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는 엄마가 이부자리 풀먹여서 손질해 주셨어요. 상당히 손도 많이 가는 일이라 저도 같이 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계모인가보다 했지요. 순서가 헷갈리는데 우선 이불 요 홑청을 뜯어 빨아서 풀을 먹인 후 살짝 말려요. 그러고 나면 펴서 마주보고 길게 잡고 마구 잡아당겨서 주름을 폈던가? 서로 잡아당기다 놓치기도 하고 끌려가기도 하고. 그 후에는 잘 개어서 접어서 천에 싸고 제가 올라가서 한참을 밟았어요. 학생이라 시험공부 하다가도 책들고 밟았지요. 귀찮으면 바둑판으로 눌러놓기도 했구요. 마지막 과정은 바느질이었네요. 큰 돗바늘로 이불 꿰매는데 어찌나 까다로운지 그것도 규칙이 있답니다. 사이드부터 꿰매고 위 아래 하기. 이것까지도 할만한데 목쪽으로 한겹 더 달게되면 바느질이 어려워요. 그러고 나면 정말 빳빳한 이불이 완성이죠. 이걸 매달 혹은 이주마다 가족들 온 이불을 했는데, 그 때는 지긋지긋해서 꼭 결혼하면 그냥 빨아서 지퍼로 여미는 이부자리 쓰겠다는 결심도 했어요. 지금은 풀냄새, 그 차가운 느낌이 그립네요. 뭔가 정갈한 느낌도 나고 때도 덜 타는거 같았는데. 지금은 손이 많이 가서 할 수도 없고 엄두가 안나요. 저 완전 시골사람 같죠? 실은 8학군 한복판에서 자랐고 지금도 생활하고 있다는게 반전. 저희 엄마 볕에서 육포 말리시면 벌레 앉지 못하게 하루종일 부채질 시키기도 하셨는데ㅋㅋ
이런 일은 많이 했는데 결혼 전까지 밥도 안해보고 과일도 안 깎아봤다는게 좀 모순이긴 하네요. 엄마는 나이들어 가시고 풀먹인 이불이 그리운 나는 아직도 철딱서니 없는 딸이고ㅠㅠ
어버이날이라 엄마랑 점심 예약 했는데 더 잘 해 드려야겠어요. 엄마 고맙고 사랑해요 건강하게오래 사셔요.
풀먹임 얘기 나와서
풀냄새 조회수 : 950
작성일 : 2016-05-09 09:53:40
IP : 218.48.xxx.11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ㅇㅇ
'16.5.9 9:58 AM (49.142.xxx.181)원글님 40대 중반 후반 뭐 그쯤 되신듯
저랑 상황이 너무 비슷해서 ㅎㅎ
저도 8학군 한가운데서 살았는데 뭐 그 시절은 8학군이 그리 대단하던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서울고 상문고 휘문고 다 유명했었고...
암튼 저도 그리 엄마가 이불 홑청 뜯어 풀먹이고 하던 과정 기억나요.2. ..
'16.5.9 10:05 AM (14.40.xxx.10) - 삭제된댓글저 50대 중반
일하는 언니들이 집에 있어서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풀메기는 모습 보고 자랐기에
결혼해서 10여년은 풀메겨서 다려서 호청 끼우고 했지요
모시옷도 풀해서 입었고요
국산 삼베일불 해주신거 풀해서 덮었고요
지금은 이불호청은 안하지만
삼베이불은 풀해서 덮는답니다
풀하지 않으면 금방 :떨어지거든요3. 풀먹인 이불홑청
'16.5.9 10:08 AM (125.128.xxx.138)50대 중반인 저는 제가 좋아서 아직 홑청풀먹여서 꿰매어사용합니다.
특히 여름 삼베카페트에 풀을 먹여
적끈적한 장마철에 누워 종아리를 문지르면
사각사각 거리는 촉감을 포기할수 없더라구요~
제 친구들 저 풀먹이는 것 보고 다들 한마디씩 합니다
할일 없는 아짐 하나 있다고
저 워킹맘 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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