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리뷰)또,오해영...따뜻하고 쓸쓸하다

쑥과마눌 조회수 : 3,354
작성일 : 2016-05-11 23:35:13
리뷰할만한 드라마가 생겼다는 게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태양의 후예는..귀엽기는 했었는데,
그 알콩달콩의 풋풋함을 즐기기에는
미안하지만, 이 아줌마가 너무나 썩었었다.

올드미스 일때 그리도 내 가슴을 저몄던
과부할매삼총사와 예지원의 올드미쓰다이어리가
십여년이 지나고, 또, 오해영으로 돌아와서
김치명장의 묵은 지처럼 고린내를 풍기면서
내 온 입안을 침으로 그득 고이게 한다.

그렇게 자랑스럽지는 않는 딸이였어도,
이렇게 부끄럽지도 않았던 딸이
결혼식 전날 예랑한테 까인 사건으로 시작된 드라마

서현진은 상처가 깊고..
그 상처를 온갖 지랄로 푸는 자세가
그 염병을 지켜보는 엄마 아빠의 태도가..
같은 상처를 알아봐 주는 에릭의 후각이
그리고, 모르는 척 쓰다듬어 주는 마음씀씀이가..
드라마를 드라마로만 봐 주어서
온전히 평안할 수 있었던 내 정신세계를 
쫑 내고나고야 만다.

모..명대사야
수도 없고...

가만히 있음 진짜 평범한데
입을 열고, 말을 하고, 표정을 보이면
느무느무 이뻐지는 마력의 서현진도 언급하면 입 아프고..

예지원이 아니면, 누가하랴...
그 패션이며, 제스쳐며,
비극을 희극속에서도 보여 주는 능력자이며
황석정 포함 푼수과 마녀계의 진정한 수장임을 보여주는
우리의 그리웠던 올드미쓰다이어리 예지원

인텔리 해 보이는데도,
스타일리쉬 해 보이는데도,
왠지 찌질한.. 
김지석의 콜라보도 맘에 들고..
(김지석한테는 보그병신체가 어울림)

4회까지의 에피중에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건 
에릭과 에릭엄마의 이야기였다.

돈 버는 놈 에릭한테
빨대 꽂은 돈 쓰는 놈 엄마가 있다.
돈이 필요하면만, 전화를 해대고, 찾아 오고,
와서는 돈을 만들어 달라고 졸라 댄다.

엄마가..이런데..엄마가..그런데..엄마가..그래서..
듣다가 에릭이 말한다.
내가..이렇고..내가..그렇고..내가..그래서..
라고 말하라고,
왜 엄마가..엄마가..라고 말해서
엄마라는 감정을 팔고, 죄책감을 자극하냐고..
화를 낸다.
그리 화를 내면서도 결국 또 돈을 주고 만다.
어떻게..그 감정을 파는 게 엄마한테는 아무 일도 아니냐고..
말하면서 말이다.

갚겠다는 입발린 말도 익숙한 엄마는
이제는 에릭의 그 말마저에도 아무런 감흥이 없고..
그나마 땡깡을 여적지 통하는 싱글남 아들이 아니면,
세상 누구에게도 먹히지 않을
늙어 가며, 약발 다해버린
지성과 미모와 매력의 껍데기만 남아서 분할 뿐이다.

에릭이라고 모르겠는가..
엄마라고 모르겠는가..
우리 아이가 달라지듯..
우리 부모가 달라지든가..

익숙한 톱니바퀴처럼 그 관계는 돌고 또 돈다.
돈 쓰는 놈 따로고..
돈 버는 놈 따로라도..
그래도, 그런 관계라도 있는 게 부럽다는 누군가의 독백 또한 있는 것 처럼

어려서는 몰라 당하고,
커서는 알면서 당하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익숙해져서 당하겠지.
그리 살다보면
서로 비슷한 상처를 알아보고
그 옆에 슬며시 서 주는 사람이 생기겠지.

또, 오해영은
그래도 따뜻하고,
그래서, 더욱 쓸쓸하다.



IP : 72.219.xxx.68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16.5.11 11:47 PM (211.238.xxx.42) - 삭제된댓글

    일단 오타체크~
    서지석 아니고요 김지석이예용^^*

  • 2. 쑥과마눌
    '16.5.11 11:49 PM (72.219.xxx.68) - 삭제된댓글

    고쳤어요~
    감사^^

  • 3. 제이니
    '16.5.12 12:00 AM (175.121.xxx.70)

    쑥과마눌님이시군요.
    이 시점에서 님 리뷰 올라올 줄 알았다는..
    전 40후반인데 이 드라마 참 좋네요.
    예전 올드미스다이어리도 좋아했는데...

