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6년 5월 10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529
작성일 : 2016-05-10 07:23:02

_:*:_:*:_:*:_:*:_:*:_:*:_:*:_:*:_:*:_:*:_:*:_:*:_:*:_:*:_:*:_:*:_:*:_:*:_:*:_:*:_:*:_:*:_:*:_

첫 페이지의 의혹을 넘겨버린 것도 세월이었다
더 이상 번역하지 않아도 되는 당신을 눕혀두면
눈 밖에 난 활자들도 어둠을 먹고 자란다

신비롭게 제본된 팔다리를 흔들어 본다

사서처럼 당신을 들고 오던 날 편협한 장르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었다
당신을 펼치고도 늘 화자였던
나는 바깥이 그리운 아내가 되고
숨 쉬는 것조차 다른 당신을 매일 덮었다

아이들은 생소한 이야기를 시작한 지 오래다

나의 눈높이로 들어 올린 당신은 한 번씩 버려진 문장처럼 뚝 떨어진다
글자보다 여백이 많은
감명 깊은 나라로 떠난 여행길에서도
당신을 끝까지 읽은 적이 없다

개미의 길처럼 작은 통로로 끊임없이 사라지는 주인공을 따라오는 사이
당신은 헌책방의 고서처럼 누렇게 뜨고 있다
신간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나는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다

제목이 뭐였더라, 당신? 엄지와 검지에 침을 발라
한 끼의 그리움을 번역해낸다
한 번도 대출 받은 적 없는 목록마저 사라졌다
나의 환한 등잔 밑에 숨어 있던 책 속의 길

저자는 죽었다

나비효과처럼 팔랑이는 페이지마다
읽어서 도달할 경지였다면
화려한 세간 밑에서 먼지가 쌓였겠다
더 이상 속독이 되지 않는 느린 벤치 위에서 바람이 당신을 읽고 간다

오래 흘러야 강이 된단다

평생을 먹어도 배가 고픈 우리는
간단한 줄거리를 오래도 붙들고 있다
어느 날은 율법처럼 서 있던 당신을 성경 옆에 꽂아 두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당신을 꺼내어 일기를 쓴다

어느 페이지인가에 나의 혼을 접어 두었었다


                 - 이월란, ≪당신을 읽다≫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6년 5월 10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5/09/201605109292.jpg

2016년 5월 10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6/05/09/201605105252.jpg

2016년 5월 10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43038.html

2016년 5월 10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be6f5bda23a44244b31aa31a0dc21f0d




극과 극은 통한다지만 서로 다른 극인 것 같지도 않음.




―――――――――――――――――――――――――――――――――――――――――――――――――――――――――――――――――――――――――――――――――――――

우린 남에게보다 늘 자신에게 더 가혹하다.
당연히 힘든 일인데 자신을 바보 같다고
미쳤다고 미워하고,
남들도 욕한 나를 내가 한 번 더 욕하고,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는 가슴에,
누군가는 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한다.

              - 노희경, ˝굿바이 솔로 2˝ 中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58914 부모님 몰래 혼인신고 11 2016/05/19 6,747
    558913 말로만 듣던 수영장 조폭 할매.. 24 개황당 2016/05/19 11,849
    558912 블로그에 일기 적는분 계신가요? 2 혹시 2016/05/19 1,536
    558911 자동차 키를 잃어버렸는데요 ㅠ 10 바보 2016/05/19 1,651
    558910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2 플래시몹 2016/05/19 799
    558909 같은아파트에 사는 친정언니…제가 잘못한건가요? 28 까망이 2016/05/19 19,183
    558908 공항에서 택배받을 수 있나요? 4 형제맘 2016/05/19 1,067
    558907 이번 감기 두통 2 이번 감기 2016/05/19 1,034
    558906 전 왜이렇게 덥석덥석 예약을 할까요..ㅠㅠ 4 000 2016/05/19 2,357
    558905 신정ㅇ는 의학적으로 제정신인가요? 38 ... 2016/05/19 17,443
    558904 코스트코 요번 주 할인 품목은 뭐가 있나요? 1 코스트코 2016/05/19 1,394
    558903 마늘 간장장아찌 하면 질기지 않나요? 3 마늘장아찌 2016/05/19 712
    558902 빅ㅁㅁ 전복장 14 허~참 2016/05/19 5,071
    558901 공기업다니는 아들이 간호사랑 사귄다고 걱정하시는 형님 23 문의 2016/05/19 14,060
    558900 강아지 생리중에중성화수술 시켜도되나요? 5 궁금 2016/05/19 2,526
    558899 체중을 보면 성격도 보이는게 40 ㅇㅇ 2016/05/19 19,613
    558898 실비청구시 진료비내역서 2 실비 2016/05/19 4,314
    558897 정신과의사가 본 강남역 살인사건의 본질 13 2016/05/19 6,443
    558896 생크림 카스테라 드셔보신 분 9 ㅇㅇ 2016/05/19 2,200
    558895 태국 유심칩질문좀요.. 2 스끼다시내인.. 2016/05/19 758
    558894 코스트코에서 타이어 교체해 보신분 계신가요? 12 푸른잎새 2016/05/19 3,039
    558893 국수의신에서 공승연과 조재현무슨관계인가요? 1 국수의신 2016/05/19 1,346
    558892 헬렌 모자 색상 고민중이에요 10 결정장애 2016/05/19 2,149
    558891 제주여행 ,부산여행 중에서 4 .. 2016/05/19 1,054
    558890 마흔에 전문직이 된다면 30 ㅇㅇ 2016/05/19 7,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