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어버이날 속풀이

난감 조회수 : 1,486
작성일 : 2016-05-08 13:54:37
어버이날 마음이 안좋아서 어디 터놓기라고 하려고 씁니다. 저희 아버지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었답니다. 할머니 혼자 4남매를 키우셨죠. 덕분에 아버지는 불쌍한 엄마, 동생이라는 생각이 많으십니다. 항상 할머니, 동생들이 먼저셨어요. 아버지 혼자 사시면서 할머니, 동생들 거뒀으면 참 좋았을텐데요. 결혼을 하고 아버지는 지방으로 일을 하러 다니셨어요. 어머니가 저희 남매를 키우면서 할머니도 모시고 집안 대소사를 관장하셨어요. 아버지 동생들 형편이 안좋을 때 마다 앓아누우시는 할머니 덕분에 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어머니를 통한 동생들 뒤치닥거리를 마다 하지 않으셨어요. 지병이 있어 병원비가 필요한 고모, 항상 사고치고 수습할 돈이 필요한 삼촌들..

외가쪽 친척중 외국에 살고 있는 분이 한국에 들어오셨을 때 저보고 외국에서 공부하면 더 잘 할거라며 유학을 권했을 때, 저 외국에 보내면 당신 어머니, 동생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냐는 말을 제 앞에서 스스럼 없이 하시던 아빠.
친구들이 다 CD플레이어를 갖고 자랑할 때, 워크맨이라도 좀 사줄 수 없겠냐했더니 고모 병원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던 아빠..그런데 그 주말 고모네 사촌들이 신형 CD플레이어를 사들고 자랑하더라고요.

제가 살 길은 부모님 그늘에서 못어나 독립하는 것 밖에 없다 생각하고 혼자 외국에 나와 자리 잡은지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 사이 저는 결혼을 했지만 아이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버지도 은퇴를 하시고 좀 나아지려나 싶었는데 어느날 동생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가 쓰러져서 병원에 있다고. 이제 어머니도 좀 살 만 하려나 싶었는데...중병은 아니지만 주기적으로 관리해야하는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네요. 30년을 넘게 시댁 뒤치닥거리 하고 겨우 얻은게 지병이라니...속상했지만 엄마는 더 속상하실테니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그래도 엄마는 관리만 잘 하면 되다니 다행이라셨습니다. 저러다 할머니보다 엄마가 먼저 가시겠다 싶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게 없더라고요. 여기서 병에 좋다는 약이나 보내드리고 더 자주 전화드리는 것 밖에는요.
그러다 어느날 할머니 친구분이 몸에 좋다는 시술을 받으셨다며 그걸 그렇게 부러워하더라는 얘기를 동생한테 전해들었어요. 아버지는 당연히 할머니도 시술을 예약하셨고요.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할머니를 물리치료에, 특수 진료에, 다른 시술일정까지 잡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지난주 동생이 할머니가 음독을 하셨다는 전화를 해왔습니다. 다행히 후유증 없이 회복중이라고요. 도대체 왜 그러셨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시술 후에도 차도가 없고 너무 고통스러워 삶을 끝내고 싶으셨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냥 불쌍합니다. 저는 여기서 뭘 할 수 있는게 없고요. 어머니가 할만큼 하셨으니 되었다고 털고 나오셨으면 싶은데, 어머니 인생이니 제가 좌지우지 할 수도 없고. 이만큼 희생했으면 됐다며 아버지도 할머니를 다른데 모시거나 고모, 삼촌들이 돌아가며 모셨으면 싶지만 아버지 성격상 당신이 다 주관해야 해서 쉽지 않을거고요.어버이날 맘편히 부모님 모시고 식사조차 할 수 없는 제 처지가 속상하네요. 기를 쓰고 외국까지 나와서 이게 뭔 짓인가 싶기도 하고...그렇다고 나몰라라 하기는 제가 싫고...특히 결혼하고나니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글은 조금 있다가 지울지도 모르겠어요.
넋두리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IP : 65.79.xxx.18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16.5.8 2:58 PM (73.225.xxx.150) - 삭제된댓글

    마음이 말이 아니시겠어요.

