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잠 안 오는 밤 후회

크리스마스 조회수 : 1,686
작성일 : 2016-05-31 01:34:19

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현재의 제 모습이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지금보다 철 좀 들고, 다른 삶을 살았을텐데...

전 항상 비현실적인 것을 좆았고 부모님은 묵묵히 지켜봐주셨는데, 이번 생에 부모님께 효도하긴 다 틀린 듯합니다.

열심히 살았다고 살았는데, 마이너스 경제 상황과 희망 고문도 너무 낯선 현재에요.


나이를 먹어가니 점점 부모님의 옛날 모습이 생각납니다. 우리 엄마 옛날에 참 고왔는데...지금도 주름이 별로 없고 웃는 모습은 맑지만 전체적으로 동년배 어르신들에 비해 언뜻보면 나이 들어 보이십니다. 그 이유는 등이 좀 굽어있어요. 오래전 넘어지셨는데, 그 후 병원에 가서 제대로 치료를 안받으신거죠. 왜 그런 어르신들 있잖아요. 괜찮아..이런 일로...아무렇지도 않아..


우리 집에 부자가 아니구나..느낀건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였어요.

초등학교때는,  제가 유치원을 안다녔어도, 크리스마스 선물에 아무것도 받지않아도, 같은 반 사는 동네 친구는 이층집에 살아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다른 친구 집에 갔는데 그 집에는 당시 미제 연필깎이가 있었고 전 그 집에서 그걸 처음 봤어요. 연필을 몇번 깍으니 그 집 아버지가 저에게 뭐라고 했는데, 제 심정이 어땠는지는 지금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런데 그 사건은 기억이 나네요. ㅎㅎ

제가 공부를 좀 잘했는데, 선생님이 자꾸 어머니를 모시고 오라고...어머니는 오실 수 없는데, 절 좀 애들앞에서 혼내고 그랬답니다. 그런데 속도 없는 전, 이쁨받는 친구가(부자집 이층집 사는) 여름방학때 선생님집에 생신이니 같이 가자고 해서 또 같이 갔다는...그 때 넓은 정원에 사는 선생님이 저를 보고 아주 깜짝 놀랬던건 기억나요. 조금 민망해하는 모습이었던듯.


중학교에 가니 제가 좀 부자가 아니었나봐요. 전 그 때도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집은 중산층이야..1학년때 모두 눈을 뜬 상태에서 집에 있는 가전제품 나열하고 손을 드는데, 왜 우리집에는 없는게 그렇게 많은지...세탁기도 없고..또 뭐가 없었더라...없는게 많은데도 그렇게 생각했었네요. 왜냐면 옷은 관심없었지만 제가 읽고 싶은 책은 부모님이 고민하다 사주시고 그랬거든요. 나이키 신발은 없었네요. ㅎ 그런데 제가 부끄러웠던건 또 모두 눈을 뜬 상태에서 부모님의 교육정도에 손을 드는거였어요. 부모님이 많이 못배우셨는데 그 때서야 울 동네 이층집에 사는 엄마만 대학을 나온게 아니라는걸 알았어요.

저보다 많이 공부 못했던 교수딸, 의사딸, 약사딸, 지금은 신기하게 저보다 아주 많이 잘 풀렸네요. 솔직히 부럽다. 동창들아..만나지는 않지만...


전 고집이 세서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며 살아왔고, 지금은 많이 후회합니다. 조금 더 부모님을 생각했더라면....아무리 82에서 사는 삶이 다르다 말해도, 전 생각하게 되네요.


우리 엄마 새벽같이 일어나서 어떻게 하루종일 일했을까...여름에 계곡에 놀러갔을 때 다른 멋지게 차려입은 다른 아줌마들 보면 기분이 어땠을까? 엄마도 여자이기도 했을텐데...


저의 유년의 크리스마스는 아빠를 따라서 어딘가 갔는데 그곳이 소공동 롯데백화점이었어요. 밤이었고 백화점밖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고 시내 구경한게 부모님과 어렸을 때 한 크리스마스 기억이에요.


