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풀먹임 얘기 나와서

풀냄새 조회수 : 886
작성일 : 2016-05-09 09:53:40
결혼 전에는 엄마가 이부자리 풀먹여서 손질해 주셨어요. 상당히 손도 많이 가는 일이라 저도 같이 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계모인가보다 했지요. 순서가 헷갈리는데 우선 이불 요 홑청을 뜯어 빨아서 풀을 먹인 후 살짝 말려요. 그러고 나면 펴서 마주보고 길게 잡고 마구 잡아당겨서 주름을 폈던가? 서로 잡아당기다 놓치기도 하고 끌려가기도 하고. 그 후에는 잘 개어서 접어서 천에 싸고 제가 올라가서 한참을 밟았어요. 학생이라 시험공부 하다가도 책들고 밟았지요. 귀찮으면 바둑판으로 눌러놓기도 했구요. 마지막 과정은 바느질이었네요. 큰 돗바늘로 이불 꿰매는데 어찌나 까다로운지 그것도 규칙이 있답니다. 사이드부터 꿰매고 위 아래 하기. 이것까지도 할만한데 목쪽으로 한겹 더 달게되면 바느질이 어려워요. 그러고 나면 정말 빳빳한 이불이 완성이죠. 이걸 매달 혹은 이주마다 가족들 온 이불을 했는데, 그 때는 지긋지긋해서 꼭 결혼하면 그냥 빨아서 지퍼로 여미는 이부자리 쓰겠다는 결심도 했어요. 지금은 풀냄새, 그 차가운 느낌이 그립네요. 뭔가 정갈한 느낌도 나고 때도 덜 타는거 같았는데. 지금은 손이 많이 가서 할 수도 없고 엄두가 안나요. 저 완전 시골사람 같죠? 실은 8학군 한복판에서 자랐고 지금도 생활하고 있다는게 반전. 저희 엄마 볕에서 육포 말리시면 벌레 앉지 못하게 하루종일 부채질 시키기도 하셨는데ㅋㅋ


이런 일은 많이 했는데 결혼 전까지 밥도 안해보고 과일도 안 깎아봤다는게 좀 모순이긴 하네요. 엄마는 나이들어 가시고 풀먹인 이불이 그리운 나는 아직도 철딱서니 없는 딸이고ㅠㅠ


어버이날이라 엄마랑 점심 예약 했는데 더 잘 해 드려야겠어요. 엄마 고맙고 사랑해요 건강하게오래 사셔요.
IP : 218.48.xxx.11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6.5.9 9:58 AM (49.142.xxx.181)

    원글님 40대 중반 후반 뭐 그쯤 되신듯
    저랑 상황이 너무 비슷해서 ㅎㅎ
    저도 8학군 한가운데서 살았는데 뭐 그 시절은 8학군이 그리 대단하던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서울고 상문고 휘문고 다 유명했었고...
    암튼 저도 그리 엄마가 이불 홑청 뜯어 풀먹이고 하던 과정 기억나요.

  • 2. ..
    '16.5.9 10:05 AM (14.40.xxx.10) - 삭제된댓글

    저 50대 중반
    일하는 언니들이 집에 있어서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풀메기는 모습 보고 자랐기에
    결혼해서 10여년은 풀메겨서 다려서 호청 끼우고 했지요
    모시옷도 풀해서 입었고요
    국산 삼베일불 해주신거 풀해서 덮었고요
    지금은 이불호청은 안하지만
    삼베이불은 풀해서 덮는답니다
    풀하지 않으면 금방 :떨어지거든요

  • 3. 풀먹인 이불홑청
    '16.5.9 10:08 AM (125.128.xxx.138)

    50대 중반인 저는 제가 좋아서 아직 홑청풀먹여서 꿰매어사용합니다.
    특히 여름 삼베카페트에 풀을 먹여
    적끈적한 장마철에 누워 종아리를 문지르면
    사각사각 거리는 촉감을 포기할수 없더라구요~

    제 친구들 저 풀먹이는 것 보고 다들 한마디씩 합니다
    할일 없는 아짐 하나 있다고
    저 워킹맘 입니다.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77246 서울 입주청소 잘 하는곳 2 입주청소 2016/07/18 1,197
577245 비염에 좋은 프로폴리스좀 추천해 주세요 6 ㅕㅕ 2016/07/18 2,349
577244 카다피 제거한 힐러리의 추악한 전쟁범죄 9 아랍의봄 2016/07/18 1,235
577243 고도근시 명의 부탁드려요ㅜㅜ 9 /// 2016/07/18 1,845
577242 친구랑 여행계를 하는데... 22 ... 2016/07/18 6,493
577241 냄새가 심하게 나는 테니스 공으로 맛사지 하려는데 4 목 디스크 2016/07/18 2,175
577240 인스타에 몸매 드러내는 여자들... 30 인스타 2016/07/18 14,603
577239 문신 스티커 지속하려면? 1 여름 2016/07/18 618
577238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는 영화 좀 추천해주세용~~ 4 열공 중.... 2016/07/18 2,184
577237 수박과 어울리는 간단한 식사는 뭐가 좋을까요? 5 요리치 2016/07/18 1,354
577236 머위대 껍질 안벗기면 질길까요. 4 감사합니다... 2016/07/18 899
577235 오키나와 여행에 다녀오신 분들~~도움 좀 주세요♡ 10 얼마만인가ㅠ.. 2016/07/18 2,774
577234 영연방 국가의 석사는 1.5년이 3 영연 2016/07/18 1,085
577233 알프라졸람. 바리움 복용중인데 겁나네요 7 걱정 2016/07/18 4,300
577232 금발이 너무해 1편, 2편 다 보신 님 계실까요? 8 머리를식히자.. 2016/07/18 1,441
577231 TV 수명이 10년도 안되나요? 5 티비 2016/07/18 1,466
577230 노랫말(가사)과 곡조에 대한 나의 생각 꺾은붓 2016/07/18 632
577229 결혼기념일도 깜빡깜빡 하는 사람인데요.. 3 ... 2016/07/18 900
577228 남편한테 문자가 왔는데 7 2016/07/18 5,285
577227 유산균 고함량 3 ㅇㅇ 2016/07/18 1,672
577226 세월호825일)미수습자님들이 꼭 가족에게 돌아오시기를. . .!.. 9 bluebe.. 2016/07/18 390
577225 서울 중구, '박정희 공원' 속도낸다. 5 유신반공독재.. 2016/07/18 836
577224 고1 문과지망생인데 이번 방학 공부 안내 좀 부탁드려요 3 /// 2016/07/18 1,154
577223 교통사고났는데요 엑스레이찍어도 멀쩡하다고하는데 7 아휴 2016/07/18 2,509
577222 소규모가족식사 돌스냅 해야할까요~? 6 돌파티? 2016/07/18 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