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풀먹임 얘기 나와서

풀냄새 조회수 : 831
작성일 : 2016-05-09 09:53:40
결혼 전에는 엄마가 이부자리 풀먹여서 손질해 주셨어요. 상당히 손도 많이 가는 일이라 저도 같이 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계모인가보다 했지요. 순서가 헷갈리는데 우선 이불 요 홑청을 뜯어 빨아서 풀을 먹인 후 살짝 말려요. 그러고 나면 펴서 마주보고 길게 잡고 마구 잡아당겨서 주름을 폈던가? 서로 잡아당기다 놓치기도 하고 끌려가기도 하고. 그 후에는 잘 개어서 접어서 천에 싸고 제가 올라가서 한참을 밟았어요. 학생이라 시험공부 하다가도 책들고 밟았지요. 귀찮으면 바둑판으로 눌러놓기도 했구요. 마지막 과정은 바느질이었네요. 큰 돗바늘로 이불 꿰매는데 어찌나 까다로운지 그것도 규칙이 있답니다. 사이드부터 꿰매고 위 아래 하기. 이것까지도 할만한데 목쪽으로 한겹 더 달게되면 바느질이 어려워요. 그러고 나면 정말 빳빳한 이불이 완성이죠. 이걸 매달 혹은 이주마다 가족들 온 이불을 했는데, 그 때는 지긋지긋해서 꼭 결혼하면 그냥 빨아서 지퍼로 여미는 이부자리 쓰겠다는 결심도 했어요. 지금은 풀냄새, 그 차가운 느낌이 그립네요. 뭔가 정갈한 느낌도 나고 때도 덜 타는거 같았는데. 지금은 손이 많이 가서 할 수도 없고 엄두가 안나요. 저 완전 시골사람 같죠? 실은 8학군 한복판에서 자랐고 지금도 생활하고 있다는게 반전. 저희 엄마 볕에서 육포 말리시면 벌레 앉지 못하게 하루종일 부채질 시키기도 하셨는데ㅋㅋ


이런 일은 많이 했는데 결혼 전까지 밥도 안해보고 과일도 안 깎아봤다는게 좀 모순이긴 하네요. 엄마는 나이들어 가시고 풀먹인 이불이 그리운 나는 아직도 철딱서니 없는 딸이고ㅠㅠ


어버이날이라 엄마랑 점심 예약 했는데 더 잘 해 드려야겠어요. 엄마 고맙고 사랑해요 건강하게오래 사셔요.
IP : 218.48.xxx.11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6.5.9 9:58 AM (49.142.xxx.181)

    원글님 40대 중반 후반 뭐 그쯤 되신듯
    저랑 상황이 너무 비슷해서 ㅎㅎ
    저도 8학군 한가운데서 살았는데 뭐 그 시절은 8학군이 그리 대단하던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서울고 상문고 휘문고 다 유명했었고...
    암튼 저도 그리 엄마가 이불 홑청 뜯어 풀먹이고 하던 과정 기억나요.

  • 2. ..
    '16.5.9 10:05 AM (14.40.xxx.10) - 삭제된댓글

    저 50대 중반
    일하는 언니들이 집에 있어서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풀메기는 모습 보고 자랐기에
    결혼해서 10여년은 풀메겨서 다려서 호청 끼우고 했지요
    모시옷도 풀해서 입었고요
    국산 삼베일불 해주신거 풀해서 덮었고요
    지금은 이불호청은 안하지만
    삼베이불은 풀해서 덮는답니다
    풀하지 않으면 금방 :떨어지거든요

  • 3. 풀먹인 이불홑청
    '16.5.9 10:08 AM (125.128.xxx.138)

    50대 중반인 저는 제가 좋아서 아직 홑청풀먹여서 꿰매어사용합니다.
    특히 여름 삼베카페트에 풀을 먹여
    적끈적한 장마철에 누워 종아리를 문지르면
    사각사각 거리는 촉감을 포기할수 없더라구요~

    제 친구들 저 풀먹이는 것 보고 다들 한마디씩 합니다
    할일 없는 아짐 하나 있다고
    저 워킹맘 입니다.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59957 성남 수정구 쪽 계신 분중에 일자리 혹시 찾으시는 분 있나요? 7 job 2016/05/23 1,540
559956 엄마가 대장암이시래요.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하나요 11 . 2016/05/23 5,191
559955 20년 된 결혼 한복 12 외동맘 2016/05/23 3,471
559954 고딩학원선생님께 얼마나 자주 연락하시나요... 3 고딩학원 2016/05/23 1,171
559953 봉하 추도식... 8 보리보리11.. 2016/05/23 1,269
559952 고등 아들 ADHD 치료 받아야 될지 봐주세요(대전에 있는 병원.. 15 감자꽃 2016/05/23 5,538
559951 전세금 보호를 위해 전세권 설정과 보험,,조언 절실합니다 10 조언 절실해.. 2016/05/23 1,578
559950 디어마이프렌드 4 이런저런ㅎㅎ.. 2016/05/23 2,709
559949 또띠아 피자 1장으로 하세요? 두 장으로 하세요? 4 dav 2016/05/23 1,475
559948 문득 떠오른 음악대장 희망곡 9 ... 2016/05/23 1,495
559947 세무쪽 잘 아시는분 세무대행료 문의드려요. 3 ... 2016/05/23 1,112
559946 무식한 질문 드려요(구글 계정관련) 3 ... 2016/05/23 651
559945 sk브로*밴드 인터넷가입이요 3 ㅇㅇ 2016/05/23 1,141
559944 안철수가 월 100만원짜리 법인카드를 정대철 둥에게 줬다는데 11 ..... 2016/05/23 2,634
559943 미국 국방부장관.. 오키나와에 사과 2 애슈턴카터 2016/05/23 627
559942 문신이라는게 참으로 오래되었으면서도 큰 변화는 없는듯하네요 1 어허 2016/05/23 862
559941 반기문 대선후보? 야박한 외신 '최악 총장'으로 꼽는 이유 4 ㄴㄴㄴ 2016/05/23 1,217
559940 주차 스트레스때문에 이사 가고 싶은데... 저좀 말려 주세요 6 이사갈까요 2016/05/23 1,747
559939 메디폼 얼굴 흉터에 쓰는데 3 ㅇㅇ 2016/05/23 1,595
559938 중학 특목고 진학 6 특목고 2016/05/23 2,069
559937 사기피해로 정신적 고통이 넘 크네요 ㅠㅠ 15 매우우울 2016/05/23 4,847
559936 친정엄마와 연끊으면 다른 가족들과는 어떻게 하나요? 4 연끊기 2016/05/23 2,267
559935 원마이 체중계 쓰시는분~~ 1 원마이 2016/05/23 1,030
559934 입가에 수포생겨 연고 바르는데 흉터걱정 되네요 6 2016/05/23 1,774
559933 춘천 50대녀 살인사건 75세노인 전재산 빌려가고 갚지 않는다 .. 7 죽은인간이 .. 2016/05/23 3,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