지금 제 소원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기전까지 건강하고 그 전에 제가 아프지 않는거랍니다. 그런데 신도 절 버린 것 같아 이 소원이 이뤄질지 걱정입니다.


IP : 123.109.xxx.6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효도
    '16.5.31 2:10 AM (221.158.xxx.207)

    자식은 아기때 평생할 효도의 절반은
    이미 한거라고 하니 원글님도 이미 절반은 하셨어요^^ 나머지 절반은 원글님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모습 보여드리는 거에요
    그리고 신은 간절히 찾는 이를 절대 외면하지 않습니다. 힘내세요

  • 2. 11
    '16.5.31 2:27 AM (175.223.xxx.240)

    윗님 너무너무 좋은 말씀해 주셨네요.^^

  • 3. 모모
    '16.5.31 7:08 AM (210.115.xxx.46)

    부모님 생각하시는 모습이... 이미 효녀이실 것같은데요.
    아마 부모님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렇게 공부도 잘 하시고
    부모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원글님의 모습에서
    많이 위안받고, 세상을 살아낼 용기도 얻으시고 했을 거에요.
    원글님 소원 이뤄지실 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5112 네살아이 친구 안만나고 엄마랑만 놀아도 될까요 10 홍이 2016/06/09 2,629
565111 돌아가신 아빠와 함께 술을 마셨어요 6 슬픔 2016/06/09 3,532
565110 자식에 대한 사랑은 노력.... 인가요? 9 oo 2016/06/09 2,988
565109 왕따 얘기하니 떠오르는 아이 10 DhkdEk.. 2016/06/09 3,035
565108 프로필 촬영 해보신 분 계신가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2 서련 2016/06/09 784
565107 취미로 불어배우기? 12 스터디 2016/06/09 3,067
565106 콘도 회원권 고민 중인데, 아시는 분 계시면 도움 부탁드려요. 4 고민 중 2016/06/09 1,638
565105 줄리 델피, 김나운, 박주미, 서현진...공통점? 10 지금 2016/06/09 4,260
565104 요샌 도대체 빠져들을 미드가 없네요 아.. 90 미드하면 2016/06/09 8,053
565103 모의고사 vs 수능점수 - 진짜 궁금한것 10 고3 2016/06/09 2,851
565102 아버지를 남자로서 경계하면 지나친건가요? 21 민감 2016/06/09 7,096
565101 시그널 어디서 볼수 있을까요? 2 시그널 2016/06/09 1,027
565100 한 유치원에 교사가 오래 근무하는 경우 6 유치원 2016/06/09 2,067
565099 캐나다 갈 때 라면스프 10 궁구미미 2016/06/09 3,394
565098 무기력증 넘 힘들어요 ㅜㅜ극복하신분 조언 좀.. 2 .. 2016/06/09 1,944
565097 '섬교사 성폭행' 공분 들끓는데…경찰, 가해자 신상공개 거부 13 샬랄라 2016/06/09 4,104
565096 후남이,귀남이 나왔던 드라마 제목 생각나세요? 29 예전 2016/06/09 8,808
565095 살이 안빠지고 웬 중년아짐이 ㅠ 13 40중반 2016/06/09 5,043
565094 안과에서 있었던일인데..이상한 질문인가요?ㅠㅠ 7 ..... 2016/06/08 2,248
565093 혹시 국사 잘하시는 분 있나요? 서재필에 대해서.. 23 00 2016/06/08 2,084
565092 신안군 성폭행 사건, 언론 ‘공범’으로 기능” 7 채널 A 2016/06/08 2,307
565091 미드 24 보신분들~~정치이야기 같은데 안지루하나요?? 5 ,, 2016/06/08 962
565090 다음 정권도 새누리당이 집권 하겠네요 5 ㅇㅇ 2016/06/08 1,793
565089 언니들 인수인계 한번해줬으면 2번 안해줘도 되죠??? 4 fahsgs.. 2016/06/08 2,086
565088 앤더슨 쿠퍼... 11 궁금 2016/06/08 3,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