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걸그룹 숫자만큼이나 많고 다양한 가요차트가 존재한다. 따라서 대중음악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연예부 기자조차도 모든 가요차트를 알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가수들이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흔히 나오는 ‘차트 올킬’은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실질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 발표한 지 한참 지난 중고 노래들의 순위 역주행 현상마저 심심찮게 벌어질 지경인 터라 가요차트를 통해 대중이 실제로 선호하는 음악이 어떤 것이고, 진짜로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건 내륙국가인 몽골이나 헝가리를 찾아가서 한국 조선산업의 효과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하고 연구하는 것처럼 황당무계한 일이리라.
그 허다한 가요차트들 중에서 가장 말 많고 탈 많은 것이 다른 모든 차트들에서는 죽을 쑤는 가수나 그룹이 특정한 차트에서만 오랫동안 1등을 독차지하는 경우다. 음반 판매에서도, 음원 매출에서도, 방송 횟수에서도 별다른 성과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차트에서만 유독 강세를 보이는 까닭에 기획사와 조사회사가 짜고 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 탓에 요즘에는 초등학생들조차 어느 차트에서 어느 가수가 1등을 먹었다는 데 별다른 의의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이 탈 많고 말 많은 ‘특정차트=특정가수’의 부끄러운 고질병이 한국 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앞장서 선도해야 마땅할 정치 분야에서만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의원에게 유리한 결과에는 리얼밀리미터가 되고, 문재인에게 불리한 조사결과에는 리얼킬로미터가 되는 직원 15명짜리 어느 여론조사회사 때문이다.
엽기적일 만큼 흥미로운 부분은 직원 15명짜리 회사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빈도가 수백 명의 인력을 보유한 대형 여론조사회사들 못지않게 활발하고 왕성해 보인다는 점이다. 이 강소(Hidden Champion) 여론조사회사가 코스닥에 왜 아직도 상장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태평양 건너 나스닥으로 직상장할 계획인가? 겨우 15명으로 한국의 여론지형을 들었다놨다하는 이 초현실적(Surreal) 기업을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나 알리바바의 마윈이 무슨 연유로 인수합병을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마윈이나 저커버그 같은 슈퍼 부자들까지도 M&A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낄 정도로 초우량회사라 그런가?
직원 15명짜리 소규모 여론조사 업체가 우리나라 정치를 쥐락펴락하고, 호남에서 사실상 퇴출된 문재인씨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로 인위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원인과 빌미는 사실은 정치권 스스로가 제공했다. 좋은 정책과 비전을 마련해 국민의 지지를 얻고 당원들에게 당권을 돌려줘 당의 기반과 체질을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서, 소위 유명인들을 그때그때 수혈 또는 영입하는 식으로 얄팍한 인기관리에만 몰두해온 데 따른 자업자득인 것이다.
그래서 제안하는 바이다. 당장 어렵고 귀찮더라도 최소한 국민의당만이라도 공직 후보자를 선출할 때 경망스러운 여론조사 결과를 더 이상 반영하지 말기 바란다. 그래야 직원 15명짜리 소규모 여론조사 업체가 이상한 여론조사 결과를 휘두르며 국민을 농락하고 민심을 조종하는 빅 브라더 노릇을 하는 사태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가 있다.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그 신빙성 의심스러운 여론조사 결과를 일요일 오전에 뜬금없이 비중 있는 속보로 메인 화면에 띄우는 네이버의 뉴스서비스 관리자의 실체, 즉 직급과 실명과 얼굴도 이참에 확실하게 제도적으로 공개시켜야만 한다. 절대권력만 절대로 부패하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나 다음 부류의 책임지지 않는 익명의 권력은 더욱더 절대적으로 부패함을 유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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