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6년 5월 10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592
작성일 : 2016-05-10 07:23:02

_:*:_:*:_:*:_:*:_:*:_:*:_:*:_:*:_:*:_:*:_:*:_:*:_:*:_:*:_:*:_:*:_:*:_:*:_:*:_:*:_:*:_:*:_:*:_

첫 페이지의 의혹을 넘겨버린 것도 세월이었다
더 이상 번역하지 않아도 되는 당신을 눕혀두면
눈 밖에 난 활자들도 어둠을 먹고 자란다

신비롭게 제본된 팔다리를 흔들어 본다

사서처럼 당신을 들고 오던 날 편협한 장르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었다
당신을 펼치고도 늘 화자였던
나는 바깥이 그리운 아내가 되고
숨 쉬는 것조차 다른 당신을 매일 덮었다

아이들은 생소한 이야기를 시작한 지 오래다

나의 눈높이로 들어 올린 당신은 한 번씩 버려진 문장처럼 뚝 떨어진다
글자보다 여백이 많은
감명 깊은 나라로 떠난 여행길에서도
당신을 끝까지 읽은 적이 없다

개미의 길처럼 작은 통로로 끊임없이 사라지는 주인공을 따라오는 사이
당신은 헌책방의 고서처럼 누렇게 뜨고 있다
신간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나는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다

제목이 뭐였더라, 당신? 엄지와 검지에 침을 발라
한 끼의 그리움을 번역해낸다
한 번도 대출 받은 적 없는 목록마저 사라졌다
나의 환한 등잔 밑에 숨어 있던 책 속의 길

저자는 죽었다

나비효과처럼 팔랑이는 페이지마다
읽어서 도달할 경지였다면
화려한 세간 밑에서 먼지가 쌓였겠다
더 이상 속독이 되지 않는 느린 벤치 위에서 바람이 당신을 읽고 간다

오래 흘러야 강이 된단다

평생을 먹어도 배가 고픈 우리는
간단한 줄거리를 오래도 붙들고 있다
어느 날은 율법처럼 서 있던 당신을 성경 옆에 꽂아 두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당신을 꺼내어 일기를 쓴다

어느 페이지인가에 나의 혼을 접어 두었었다


                 - 이월란, ≪당신을 읽다≫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6년 5월 10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5/09/201605109292.jpg

2016년 5월 10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6/05/09/201605105252.jpg

2016년 5월 10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43038.html

2016년 5월 10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be6f5bda23a44244b31aa31a0dc21f0d




극과 극은 통한다지만 서로 다른 극인 것 같지도 않음.




―――――――――――――――――――――――――――――――――――――――――――――――――――――――――――――――――――――――――――――――――――――

우린 남에게보다 늘 자신에게 더 가혹하다.
당연히 힘든 일인데 자신을 바보 같다고
미쳤다고 미워하고,
남들도 욕한 나를 내가 한 번 더 욕하고,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는 가슴에,
누군가는 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한다.

              - 노희경, ˝굿바이 솔로 2˝ 中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06820 에릭은 그냥 멋있네요 23 어휴 2016/10/14 12,716
    606819 비정상회담 멤버들 얘기해 봐요 28 2016/10/14 6,888
    606818 왕소가 달아라 공주랑 결혼한다면 납득이 가시나요? 8 달연보는 분.. 2016/10/14 1,524
    606817 족저근막염에 발맛사지기 효과있나요? 5 김수자 2016/10/14 4,250
    606816 학교 교수님이 미남이신데 문득 대학시절 어땠을까 궁금해지더라구요.. 12 e 2016/10/14 2,870
    606815 김제동 조사, 한민구 국방 장관은 결국 꼬리를 내리다.. 1 ... 2016/10/14 3,119
    606814 좀전에 담근김치 냉장고에 넣을까요? 2 라이프 2016/10/14 634
    606813 통쾌하게 반격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 24 궁금이 2016/10/14 4,386
    606812 햄스터 항문부분이 6 ,,,,? 2016/10/14 1,156
    606811 여자가 보는 호감가는 여자 행동 8 ㅇㄹㅇㄹ 2016/10/14 8,036
    606810 요즘 승마 입시관련 유명한 그 여대 4 2016/10/14 1,727
    606809 한국 아저씨 5 2016/10/14 724
    606808 최순실 딸 리포트 수준 함 보세요~~~ 15 2016/10/14 6,518
    606807 혈압조절로 양파먹을때요 도움좀주세요 10 ㄱㄴ 2016/10/14 2,308
    606806 당산동은 살기 좋은가요? 11 ㅇㅇ 2016/10/14 4,285
    606805 열 많은 체질은 마시는것도 차게 먹는게 좋나요? 1 .... 2016/10/14 509
    606804 만약 우리도 왕이 아직도 존재한다면... 6 고종 2016/10/14 780
    606803 열무는 김치밖에 다른 요리 없나요? 11 2016/10/14 1,747
    606802 술 마신 남편이 문두드리고 협박해요 5 도와주세요 2016/10/14 2,344
    606801 발톱무좀 레이저로 치료해본신분 계신가요? 10 .... 2016/10/14 7,012
    606800 흰머리 염색 안하는 분 계신가요 18 조군 2016/10/14 6,995
    606799 살이찌니까 좋은점도 있네요 3 ㅡㅡ 2016/10/14 3,375
    606798 엄마가 패키지 여행을 가셨는데.. 6 노니가머길래.. 2016/10/14 3,040
    606797 부부가 둘 다 예민한 성격이면 어떻게 살아요? 4 궁금 2016/10/14 1,892
    606796 the k2 @@ 2016/10/14 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