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주중인데 한국에서 하는 남동생 결혼식 앞두고 비행기티켓/숙소 알아보다가 열이 받아서 마음 가라앉히려 조언을 구합니다.
부모님 이혼하시고 저랑 제 친 여동생은 친정엄마쪽에 붙어서 살았구요, 친정 아버지 왕래는 있지만 자주 연락드리진 않네요. 일년에 한 번 정도?
친정 아버지는 대기업 출신 엘리트신데, 성격이 불같으시고 젊었을 때 엄마한테 모질게 하시고 맘고생 많이 시키셔서 엄마가 오만 정 다 떨어져 헤어지시고
아버지와는 정반대인 다정다감하고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칭할 만큼 사람은 좋으나 모아놓은 돈 하나 없고, 능력도 딱히 없는 분이랑 5년 전쯤에 재혼하셨습니다.
재혼하신 아저씨한테 아들이 하나 있는데, 이 친구가 올 해 결혼합니다.
근데 아저씨가 평생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 (뭐하셨는지 왜 혼자이셨는지 등등은 논외사항이라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돈 벌이 시원찮았고 돈 못 모으시는 분입니다), 남동생이 결혼을 혼자 알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집이며, 결혼식이며, 신혼여행이며 부모한테 한 푼 도움 '못' 받고 준비해서 안쓰럽기도 하지만 제가 나서서 도와주진 못하고 있습니다.
친정엄마 재혼은 저 결혼하고 나서 하신거라 제 결혼식 때 아저씨나 남동생한테 도움 받지도 않았고, 저 역시 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해서, 거의 남편 돈으로 결혼식에 집장만에 혼수까지 했네요. 제 결혼식 축의금은 그 때 혼자셨던 엄마한테 다 챙겨드렸고 저는 친구들한테 들어온 돈도 만원 한 장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이 부분에 불만 표하지 않았고 이 날까지 제가 없이 결혼했다는 이유로 제 기분 상하게 한 적 한 번 없습니다. (참고로 외국인 남편이에요).
친 여동생 결혼은 친정엄마 재혼하시고 했는데, 제가 그 때 500만원정도 챙겨줬고, 친정엄마가 300만원 정도, 아저씨한테는 당연히 도움 없었고요, 다만 남동생이 300만원 상당의 혼수 가구를 해줬습니다. 자기 아빠가 능력 없으니 얼굴 세워주려 무리해서 한 거 같았지요. 여동생도 축의금 중 자기 앞으로 들어온 거 한 푼 안 챙겼구요, 다 고스란히 엄마 드렸습니다.
이번에 남동생이 결혼하는데 친 여동생은 300만원 받은 거 그대로 축의금 해준다 하구요, 저는 100만원 정도 줄 예정입니다.
근데 결혼식 참석하러 한국 가는데 비행기 삯만 300만원 가까이 나오고, 결혼식을 서울에서 하는데 친정 엄마나 여동생이 서울에 살지 않아 호텔을 잡아야 합니다. 호텔비도 몇십만원 나오고 음식에 이것 저것 하면 50만원은 우습게 나가겠지요.
저와 남편 호텔 묵는 거야 별로 아깝지는 않는데, 친정 부모님 계실 것도 같이 예약을 하려니 쫌 짜증이 납니다.
그렇다고 없는 돈에 결혼 준비하는 남동생한테 내라고 하자니 마음이 그렇고, 형편 어려우신 부모님한테 직접 내시라고는 절대 못하겠구요. 아마 그렇다면 부모님들은 결혼식 당일 새벽같이 서울 올라오신다고 하시겠죠. 그게 또 짠해서 하루 전에 와서 편히 계시라고 호텔 예약하려는데, 괜히 마음이 상하네요. 단돈 몇 십 만원 부담해 줄 사람이 없어서 제가 다 해야 한다는게 속상해요.
제 남편은 당연히 친정 부모님 방도 예약해야 한다하고, 같이 계시면 애도 같이 봐주시고 좋지 않냐고 하구요, 기본적으로 친정에 돈 들어가는 거 안 아까워 하는 사람입니다.
남편이랑 아이랑 어디 놀러가면 하룻밤에 20만원 이상하는 호텔에 묵습니다. 같은 가격대의 방 하나를 더 2박정도 예약하자니 솔직한 마음에 넘 아깝구요, 그렇다고 10만원 안팍의 호텔 알아보자니 것도 좀 그렇구요.
차라리 두 분다 제 친부모님이면 덜 아깝겠죠. Free rider가 한 분 있으니 그게 맘이 참 상하네요.
부모님 모시고 어디 여행 가도 저희가 다 냅니다. 친정 엄마야 엄마니까 그렇다쳐도, 같이 사는 아저씨 사람 아무리 좋은 분이라해도 돈 한 푼 '못'내시는 게 참 짜증 납니다. (돈 있으면 내실 분이에요).
하아.. 이런 짜증스런 마음 다스릴 수 있게 좋은 말씀 해주실 분 안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