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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긴글. 자랑주의^^) 아이가 공부를 못한 덕분에

^^ 조회수 : 4,864
작성일 : 2016-06-07 02:13:52
지방에 있던 큰아들이 연휴겸 아빠 생신이라고 왔습니다.
모처럼 다섯가족이 함께 외식을 했어요.
아빠의 생일이지만
외식메뉴는 평소 같이 못지내는 큰아들에게 선택하라고 해서
같이 고기집에 갔습니다.

소주와 함께 삼겹살을 먹으며
큰아들이 할머니에게 전화드려 '아빠를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남편이 제 생일에 친정엄마에게 전화해서 했던 말입니다 ㅎ
-몇년전부터 남편이 술마시면 시부모님께 사랑한다고 전화를 드리기 시작했는데 아들도 보고 배웠나봅니다ㅎㅎ)

감격먹은 남편이 담배피러 나가자
아들이 아빠를 안아주고 오겠다며 나갔다가
감정이 북받쳐
눈물 떨어뜨리며 들어오더군요.

2차로 옮긴 곳에서(술을 많이 마시긴 햇어요 ㅋ)
아들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무척 기뻤답니다.

큰아들이 아빠를 존경한다고
아빠처럼만 살면 되겠다고
힘들고 어려운시절 겪어내면서도
무너지지않고 버텨준 대!단!한! 아빠라고.

남편이 항상 아이들에게 관대하고 좋은 아빠가 아니었습니다.
공부는 기본이라고
특히나 큰아이에게 기대가 커서
공부가르치며 때리기도 하고 내쫓기도 하고ㅠㅠ
(2차 하던 곳에서 둘째는 형이 맞는 모습이 자기의 미래모습 같아 두려웠다고 얘기하더군요 ㅠ 그래서 더욱 공부에 의욕이 안생겼을것 같아요 ㅠㅠ)

그러다가 아이를 망치겠다싶어서
큰아이 고등학교 들어갈 즈음에
제가 남편에게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지말라고
성적보다 관계를 택하겠다고 말하고
공부에는 관심을 끊어달라고 했습니다.

남편도 생각한 바가 있어서 제 의견에 동의했지만
공부에 관심을 끊는다고해도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니까
간간이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ㅠ
그래도 예전같은 항상 무섭기만한 아빠는 아니었지요.

아이는 성적에 맞춰
지방에 있는 대학을 갔는데
그곳에서 하고싶은 것을 도전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빠에게 자주 혼나고 공부할때는 모질게 때려서
아이가 상처를 많이 받았을거같아 항상 걱정이었는데ㅠㅠ
아들이 아빠가 자기를 때리면서 가르쳐줘서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앞으로도 겪어갈 시간이 길지만
지금 아이들이 아빠를 존경한다고 하고
속마음도 얘기해주는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큰아이는 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둘째도 나름 자기의 생각들을 얘기해주고
(요즘 동기가 생겨 영어학원 기초반을 등록하고
중고등학교시절에 다배웠던 건데 왜 공부를 안했을까라며 ㅠㅠ
동생에게 너는 지금부터 공부하라고 ㅋ)
막내는 형들이 조언을 한들
지금은 자기 귀에는 안들어올뿐이라고 ㅠㅠ

어떤 삶을 살고싶나?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존경받는 부모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존경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는 친정부모님을 떠올렸고
내 아이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존경'이라는 단어를 내 아들이 아빠에게 하다니!!!!

아이들이 공부를 못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도와줄지를 항상 고민했었는데
고등학교때까지의 아이들에게
부모는 언제나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이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삶의 고난에 부딪혔을때
이세상에 나를 신뢰하는 부모가 있었다는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마음이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막내가 얘기해주었습니다.
형들이 공부를 잘했더라면 엄마도 다른 사람들처럼 더 잘하기를 요구했을거라구요 - 맞는 말입니다.)

우리 부부가 좀더 성숙해지고
아이들과 웃으며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공부를 못한 덕분입니다.

IP : 180.71.xxx.93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공부 못하는 아들 녀석 있어요
    '16.6.7 2:32 AM (211.245.xxx.178)