  • 4. 쑥과마눌
    '16.5.12 12:04 AM (72.219.xxx.68)

    답글 달아 주셔서, 감사해요.
    제 생각(?) 떠올린 것도 감사 ㅋㅋ

    몇회 더 보고, 리뷰 쓰고 싶었는데
    어제 저녁에 4편을 몰아 보고, 그냥 썼네요.

    작가 내공이 올미다 이후로 더욱 깊어 진것 같아서,
    한회 한회 리뷰할것이 많을 듯해요.

  • 5. ..
    '16.5.12 1:42 AM (14.52.xxx.43)

    즐거운 드라마~~기다리는 드라마예요. 유괘하면서도 환타지인데 왜 현실감이 살아 있는지 작가 멋있네요

  • 6. 별헤는밤
    '16.5.12 1:48 AM (125.132.xxx.44)

    아 드라마만큼 따스한 리뷰 감사해요

  • 7. aa
    '16.5.12 2:44 AM (125.129.xxx.148)

    잘 읽었습니다.
    올미다 작가였군요.. 저도 드라마 보고, 너무 가슴에 와 닿아 깜짝 놀랬는데요..
    뭐가 이렇게 여운이 남는 것인지하고 ...
    전체적으로 슬픈 내용인데, 참 밝게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에릭 엄마 캐랙터 인상적으로 너무 잘 만든 것 같고...
    예지원은 말할 것도 없고....

    또 리뷰를 기대합니다....

  • 8. ..
    '16.5.12 5:30 AM (222.99.xxx.103)

    젤 불쌍한 피해자는
    한태진인데
    아무도 언급조차 안 해주다니 ㅜ

  • 9. ㅎㅎㅎ
    '16.5.12 5:46 AM (121.130.xxx.134)

    닉넴도 안 보고 슥슥 읽는데 냄새가 나더라구요.
    어, 어, 어!
    나 이분 아는데.

    역시나 쑥과마눌님이셨네요.
    전 드라마는 안 봤지만 리뷰가 참 좋아서 한 번 보고싶네요.

  • 10. ...
    '16.5.12 6:08 AM (211.36.xxx.216)

    오~쑥과마눌님
    글 좋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72146 문자나 전화안받는 거에 예민하면 자존감이 낮은 거겠죠? 9 ... 2016/07/02 2,671
572145 아이 인형과 신발 기부하고 싶은데요 2 ㅇㅇ 2016/07/02 794
572144 디마프에서 조인성 미모가 요즘 절정 같아요. 37 ... 2016/07/02 6,733
572143 나이 들어 한자 배우기가 취미가 될 수 있을까요? 11 겸용 2016/07/02 2,703
572142 귀한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운다...동의 하시나요? 12 .... 2016/07/02 3,458
572141 문래동 or 당산동 쪽에 유명한 맛집 있나요? 6 맛집 2016/07/02 1,896
572140 서준이 설아 너무 재밌어요. 3 ㅇㅇ 2016/07/02 2,510
572139 짜짜로니를 오래 볶으면 엄청 맛있.. 7 ㅇㅇ 2016/07/02 2,654
572138 상추, 깻잎 등등 직접 길러 보고 싶어요 7 그런데 2016/07/02 1,210
572137 대치동 학원에서 중학생 영문법 잘가르치는 단과학원 없나요? 3 영어 2016/07/02 1,549
572136 DKNY 싱글 노처자들 컴온 12 싱글이 2016/07/02 1,255
572135 세이펜 양도시 등록번호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1 질문있어요... 2016/07/02 2,519
572134 롱샴 가방 모서리 구멍나면 버려야할까요 7 니모 2016/07/02 5,390
572133 인간관계에서 느낀점 17 .. 2016/07/02 7,722
572132 마요네즈로 버무려놓으라고되어있는데 4 밑반찬 2016/07/02 1,818
572131 20키로 32900원일대 9키로면 얼마죠? 9 ^^* 2016/07/02 1,152
572130 닭발육수날때 향신료 무얼넣나요? 2 모모 2016/07/02 883
572129 화장하면 답답해서 안했는데 2 ㅇㅇ 2016/07/02 2,007
572128 '강제종료' 특조위원들의 못다한 이야기. . "밥벌이... 5 bluebe.. 2016/07/02 599
572127 40대 요가만으로 근력운동 괜찮을까요? 10 다시운동 2016/07/02 6,290
572126 사람수가 3명이상 넘어가면 힘든거... 8 초코 2016/07/02 2,572
572125 눈에따갑지 않은 화운데이션좀 알려주세요 1 부탁 2016/07/02 826
572124 LA처음가요. 숙소 어찌할지.. 그리고 많은 팁 주세요 ^^ 13 엘에이 2016/07/02 1,554
572123 남편이 안아준다 할때 가만있을걸 2 ㅇㅇ 2016/07/02 5,161
572122 애들은 중고등이고 전세대출은 가득인데도 15 여름휴가요 2016/07/02 3,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