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이야기에요.
지금은 무지개 다리 건넌 아이구요.
보름 정도 외국에 나가게 되어서 고양이카페에
탁묘 부탁글을 한달 전부터 올렸고
고양이를 3마리 키우는 분이 탁묘해주겠다고 하셨어요.
탁묘 맡기고 그 집에 아이를 찾으러 갔는데
애가 막 도망 다니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보름 만에 나를 잊었나?
싶어서 의아했어요.
억지로 잡아서 캐리어에 넣어서 우리 집에 왔는데
그 전엔 밝은 성격의 애교많은 고양이였는데
많이 침울해했어요. 짜증도 많이 부리고 ...
아주 어릴때부터 집 안에만 있어서 우리 집이
전세계였고 비교할게 없으니까 심심하다는 것도 몰랐는데
그 집에 가서 너무 좋았었나봐요.
그분께 여쭤보니 도착하고 첫날만 낯가리고
곧 그집에 원래 있던 고양이 한 마리와 단짝이 되어서
둘이서 우다다하고 장난치고 신나게 넓은 이층 집을
휘젓고 돌아다녔었다네요.
애교도 많아서 둘째날부터 그집 식구들 무릎에
올라가서 애교부리고 겨드랑이에 파고들어서 잠자고....
개냥이였다고....
그런데 우리집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외롭고
저도 조용한 편이니까 그 집에 너무 돌아가고 싶었나봐요.
탁묘 전까지는 혼자서 장난감으로 신나게 잘 놀고
밥도 잘 먹고 저한테 요구하는게 많지않은 고양이였는데
보름동안 크고 넓은 집에서 재밌게 지내고 오니까
모든게 불만스럽고 불행해진거죠.
그 후 몇년 이상...죽을때까지도 고양이가 완전하게
행복해하는걸 보지 못했어요.
항상 우울하고 불만족스럽고 뭔가 그리워하는 느낌...
그때 탁묘를 맡아준 분께
우리 애 좀 데려가서 키우라고 부탁할까 말까
꽤 오랫동안 고민을 했었어요.
하지만 그분도 곧 결혼해서 좁은 신혼집에서
고양이 3마리 키우는게 걱정이라고 지나가는 식으로
말씀하셨기때문에 차마 데려가서 키우라고
말할 수는 없었어요.
그분께 그 집에서 아주 행복했었나보다고
그리워하는게 티가 난다고 많이 우울해한다고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고만 말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