    지금 고2이니, 지난 5년간 공부때문에 최악의 모자 관계였네요.ㅎㅎ
    성적은 단 한번도 오른적없고 계속 내려가다가 이번 시험에서는 정말 뒤에 몇명있지도 않아요.
    성적은 성적대로 엉망이고 아들아이까지 잃을까 겁나서 지금은 아이 사춘기전처럼 이뻐하기로 마음먹고 있어요.
    아침 저녁으로 들고날때 포옹한번하고, 화도 안내고 서로 상냥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늘 찌푸리고 있던 아들 녀석이 간간히 웃기도 하고,,,ㅎㅎ
    며칠이나 가려나..하고 저도 저를 못 믿고 있습니다만, 지금도 가슴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도망다니는 아들녀석 뒤따라가서 억지로 엉덩이 한번 두들겨줄때 뭔가 또 찡해지기도 해요.ㅎㅎ
    아이가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밝고 개구지던 녀석이 언제부턴가 얼굴빛도 어두워지고 말도 없어지고..
    공부는 정말 재미없고 싫다는 녀석이라서 내년 고 3이 벌써부터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그렇게 혼내고 미워했었는데, 미안하다는 엄마의 사과를 잘 받아주는 착한 녀석이라서 참 고맙더라구요.
    똑똑한 딸아이는 고등때는 참 순한거같더니 대학가더니 이기적인 모습에, 오로지 자기만 아는 모습을 보여서 저도 모르게 정떨어지네요.
    제가 한번에 두개를 못하나봐요.
    작년까지 수험생 큰애 뒷바라지하느라 작은 아이 늘 뒷전이었는데, 이제는 작은 아이 많이 이뻐하려구요.
    까짓 공부가 뭔 대수랍니까.
    저도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뭔지 궁금하구요 얼른 찾았으면 좋겠어요.
    우스개 소리로 공부 못하는 아들이 내 자식이라고 하더니, 그래 니가 내 자식하려고 하는구나..싶으니 또 단단히 맘 먹어지네요.
    똑똑한 애들은 뭐 제 도움 없어도 알아서 살아갈테니 작은 놈 평생 아껴줘야지요.

    얼마전에 아이가 미울때 태명을 불러보라는 어떤 분의 글이 생각나서 그 뒤로 아이 어렸을떄 불렀던 별명으로 부르고 있어요.ㅎ
    미운놈 떡하나 더 준다고, 일부러 용돈도 더주고(그래봐야 물건사고 남은 잔돈 준다거나, 시험 끝나고 친구들이랑 맛잇는거 먹으라고 얼마 더 준다거나) 어렸을때 이뻤을때 불렀던 별명으로 부르고, 오가며 한번씩 안아주고,,, 일부러 고기 구워주고 있습니다 지금.ㅎㅎ

    확실히 아이 얼굴은 조금 밝아지네요.ㅎㅎ

  • 2. 맞아요....
    '16.6.7 3:31 AM (211.219.xxx.135)

    아이랑 그렇게까지 관계 악활 시키지 마요.

    공부는 인생의 한 부분이지 그게 모든 걸 다 결정짓지 않으니까요.


    최종은 영업력, 인간관계...이게 결국 변호사건 의사건 최종적으로는 영업력이고 인간관계가 절대적인 건 아시죠???


    그 영업력이라는 것도.....부모와의 관계가 아이의 마인드 형성에 절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거든요...

  • 3. 공부를 내려놓고 관계를 유지한다
    '16.6.7 3:39 AM (74.101.xxx.62)

    잘 하신 선택이예요.

    저도 저희 애들에게 욕심부릴까봐 늘 조심하는 편이거든요.
    대학은 한번 잘못 갔다가 맘 바꿔서 다시 공부할 수는 있지만,
    부모랑 자식간의 관계가 한번 금이 가거나, 깨지면 다시 회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때문에 애들 때리지도 않고, 가끔 잔소리정도에서 끝내요.
    전 애들 공부가지곤 잔소리 안 하는데 가끔 ... 애들 정리정돈, 기본적인 부분에서 잔소리를 하게 되는데 ㅎㅎㅎ 애들이 그 정도면 양호하다네요. 동양인 부모치고 공부가지고 자기 부모들처럼 스트레스 안 주는 부모는 없더라. 라는게 지 친구들과 모여서 한 이야기 결론이래요.

  • 4. 좋으시겠다 어쩜~~!
    '16.6.7 6:49 AM (175.114.xxx.160)

    자랑 맞으시고
    정말 부럽습니다
    짝짝짝!!!!
    근데 저렇게 말 이쁘게하고
    길게하는 남자애가 있다는 거에요?
    그사실에 더 놀랐습니다 하하^^

  • 5. ㅡㅡㅡ
    '16.6.7 7:14 AM (183.99.xxx.190)

    저도 공부쪽이 아닌 딸을 하루종일 제가 끼고 가르쳤어요.
    시험보는날 아침,신발 신을때도 이문제 꼭 나올거라면서
    며 몇번씩 물어서 확인하고 했는데 그것조차도 틀리더라구요.

    또 공부시키는중에 화장실 갔다가 아무리 기다려도 안나와어
    가보면 자고 있어요.

    가르치면서도 공부머리가 아닌것같아 포기했어요.

    그런데 공부쪽이 아닌 제길을 잘 가고 있네요.

  • 6. .....
    '16.6.7 7:20 AM (175.114.xxx.217)

    성적 포기하고 다정한 모자 사이를 택한 저!!!!
    저도 요즘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들아이 지금 군 복무 중인데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가족이랍니다.

