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죽을 때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보랏빛 조회수 : 2,960
작성일 : 2016-05-20 12:55:40
태어날 때 환영받지 못한 저입니다.
넌 낳을라고 한 아이가 아니었다.
너 생긴 걸 알고 떨어지라고 양잿물을 마셨었다.
백일이고 돌이고 잔치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자기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가득 차서 저에게 직접 말씀하신 친정엄마.

10대 전까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살았어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줄 알고 사랑받는 중산층 가정이라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저런 말을 듣고 저의 10대는 너무나 어두웠습니다.
엄마에게 사춘기 반항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춘기 딸 옷을 벗겨 내쫓던 엄마입니다.
반항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막말과 비꼬는 험담을 그냥 꾹 참고 견뎠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나 교수님 추천으로 가게 된 유학을
엄마가 학교로 쫓아와 교수님에게 애한테 헛된 욕심 부리지 말라고 하여 끝끝내 반대한 후
돈 벌어다 이제까지 키워준 공 갚으라고 하여 졸업 후 직장다니며 월급을 엄마 통장으로 송금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헛헛한 마음을 봉사활동으로 보냈습니다.
저만 쳐다보는 아이들도 돌보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 목욕봉사도 했습니다.
주말에 집에 있으면서 엄마랑 마주치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그 사람들 눈빛만 보면 내 식구 같아서 도저히 놓을 수 없는 봉사입니다.
엄마는 세상에서 봉사한다고 껍죽거리는 인간들이 제일 한심하다고 했습니다.
돈도 안 벌리는 짓 하고 다니면서 지가 잘난 줄 알고 대단한 줄 안다고.
지가 병신(장애인) 아니고 팔다리 달릴 거 다 달린 유세떨고 다닌다고.
저는 엄마의 각종 악담셋트를 들어가며 열심히 봉사했습니다.

결혼할 때 평범한 회사다니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엄마는 제 남편에게 니 부모가 돈 잘 버는 애 고르라고 등 떠밀었냐
이렇게 못 생긴 애 뭐가 좋다고 쫓아다니냐 수상하다고 결혼을 반대했습니다.
저는 그때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죽이고 나가라는 엄마 떠밀어 넘어뜨리고 집을 나와 남편과 살기 시작했어요.

그런 남편이 절 무조건적으로 감싸고 다 사랑해주지만은 않아요.
싸우고 다투고 이혼 위기도 가고 그래도 저는 친정엄마 돌이켜 보지 않고 살았습니다.
나는 고아다, 그래서 시댁에서 남편이 나를 무시해도 나는 고아다,
그렇게 엄마 악담 들으며 꾹꾹 참고 살던 것처럼 참고 살으니 어느날 남편이 슬슬 숙이더군요.

봉사 시작한 게 25년이 되었습니다.
하도 여러군데 봉사를 다니다보니 이제는 잠시 쓰레기만 버리러 나가도 잠시 마트에만 들러도
절 아는 분들을 연달아 만납니다.
저는 모르는 분인데 아는 척 해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만약에 제가 병들어 죽는다면, 아니면 사고로 갑자기 죽는다면,
이 분들은 저의 빈소에 찾아와서 울어주실까.
제 친엄마보다 더 엄마같은 분들이고 없는 아빠보다 더 아빠같은 분들입니다.
제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이 저의 빈소에 찾아오신다면 정말 북적거리겠구나 싶었습니다.

태어날 땐 환영받지 못한 사람이지만
죽을 땐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IP : 49.173.xxx.38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존경
    '16.5.20 12:59 PM (125.186.xxx.121)

    얼굴도 모르는 분이지만 존경스럽습니다!

  • 2. 부질없네요
    '16.5.20 1:00 PM (121.157.xxx.217)

    나 죽은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길 바라는일요 ㆍ
    그냥 현재 많은 사람과 즐겁게 살아야죠

  • 3. . . .
    '16.5.20 1:02 PM (121.150.xxx.86) - 삭제된댓글

    죽을때 내 가치가 인정되는거라 보시나요?
    엄마에게 벗어나기 위해 봉사를 택한 이유가
    그 이유때문이라면 죽기위해 사는거지요.
    저는 가끔 아이들위주로 봉사를 갑니다.
    제목적은 가면 행복해서 예요.
    그뿐이지 그 이상 바라는건 아직 없네요.
    원글님은 봉사에 대해 더 전문가이신데
    속은 썩어 문들어져가고 있군요.
    죽음으로 도피하지 마시고 상담받으세요.

  • 4. .....
    '16.5.20 1:02 PM (211.109.xxx.214)

    눈물 나네요.
    존경스럽습니다...

  • 5. 내비도
    '16.5.20 1:10 PM (121.167.xxx.172)

    꼭 그렇게 될거예요.

  • 6. 기억
    '16.5.20 1:14 PM (218.158.xxx.5) - 삭제된댓글

    그분들 모두 오래오래 원글님을 기억하고 그리워할겁니다.