    각자 지고있는 인생의 무게들이 너무 무겁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더라구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고 있는 짐들이 벅차고 안타까와서 뭐라고 하고 싶어도 그 한계들이 너무 클 때가 있더라구요.
    외국에서 하실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안타까우실 듯 해요.
    연세 들어가시는 어머님께 가능하시면 전화라도 자주 드리고 얘기라도 함께 나눠보시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해드리면 어떨까요. 엄마 불쌍하다는 말말고 엄마가 소중하고 좋다는 말씀도 자주 드려보면 좀 그래도 멀리있는 자식에게라도 위안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동생편에 어머니 따로 용돈도 좀 쓰실 수 있게 챙겨드려서.. 따로 하실 일 있으시면 좀 해보실 수 있게 해드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구요.

  • 2. 원글님
    '16.5.8 2:59 PM (73.225.xxx.150)

    마음이 말이 아니시겠어요.

    각자 지고있는 인생의 무게들이 너무 무겁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더라구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고 있는 짐들이 벅차고 안타까와서 뭐라도 하고 싶어도 그 한계들이 너무 클 때가 있더라구요.
    외국에서 하실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안타까우실 듯 해요.
    연세 들어가시는 어머님께 가능하시면 전화라도 자주 드리고 얘기라도 함께 나눠보시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해드리면 어떨까요. 엄마 불쌍하다는 말말고 엄마가 소중하고 좋다는 말씀도 자주 드려보면 좀 그래도 멀리있는 자식에게라도 위안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동생편에 어머니 따로 용돈도 좀 쓰실 수 있게 챙겨드려서.. 따로 하실 일 있으시면 좀 해보실 수 있게 해드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3008 샤워부스 물때 사라졌어요 6 yaani 2016/05/31 6,609
563007 썬크림 밖에 안나갈때도 집에서도 발라야하나요? 9 fff 2016/05/31 6,102
563006 초3 남아 얼마나 먹나요?? 3 .... 2016/05/31 1,129
563005 8월초 가족여행지 추천 부탁드려요 1 가족여행 2016/05/31 894
563004 대치동 학원가 라이드 23 흑흑 2016/05/31 6,446
563003 할머니들한테 돌고 있는 카톡(엄마가 보냄) 44 반총장 2016/05/31 26,271
563002 연년생 아들둘 키차이가 많이나요 4 2016/05/31 1,895
563001 멋 안부리고 여자 잘 못사귄 남자랑 결혼하면 1 .... 2016/05/31 2,317
563000 선물 어떤 것이 좋을까요? 1 ... 2016/05/31 754
562999 어린이집 정책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8 제주도 푸른.. 2016/05/31 2,872
562998 통돌이세탁기 바닥판이 분리됐는데 끼우는 법 아시는 분 계실까요?.. 2 멘붕 2016/05/31 4,952
562997 영어공부를 시작하려고해요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한데 도움부탁.. 7 도전 2016/05/31 1,814
562996 짜지 않은 카레분말 있을까요? 2 dd 2016/05/31 1,534
562995 최근에 한살림에서 구입하신 물품 중에 뭐가 좋으신가요? 27 ... 2016/05/31 7,401
562994 아빠란인간. 진짜복수하고싶네요 12 .. 2016/05/31 4,412
562993 중학교 국,사,과학 문제집 좀 추천해 주세요 1 샤베 2016/05/31 949
562992 강남에 오면 애들이 키가 작아요? 16 잠원동 2016/05/31 5,167
562991 소설가 한강의 책3권이 베스트셀러네요^^ 5 소설 2016/05/31 1,654
562990 세월호777일)미수습자님들이 꼭 가족에게 돌아오시기를. . .!.. 8 bluebe.. 2016/05/31 644
562989 오만과편견,제인에어,스윗프랑세즈 같은 영화 13 양파 2016/05/31 2,065
562988 죽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 하는 열아홉 살이 얼마나 많은가. 2 조정 2016/05/31 1,101
562987 밑이 타는 것 같은 증상 3 2016/05/31 1,679
562986 얼굴이 햇빛에 빨갛게 익은거 빨리 진정시킬 방법 없을까요? 7 ,,, 2016/05/31 4,891
562985 도와주세요, 회사에서 실수 건강보험관련.. 1 ㅜㅜ 2016/05/31 1,009
562984 대전 둔산동(월평주변) 고등국어 학원 또는 과외 추천 부탁드려요.. 8 molly 2016/05/31 3,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