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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죽을 때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보랏빛 조회수 : 2,881
작성일 : 2016-05-20 12:55:40
태어날 때 환영받지 못한 저입니다.
넌 낳을라고 한 아이가 아니었다.
너 생긴 걸 알고 떨어지라고 양잿물을 마셨었다.
백일이고 돌이고 잔치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자기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가득 차서 저에게 직접 말씀하신 친정엄마.

10대 전까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살았어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줄 알고 사랑받는 중산층 가정이라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저런 말을 듣고 저의 10대는 너무나 어두웠습니다.
엄마에게 사춘기 반항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춘기 딸 옷을 벗겨 내쫓던 엄마입니다.
반항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막말과 비꼬는 험담을 그냥 꾹 참고 견뎠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나 교수님 추천으로 가게 된 유학을
엄마가 학교로 쫓아와 교수님에게 애한테 헛된 욕심 부리지 말라고 하여 끝끝내 반대한 후
돈 벌어다 이제까지 키워준 공 갚으라고 하여 졸업 후 직장다니며 월급을 엄마 통장으로 송금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헛헛한 마음을 봉사활동으로 보냈습니다.
저만 쳐다보는 아이들도 돌보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 목욕봉사도 했습니다.
주말에 집에 있으면서 엄마랑 마주치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그 사람들 눈빛만 보면 내 식구 같아서 도저히 놓을 수 없는 봉사입니다.
엄마는 세상에서 봉사한다고 껍죽거리는 인간들이 제일 한심하다고 했습니다.
돈도 안 벌리는 짓 하고 다니면서 지가 잘난 줄 알고 대단한 줄 안다고.
지가 병신(장애인) 아니고 팔다리 달릴 거 다 달린 유세떨고 다닌다고.
저는 엄마의 각종 악담셋트를 들어가며 열심히 봉사했습니다.

결혼할 때 평범한 회사다니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엄마는 제 남편에게 니 부모가 돈 잘 버는 애 고르라고 등 떠밀었냐
이렇게 못 생긴 애 뭐가 좋다고 쫓아다니냐 수상하다고 결혼을 반대했습니다.
저는 그때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죽이고 나가라는 엄마 떠밀어 넘어뜨리고 집을 나와 남편과 살기 시작했어요.

그런 남편이 절 무조건적으로 감싸고 다 사랑해주지만은 않아요.
싸우고 다투고 이혼 위기도 가고 그래도 저는 친정엄마 돌이켜 보지 않고 살았습니다.
나는 고아다, 그래서 시댁에서 남편이 나를 무시해도 나는 고아다,
그렇게 엄마 악담 들으며 꾹꾹 참고 살던 것처럼 참고 살으니 어느날 남편이 슬슬 숙이더군요.

봉사 시작한 게 25년이 되었습니다.
하도 여러군데 봉사를 다니다보니 이제는 잠시 쓰레기만 버리러 나가도 잠시 마트에만 들러도
절 아는 분들을 연달아 만납니다.
저는 모르는 분인데 아는 척 해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만약에 제가 병들어 죽는다면, 아니면 사고로 갑자기 죽는다면,
이 분들은 저의 빈소에 찾아와서 울어주실까.
제 친엄마보다 더 엄마같은 분들이고 없는 아빠보다 더 아빠같은 분들입니다.
제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이 저의 빈소에 찾아오신다면 정말 북적거리겠구나 싶었습니다.

태어날 땐 환영받지 못한 사람이지만
죽을 땐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IP : 49.173.xxx.38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존경
    '16.5.20 12:59 PM (125.186.xxx.121)

    얼굴도 모르는 분이지만 존경스럽습니다!

  • 2. 부질없네요
    '16.5.20 1:00 PM (121.157.xxx.217)

    나 죽은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길 바라는일요 ㆍ
    그냥 현재 많은 사람과 즐겁게 살아야죠

  • 3. . . .
    '16.5.20 1:02 PM (121.150.xxx.86) - 삭제된댓글

    죽을때 내 가치가 인정되는거라 보시나요?
    엄마에게 벗어나기 위해 봉사를 택한 이유가
    그 이유때문이라면 죽기위해 사는거지요.
    저는 가끔 아이들위주로 봉사를 갑니다.
    제목적은 가면 행복해서 예요.
    그뿐이지 그 이상 바라는건 아직 없네요.
    원글님은 봉사에 대해 더 전문가이신데
    속은 썩어 문들어져가고 있군요.
    죽음으로 도피하지 마시고 상담받으세요.

  • 4. .....
    '16.5.20 1:02 PM (211.109.xxx.214)

    눈물 나네요.
    존경스럽습니다...

  • 5. 내비도
    '16.5.20 1:10 PM (121.167.xxx.172)

    꼭 그렇게 될거예요.

  • 6. 기억
    '16.5.20 1:14 PM (218.158.xxx.5) - 삭제된댓글

    그분들 모두 오래오래 원글님을 기억하고 그리워할겁니다.

  • 7. ㅇㅇ
    '16.5.20 1:26 PM (222.232.xxx.69) - 삭제된댓글

    훌륭하신 분이네요. 저도 얼마전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죽고난 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까. 계기는 우연히 검색한 젊은 시절 지인이 노조위원장을 하다 죽었더군요. 그런데 해마다 사람들이 모여서 추도제를 올리고 심지어 추모위원회 그의 이름의 상까지 있더군요. 동갑인 그의 사후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 8. ...
    '16.5.20 1:34 PM (58.233.xxx.33)

    어쩌면 자기자식에게 조차 버림받은 이미 늙어버린 원글님 엄마가 가장 불쌍한 존재가 아닐런지요. 님 이제 그만 어린시절 슬픔에서 벗어나세요. 온전히 자기자신에게만 집중된 삶도 살고요. 죽은후에 찾는게 뭐그리 중요합니까? 이제 원글님은 아름답게 성숙한 어른이 된걸요.

  • 9. 윗님께
    '16.5.20 1:41 PM (222.119.xxx.47) - 삭제된댓글

    동의. 죽은 뒤에 나를 찾는 게 뭐가 중요해요. 봉사활동 많이 하셔도 자존감은 여전히 낮으신 것 같네요. 저도 그렇거든요.... 나한테 집중하는 삶을 사세요. 봉사도 나한테 집중하는 것의 일부로 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행복하세요.

  • 10. ..
    '16.5.20 1:54 PM (222.234.xxx.177)

    원글님 잘못아니에요 그러니 상처 잊어 버리시고 재미나게 사세요^^

  • 11. ..
    '16.5.20 3:55 PM (112.149.xxx.111) - 삭제된댓글

    장례식장이 바글바글 하려면 자식이 권력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정승집 개가 죽으면 잔뜩 모여도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안 오니까요.
    그러니 부질없는 바램은 접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맘대로 살아요.
    승질도 있는대로 부리고, 하고싶은 거 다 하고.

  • 12. 이해 안 가
    '16.5.20 5:07 PM (109.12.xxx.171)

    저런 이상한 엄마가 원글이가 10대때까지는 사랑해 주고 잘 키워줬다는건가요?
    그러다가 갑자기 10대 때부터 돌변했다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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