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6년 5월 10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534
작성일 : 2016-05-10 07:23:02

_:*:_:*:_:*:_:*:_:*:_:*:_:*:_:*:_:*:_:*:_:*:_:*:_:*:_:*:_:*:_:*:_:*:_:*:_:*:_:*:_:*:_:*:_:*:_

첫 페이지의 의혹을 넘겨버린 것도 세월이었다
더 이상 번역하지 않아도 되는 당신을 눕혀두면
눈 밖에 난 활자들도 어둠을 먹고 자란다

신비롭게 제본된 팔다리를 흔들어 본다

사서처럼 당신을 들고 오던 날 편협한 장르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었다
당신을 펼치고도 늘 화자였던
나는 바깥이 그리운 아내가 되고
숨 쉬는 것조차 다른 당신을 매일 덮었다

아이들은 생소한 이야기를 시작한 지 오래다

나의 눈높이로 들어 올린 당신은 한 번씩 버려진 문장처럼 뚝 떨어진다
글자보다 여백이 많은
감명 깊은 나라로 떠난 여행길에서도
당신을 끝까지 읽은 적이 없다

개미의 길처럼 작은 통로로 끊임없이 사라지는 주인공을 따라오는 사이
당신은 헌책방의 고서처럼 누렇게 뜨고 있다
신간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나는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다

제목이 뭐였더라, 당신? 엄지와 검지에 침을 발라
한 끼의 그리움을 번역해낸다
한 번도 대출 받은 적 없는 목록마저 사라졌다
나의 환한 등잔 밑에 숨어 있던 책 속의 길

저자는 죽었다

나비효과처럼 팔랑이는 페이지마다
읽어서 도달할 경지였다면
화려한 세간 밑에서 먼지가 쌓였겠다
더 이상 속독이 되지 않는 느린 벤치 위에서 바람이 당신을 읽고 간다

오래 흘러야 강이 된단다

평생을 먹어도 배가 고픈 우리는
간단한 줄거리를 오래도 붙들고 있다
어느 날은 율법처럼 서 있던 당신을 성경 옆에 꽂아 두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당신을 꺼내어 일기를 쓴다

어느 페이지인가에 나의 혼을 접어 두었었다


                 - 이월란, ≪당신을 읽다≫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6년 5월 10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5/09/201605109292.jpg

2016년 5월 10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6/05/09/201605105252.jpg

2016년 5월 10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43038.html

2016년 5월 10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be6f5bda23a44244b31aa31a0dc21f0d




극과 극은 통한다지만 서로 다른 극인 것 같지도 않음.




―――――――――――――――――――――――――――――――――――――――――――――――――――――――――――――――――――――――――――――――――――――

우린 남에게보다 늘 자신에게 더 가혹하다.
당연히 힘든 일인데 자신을 바보 같다고
미쳤다고 미워하고,
남들도 욕한 나를 내가 한 번 더 욕하고,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는 가슴에,
누군가는 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한다.

              - 노희경, ˝굿바이 솔로 2˝ 中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4804 자동차 딱지떼는거 잘아시는분 ,,좀 알려주세요 Fffff 2016/06/08 661
    564803 혹시 자녀들 유튜브 하게 놔두시나요..??? 3 redorc.. 2016/06/08 1,943
    564802 공부안하려는 중학생 아들 절망 5 어찌함 2016/06/08 2,626
    564801 디마프 - 고두심같은 엄마 정말 싫지 않나요? 7 드라마 2016/06/08 3,405
    564800 한여름에 인테리어 하고 이사들어가보신분!~~~ 5 ㅇㅇ 2016/06/08 1,172
    564799 '국정원 여직원 감금' 야당 전·현직 의원들 벌금 구형 6 샬랄라 2016/06/08 967
    564798 예지원 ;호불호였던 이사도라, 욕 안 먹으면 다행 6 예지원 멋지.. 2016/06/08 2,557
    564797 미신이지만 이뤄져라 얍 .. 2016/06/08 717
    564796 매매 잔금 날짜 연기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2 아줌마 2016/06/08 1,123
    564795 25년전, "사랑이 뭐길래"를 보다가 9 김수현 2016/06/08 2,623
    564794 요양병원은 어떤상태의 환자가 가는곳인가요 4 궁금 2016/06/08 2,004
    564793 반기문은 한국인인가? 미국인인가? 3 뱀장어실체 2016/06/08 1,090
    564792 40대 고딩맘 커뮤니티 어디 없을까요 2 235 2016/06/08 1,465
    564791 서초외곽 큰 아파트냐 반포 작은 아파트냐 이사고민중요 9 씨즘 2016/06/08 2,645
    564790 일본 젓가락은 괜찮을까요 3 .. 2016/06/08 1,339
    564789 민망한질문입니다만...(방귀) 2 민망 2016/06/08 1,449
    564788 화분에서 사는 개미 처치한적 있으세요 3 개미 2016/06/08 2,176
    564787 혜택많은 신용카드 추천해 주세요. 9 ... 2016/06/08 2,350
    564786 오래된 빌란데 자꾸 절에서 왔다면서 초인종 눌러요 17 자증 2016/06/08 4,828
    564785 집이 근저당 잡힌다는게 뭔가요? 3 .. 2016/06/08 1,546
    564784 서진도 농협에서 새로 출시 된 해초검정쌀이에요~ 팽목항 2016/06/08 590
    564783 도대체 집행유예라는 것이 왜 있어요? 5 ........ 2016/06/08 1,550
    564782 에이 주식에 디어서... 5 배당주 2016/06/08 1,883
    564781 6세 아이에게요 공공예절 지키라고..좀 심하다싶을정도로 가르치는.. 8 미나리2 2016/06/08 1,417
    564780 제가 겪은 개인병원이야기입니다. 16 간호사 2016/06/08 5,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