다. 

찌그러진 삶에 풀죽어 있을 때 커다란 목소리로 아버지가 나를 부르던 이름 ‘우리 무하마드 알리’를 생각하며...


>>>>>>>>>>>>>>>>>>>>>>>>>>>>>>>>>>>>>>>>>>>>
동생놈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무하마드 알리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나 역시 아빠를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사나이 한 평생..가는 길이, 알리만큼 뜨거웠으랴.

혈연으로 맺혔으나, 이제는 페친으로 서로의 소식을 간간히 전하는 우리 남매는
우연히도 공통의 주제를 발견하고는 백만년만에 보이스톡을 때렸다.

써 놓고 보니, 아빠가 필요이상으로 멋져 보여서 난감한 느낌이라고 해서
나 역시 읽고 보니, 실제이상으로 따스하고 자상한 아빠느낌이라 
이거 뭥미..하고 당황스럽다고 했다.

아빠가 페북 안해서 다행이지
좋아요 숫자보면 기고만장해져
당장에 송금할 용돈액수를 부풀려 수금들어 갈 기세이니
우리끼리 공유하고 묻어 버리자 했다.

전방위 백미터 밖에서 봐야 그립고 다정한 우리 아빠.
사정권 안에 들어 가믄, 옆에 사람 열라 피곤하게 만드는 우리 아빠.
그래서, 슬프기만 할 엄마와 달리
떠나면 자식 가슴에 회한을 남길..끝까지 자식 마음편한 꼴 못 보는 우리 아빠.

알리와 나이도 비슷하고
평생을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들보다도 훨씬 튼튼한 체력의 소유자이며
한번도 살 쪄본적도, 아파본 적도 없는 욕쟁이 복싱팬 우리 아빠.
끝까지 가오잡는 거 좋아하면서 철없이 건강하길..
멀리 살아서 좋은 점만 기억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딸이 퍼와 본다.
IP : 72.219.xxx.6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쑥과마눌
    '16.6.8 1:55 AM (72.219.xxx.68)

    오해영은 당분간 쉬었다 올랍니다.
    저질 체력인 중년의 노구가 계속해서 보고 리뷰 올리기엔 벅차더군요.
    11회까지 보고, 12회는 중계방 댓글로만 보고 패쓰합니다.
    제 몸에 당떨어지는 소리가 만연하더군요.

    좋고, 재미있고, 다양한 인간군상과 겪어 본 사람만이 아는 사랑의 맨얼굴
    모두 공감하지만, 조금 덜 폭력적이고, 조금 덜 주사적이고, 조금 덜 감정적이였음 해서요.

    지난 주까지 찬양일변도였다가 헷까닥하고 마음바뀐거 같아 미안한데..
    보는 시청자가 지친건 사실이니까..당분간 접을라고요

  • 2. 쑥과마눌
    '16.6.8 1:57 AM (72.219.xxx.68)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882074

    이건 예전에 아빠에 대해서 제가 쓴 글 링크입니다.

  • 3. 알리
    '16.6.8 2:05 AM (211.245.xxx.178)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어떤 만화책에서 본 구절이지요.
    저한테 알리는 벌과 나비네요.
    나이가 드니, 알리같은 저 바다 건너 외국인도 아는 사람같고, 그 아는 사람이 하나둘씩 떠난다는것은 또 다른 의미로 슬프네요.

  • 4. 쑥과마눌
    '16.6.8 2:14 AM (72.219.xxx.68)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라는 멘트도 울 아빠께서 자주 인용하셨던 멘트죠.
    맞아요.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다들 떠나시네요.

  • 5.
    '16.6.8 4:21 AM (110.70.xxx.101) - 삭제된댓글

    갱스부르...?

  • 6. 존심
    '16.6.8 7:45 AM (110.47.xxx.57)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 1942년 1월 17일 ~ 2016년 6월 3일)는 미국의 전직 권투 선수다.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태어났으며, 1964년 맬컴 엑스 등이 이끄는 이슬람운동에 가담하기 전까지 이름은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주니어(Cassius Marcellus Clay, Jr.)였다. 알리는 1975년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2016년 6월 3일 , 그는 결국 세상을 떠났고, 전 세계의 많은 유명인사들이 애도를 표했다.[1]

  • 7. 존심
    '16.6.8 7:47 AM (110.47.xxx.57)

    클레이에서 알리가 되면서 권투선수만이 아닌 사람으로 바뀐 거지요...
    지금 전세계가 애도 하는 것도 단지 유명한 권투선수여서만은 아니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5677 지진 2016/09/13 378
595676 초등 회장 어머니들 담임선생님께 추석인사 하시나요? 22 ... 2016/09/13 4,441
595675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 7세아이가 봐도 괜찮을까요? 7 고민맘 2016/09/13 1,348
595674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가끔 생각나요. 4 ㅇㅇ 2016/09/13 2,684
595673 진도 7.5에도 끄덕없는 목조주택 5 안전제일 2016/09/13 3,683
595672 아까 국민들이 행복한 얼굴로 살아가는 나라 글.. 1 호박냥이 2016/09/13 425
595671 두테르테 "필리핀 남부서 미군 철수하라" 6 미국떠나라 2016/09/13 730
595670 린나이 보일러 , 서비스 받아 보신분~ 7 보일러 2016/09/13 1,180
595669 속초 여행 조언 구합니다. 14 속초 궁금이.. 2016/09/13 3,001
595668 회사 인간관계질문이요 2 키티 2016/09/13 1,045
595667 지진운 발견된거 관련해 찾아보니.. 3 지진 무서워.. 2016/09/13 2,105
595666 녹두 500그람이면 녹두전 몇장 나올까요? 3 배숙 2016/09/13 1,187
595665 文, 월성·고리원전 긴급방문..발빠른 지진행보 24 ㅇㅇ 2016/09/13 2,422
595664 중학교 여학생 속옷 5 2016/09/13 1,282
595663 초등 3학년 남아 키플링 책가방 사이즈 어떤게 좋을까요? 4 키플링 2016/09/13 1,796
595662 미운우리새끼 김건모씨 어머님은 얼굴에 뭘하신건가요 5 이와중에 2016/09/13 4,903
595661 헉..지진예언글 찾았어요 11 성지순례 2016/09/13 12,825
595660 집 사서 이사 들어올 사람이 집을 너무 자주 보러 왔는데 14 .... 2016/09/13 5,917
595659 깐밤대신 쌩밤 얼려도 될까요 4 초보질문 2016/09/13 795
595658 곰인줄 알았더니 여우같은 강아지 6 ... 2016/09/13 2,205
595657 숙대 이과논술 응시한 학생 학부모 계세요? 6 고3맘 2016/09/13 1,526
595656 어제 우리 아이 학교 지진 대처 16 ㅇㅇㅇ 2016/09/13 4,619
595655 꽤 큰 지진에도 무너진 건물이 없었던 이유 71 펙트확인 2016/09/13 23,408
595654 ㅅㅂㄴ이 안전불감증이에요 17 에효 2016/09/13 4,854
595653 어떤게 나을까요 4 고민 2016/09/13 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