  • 7. MandY
    '16.6.7 7:41 AM (121.166.xxx.103)

    저도 성적을 놓고 관계를 선택한 엄마예요 저는 저희 아이들에게 엄마의 기적이라고 말해줍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부모님에게도 배우지 못한걸 아이에게 배우지요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예요

  • 8. ,,,,
    '16.6.7 8:39 AM (223.62.xxx.199)

    아이들과의 관계에 꾸준히 공들이셔서 성공한 인생을 사시기 바래요,,,,,
    저식들에게 존경한다는 소리 듣는 부모가 몇이나 되겠어요,,,,,,,,,,,,

  • 9. ㅇㅇ
    '16.6.7 8:58 AM (125.191.xxx.99)

    죄송하지만 원래 머리나쁜 애들이 착해요. 효자 효녀되구요. 이런 애들 살살 구슬리면 호구짓인줄도 모르고 스스로 좋다고 다 덮어써요.
    공부잘하고 똑똑한 자식들은 아무리 애 쓰고 관계좋게 키워도 성인되면 대하기 어려워져요

  • 10. 윗님 잘못 생각하시고 계신거예요
    '16.6.7 9:57 AM (74.101.xxx.62)

    머리가 나쁘다는게 아니고, 성적이 나쁜 아이를 데리고 공부하라고 하면서 관계가 나쁜것보다는, 성적을 마음에서 내려놓고 아이와의 좋은 관계를 선택했다는게 포인트예요.

    머리 나쁜 애들이라 공부 포기했고, 그래서 착하다는것이 이 원글님과 답글들의 내용이 아닌데 ... 그것도 이해하지 못하시니 안타깝네요. 오해 하시고 답글 다시는거 보니 안타깝네요.

  • 11. 첨언하자면
    '16.6.7 10:06 AM (74.101.xxx.62)

    원글님네 아이도 스스로 원해서 지금 다시 도전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아이들을 믿어주면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 라는 말씀을 하시잖아요.

    저희 집의 경우에도,
    저나 남편이 아이큐도 높고, 학벌도 지나치게 좋아서 공부가 힘든 줄을 모르다가,
    아이들 낳고,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영재평가에서 다른 애들과 월등하게 차이나게 높은 수치가 나왔다고 학교에서 난리를 치니까... 제가 지나치게 의욕을 보이고, 애들에게 욕심을 부렸더랬어요. 사실 남편도 저도 아이들이 잘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학교에서 애들에게 몇년 월반을 시키기까지 해서 ... 애들이 어느 순간 ... 불행해 하더라고요. 불안해 하고.
    그 때 제가 운좋게 읽은 책이 엄마의 의욕이 아이의 의욕을 꺽는다 라는 일본책이었어요. 그걸 읽으니까 그 글에 나오는 엄마들이 딱 저더라고요. 제가 바로, 아이가 한가지에 관심을 보이면 그것에 관련된 모든 장비를 구입하고, 아이가 압도되게 하고, 이렇게까지 엄마가 나오는데 내가 실망시키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아이로 만들고 있었더라고요. 그 시기에 큰 애가 매일 악몽을 꾸고 울고, 불안하다고 하고... 힘들어 했어요.

    그 책을 읽고 제가 반성하고... 다 내려 놨어요.
    아이들이 하고 싶은것만 할 수 있게 하고, 애들이 '안 하고 싶어요' 라고 하는것엔 절대적으로 존중.

    그렇게 세월 지나고, 아이들의 의견 존중하고, 제 의욕, 제 욕심 안 부리고 살아온지 몇년 되는데요.
    결과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제가 나대면서 아이들 재촉할때보다
    현재 지들이 100프로 알아서 하는 지금 성적이 훨씬 더 좋습니다.
    자기가 원해서 하는 공부고, 자신들의 미래는 자기 것이니까 엄마보다 자기가 더 걱정하는게 맞대요.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 성적 내려놓고... 아이들과 사이 진짜 많이 좋아지고, 애들이 행복해 하며 삽니다.
    그리고 애들에게 말합니다.
    대학 한번에 못 가도 다시 도전하면 되고, 대학 가기 싫으면 다른거 하고 싶은거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고 ...

  • 12. ..
    '16.6.7 10:32 AM (14.32.xxx.223)

    자기현실에 만족하는 삶이 결국 행복인거 같아요.
    다 가진듯해도 만족못하는 사람있는 반면에 원글님처럼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가치를 두고 계신 분도 있잖아요.
    아드님이 공부를 못해서 다행인게 아니라 인성이 바른게 다행인거 같아요.
    공부못하고 인성도 안된 아이들 널렸잖아요.
    지금 아이의 마음은 기특하지만 졸업때 다가오고 취업시즌되면 다시 상처받아야겠지요...
    현실의 기준은 우리네 행복하고 참 거리가 머네요.

  • 13. ...
    '16.6.7 12:11 PM (222.112.xxx.162)

    아이의 그릇을 엄마가 빚어 준다고 그게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생각되겠어요?
    자신이 만든 그릇이 어떤 모양이 될 지 어떤 빛깔을 띨지
    자기가 만들어야 자기 것이 되는 것이지
    부모는 어떤 그릇들이 예쁜고 쓸모있는지 가르쳐주는 정도나
    그릇이 깨지지 않게 도와주는 정도가 다 일거 같아요.
    변화가 빠른 세상에 이런 맘도 완벽한 것은 될 수 없더라도 최선은 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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