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침 여섯시 반, 쾰른에 사는 한민족유럽연대 윤운섭 총무에게 뜻밖의 소식이 날아왔다. 전날 한국으로 떠난 이종현 상임고문이 잘 도착했다는 소식인가 싶었더니 이게 웬일인가, 입국 거부를 당하셨다는 것이다. 윤 총무는 다른 회원들과 광주에 있는 5.18 기념재단(이사장 차명석)에 이 사실을 알렸다.
5.18 기념재단 관계자는 전화통화를 통해 법무부 소속 출입국관리소에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관계기관, 즉 국정원은 ‘이미 결정한 내용을 번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출입국 관리법 11조를 들어 이종현 선생이 ‘공공질서’ 등을 해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근거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관계기관에는 차명석 이사장이 직접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유럽오월민중제 대표로, 5.18 기념재단 행사 참석 예정
1980년대부터 독일에서는 오월이면 매년 ‘재유럽오월민중제’를 열어 왔다. 공관 관리 아래 있는 한인회와는 달리 고국의 민주화와 통일에 관심을 갖는 민주동포들의 독립적인 모임이었다. 그러하기에 2년 전 민중제 평가회에서 앞으로 호남향우회 혹은 한인회 차원의 오월민중제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을 두고 통합 문제가 대두되었으나, 각자가 길을 가는 것이 좋다는 방향으로 논의된 바 있다.
올해 독일에서는 두 개의 민중제가 열린다. 하나는 36년 전통의 민중제이며, 다른 하나는 작년 호남향우회 중심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하였다가 올해는 한인회 차원에서 열리는 민중제이다. 이종현 선생이 상임고문으로 있는 한민족유럽연대는 80년대부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매년 열리는 오월민중제의 전통을 이어받아 민중제를 개최하는 연대단체 중 하나이다. 올해 재유럽오월민중제는 베를린에서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한인회 주최 민중제가 범람하는 가운데, ‘재유럽오월민중제’를 대표하는 민주원로가 입국 거부를 당한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게다가 고국에서는 5.18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느냐 마느냐가 논란이지 않은가? 앞으로 유럽의 ‘오월민중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당연히 부르느냐 아니냐로 그 뜻과 격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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