  • 7. ㅇㅇ
    '16.5.20 1:26 PM (222.232.xxx.69) - 삭제된댓글

    훌륭하신 분이네요. 저도 얼마전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죽고난 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까. 계기는 우연히 검색한 젊은 시절 지인이 노조위원장을 하다 죽었더군요. 그런데 해마다 사람들이 모여서 추도제를 올리고 심지어 추모위원회 그의 이름의 상까지 있더군요. 동갑인 그의 사후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 8. ...
    '16.5.20 1:34 PM (58.233.xxx.33)

    어쩌면 자기자식에게 조차 버림받은 이미 늙어버린 원글님 엄마가 가장 불쌍한 존재가 아닐런지요. 님 이제 그만 어린시절 슬픔에서 벗어나세요. 온전히 자기자신에게만 집중된 삶도 살고요. 죽은후에 찾는게 뭐그리 중요합니까? 이제 원글님은 아름답게 성숙한 어른이 된걸요.

  • 9. 윗님께
    '16.5.20 1:41 PM (222.119.xxx.47) - 삭제된댓글

    동의. 죽은 뒤에 나를 찾는 게 뭐가 중요해요. 봉사활동 많이 하셔도 자존감은 여전히 낮으신 것 같네요. 저도 그렇거든요.... 나한테 집중하는 삶을 사세요. 봉사도 나한테 집중하는 것의 일부로 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행복하세요.

  • 10. ..
    '16.5.20 1:54 PM (222.234.xxx.177)

    원글님 잘못아니에요 그러니 상처 잊어 버리시고 재미나게 사세요^^

  • 11. ..
    '16.5.20 3:55 PM (112.149.xxx.111) - 삭제된댓글

    장례식장이 바글바글 하려면 자식이 권력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정승집 개가 죽으면 잔뜩 모여도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안 오니까요.
    그러니 부질없는 바램은 접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맘대로 살아요.
    승질도 있는대로 부리고, 하고싶은 거 다 하고.

  • 12. 이해 안 가
    '16.5.20 5:07 PM (109.12.xxx.171)

    저런 이상한 엄마가 원글이가 10대때까지는 사랑해 주고 잘 키워줬다는건가요?
    그러다가 갑자기 10대 때부터 돌변했다는건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7184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드 배치에 거듭 우려 표명 1 미쿡사아드 2016/07/01 454
571843 지친 인생도 다시 정비해야 하겠죠? 6 오십 이후 2016/07/01 2,113
571842 잘못한건 사과 좀 하고 살아요 우리.. 7 이럴수는 2016/07/01 1,105
571841 세살 아이가 김치맛에 반했나봐요^^ 17 하늘 2016/07/01 3,331
571840 샤워할때, 양손에 끼는 장갑,,추천해주세요. 9 .. 2016/07/01 1,825
571839 생물 오징어 언제까지 냉장고에 보관가능한가요? 4 궁금 2016/07/01 2,782
571838 사주라는 걸 처음 봤는데, 이럴땐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요. 황당.. 14 .... 2016/07/01 4,268
571837 유무선 전화기 목소리 크게 들리는거 없을까요! 3 dd 2016/07/01 1,884
571836 아기띠하고 누워도 되나요? 1 2016/07/01 1,014
571835 여기 마른 분들 그렇게 먹고도 일이나 공부가 됩니까?? 5 ... 2016/07/01 1,997
571834 항암치료에 대해 경험 있으신 분들~ 7 . 2016/07/01 1,814
571833 부대찌개와 롤케잌... 11 살찌는 소리.. 2016/07/01 2,843
571832 돈쓰는거 절제가 안되요 고칠수 없을까요 14 2016/07/01 4,641
571831 운빨로맨스 몇회부터보면 좋을까요? 27 aa 2016/07/01 1,978
571830 비오는 날 선그라스 끼고 나가면 이상할까요~ 8 아이구~ 2016/07/01 1,666
571829 오해영 도움닫기 포옹... 15 .... 2016/07/01 3,755
571828 맘에 드는 남자없는데 모임나가는거 시간낭비겠죠? 3 dd 2016/07/01 1,362
571827 삼시세끼 4 몸살 2016/07/01 1,519
571826 멋쟁이 언냐들 제가 찾는 이 선글라스 이름이 뭘까요 4 필로시코스 2016/07/01 1,641
571825 비가오니 증상들이 스몰스몰 4 ㅋㅋㅋ 2016/07/01 1,177
571824 일본 Toyota Corolla Fielder 왜건 트렁크 사이.. 1 ,,, 2016/07/01 545
571823 카레 고추장물 파김치 1 Mmmmm 2016/07/01 974
571822 해외원글님, 진상 먼칙척 애들 진상티파 2016/07/01 901
571821 세팅펌 미용실 안가고 생머리 만들수 있을까요? 세팅펌 2016/07/01 678
571820 남편과 말 안 한 지 벌써 한 달... 11 비온다 2016/07/01 6,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