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풀먹임 얘기 나와서

풀냄새 조회수 : 904
작성일 : 2016-05-09 09:53:40
결혼 전에는 엄마가 이부자리 풀먹여서 손질해 주셨어요. 상당히 손도 많이 가는 일이라 저도 같이 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계모인가보다 했지요. 순서가 헷갈리는데 우선 이불 요 홑청을 뜯어 빨아서 풀을 먹인 후 살짝 말려요. 그러고 나면 펴서 마주보고 길게 잡고 마구 잡아당겨서 주름을 폈던가? 서로 잡아당기다 놓치기도 하고 끌려가기도 하고. 그 후에는 잘 개어서 접어서 천에 싸고 제가 올라가서 한참을 밟았어요. 학생이라 시험공부 하다가도 책들고 밟았지요. 귀찮으면 바둑판으로 눌러놓기도 했구요. 마지막 과정은 바느질이었네요. 큰 돗바늘로 이불 꿰매는데 어찌나 까다로운지 그것도 규칙이 있답니다. 사이드부터 꿰매고 위 아래 하기. 이것까지도 할만한데 목쪽으로 한겹 더 달게되면 바느질이 어려워요. 그러고 나면 정말 빳빳한 이불이 완성이죠. 이걸 매달 혹은 이주마다 가족들 온 이불을 했는데, 그 때는 지긋지긋해서 꼭 결혼하면 그냥 빨아서 지퍼로 여미는 이부자리 쓰겠다는 결심도 했어요. 지금은 풀냄새, 그 차가운 느낌이 그립네요. 뭔가 정갈한 느낌도 나고 때도 덜 타는거 같았는데. 지금은 손이 많이 가서 할 수도 없고 엄두가 안나요. 저 완전 시골사람 같죠? 실은 8학군 한복판에서 자랐고 지금도 생활하고 있다는게 반전. 저희 엄마 볕에서 육포 말리시면 벌레 앉지 못하게 하루종일 부채질 시키기도 하셨는데ㅋㅋ


이런 일은 많이 했는데 결혼 전까지 밥도 안해보고 과일도 안 깎아봤다는게 좀 모순이긴 하네요. 엄마는 나이들어 가시고 풀먹인 이불이 그리운 나는 아직도 철딱서니 없는 딸이고ㅠㅠ


어버이날이라 엄마랑 점심 예약 했는데 더 잘 해 드려야겠어요. 엄마 고맙고 사랑해요 건강하게오래 사셔요.
IP : 218.48.xxx.11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6.5.9 9:58 AM (49.142.xxx.181)

    원글님 40대 중반 후반 뭐 그쯤 되신듯
    저랑 상황이 너무 비슷해서 ㅎㅎ
    저도 8학군 한가운데서 살았는데 뭐 그 시절은 8학군이 그리 대단하던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서울고 상문고 휘문고 다 유명했었고...
    암튼 저도 그리 엄마가 이불 홑청 뜯어 풀먹이고 하던 과정 기억나요.

  • 2. ..
    '16.5.9 10:05 AM (14.40.xxx.10) - 삭제된댓글

    저 50대 중반
    일하는 언니들이 집에 있어서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풀메기는 모습 보고 자랐기에
    결혼해서 10여년은 풀메겨서 다려서 호청 끼우고 했지요
    모시옷도 풀해서 입었고요
    국산 삼베일불 해주신거 풀해서 덮었고요
    지금은 이불호청은 안하지만
    삼베이불은 풀해서 덮는답니다
    풀하지 않으면 금방 :떨어지거든요

  • 3. 풀먹인 이불홑청
    '16.5.9 10:08 AM (125.128.xxx.138)

    50대 중반인 저는 제가 좋아서 아직 홑청풀먹여서 꿰매어사용합니다.
    특히 여름 삼베카페트에 풀을 먹여
    적끈적한 장마철에 누워 종아리를 문지르면
    사각사각 거리는 촉감을 포기할수 없더라구요~

    제 친구들 저 풀먹이는 것 보고 다들 한마디씩 합니다
    할일 없는 아짐 하나 있다고
    저 워킹맘 입니다.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8250 아이유 눈만 크게 뜨는연기 거슬리네요 증말.. 22 호롤롤로 2016/09/20 3,963
598249 미국 대선 트럼프가 이길듯... 9 트럼프 2016/09/20 2,691
598248 고구마 줄기 벗기는 노하우 있으세요?? 7 초보 2016/09/20 1,358
598247 수시학교 비교좀해주세요. 29 푸른바다 2016/09/20 2,752
598246 명절 전날 늦는걸로 매번 집안이 살벌해요 34 mm 2016/09/20 6,757
598245 이 와중에도 웃을일은 있네요 2 지진 2016/09/20 850
598244 이런 아이는 2 기대 2016/09/20 495
598243 가사도우미를처음시작하려고하는데요. 7 가사도우미 2016/09/20 1,830
598242 중딩아들의 사회성 3 2016/09/20 1,240
598241 결혼해서 좋은점 나쁜점 3 결혼25년차.. 2016/09/20 903
598240 그릇 고수님들, 결혼 선물 좀 골라주세요~~ 9 데이지 2016/09/20 1,583
598239 지진 정말 이대로 괜찮은건지 ;;; 4 지진 2016/09/20 1,315
598238 지진 겪고는 싱크대 상부장의 무거운 물건들을 다 내다버리려고 꺼.. 6 대구.. 2016/09/20 2,199
598237 알레르기 비염에 좋은 게 작두콩. 유근피인가요?? 5 .. 2016/09/20 2,121
598236 붙박이장과 일반장중에 6 고민 2016/09/20 1,909
598235 폭식증 고치신 분 도움이 필요해요 3 폭식 2016/09/20 1,199
598234 참여정부위기관리대응 매뉴얼 중국도 벤치마킹해갔었네요. 7 ㄹㄹ 2016/09/20 763
598233 이문열 소설읽다가 의아한점 23 ㅇㅇ 2016/09/20 3,039
598232 직장맘 이사갈 동네 고민입니다. 6 엄마 2016/09/20 1,172
598231 방금전 여진 또 있었대요.. 1회추가 되서 401회 1 경주지진특보.. 2016/09/20 1,560
598230 큰 지진 오면요 1 . 2016/09/20 971
598229 미니백 추천해주세요~~ 5 Mini 2016/09/20 1,950
598228 거짓말하는 남편 어떻게 할까요... 2 도움절실 2016/09/20 1,592
598227 어제 지진 이후 아파요.. 1 .. 2016/09/20 706
598226 아기 키우는 친구집에 방문할 때... 4 고민 2016/09/20 1,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