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버이날 속풀이

난감 조회수 : 1,252
작성일 : 2016-05-08 13:54:37
어버이날 마음이 안좋아서 어디 터놓기라고 하려고 씁니다. 저희 아버지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었답니다. 할머니 혼자 4남매를 키우셨죠. 덕분에 아버지는 불쌍한 엄마, 동생이라는 생각이 많으십니다. 항상 할머니, 동생들이 먼저셨어요. 아버지 혼자 사시면서 할머니, 동생들 거뒀으면 참 좋았을텐데요. 결혼을 하고 아버지는 지방으로 일을 하러 다니셨어요. 어머니가 저희 남매를 키우면서 할머니도 모시고 집안 대소사를 관장하셨어요. 아버지 동생들 형편이 안좋을 때 마다 앓아누우시는 할머니 덕분에 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어머니를 통한 동생들 뒤치닥거리를 마다 하지 않으셨어요. 지병이 있어 병원비가 필요한 고모, 항상 사고치고 수습할 돈이 필요한 삼촌들..

외가쪽 친척중 외국에 살고 있는 분이 한국에 들어오셨을 때 저보고 외국에서 공부하면 더 잘 할거라며 유학을 권했을 때, 저 외국에 보내면 당신 어머니, 동생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냐는 말을 제 앞에서 스스럼 없이 하시던 아빠.
친구들이 다 CD플레이어를 갖고 자랑할 때, 워크맨이라도 좀 사줄 수 없겠냐했더니 고모 병원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던 아빠..그런데 그 주말 고모네 사촌들이 신형 CD플레이어를 사들고 자랑하더라고요.

제가 살 길은 부모님 그늘에서 못어나 독립하는 것 밖에 없다 생각하고 혼자 외국에 나와 자리 잡은지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 사이 저는 결혼을 했지만 아이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버지도 은퇴를 하시고 좀 나아지려나 싶었는데 어느날 동생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가 쓰러져서 병원에 있다고. 이제 어머니도 좀 살 만 하려나 싶었는데...중병은 아니지만 주기적으로 관리해야하는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네요. 30년을 넘게 시댁 뒤치닥거리 하고 겨우 얻은게 지병이라니...속상했지만 엄마는 더 속상하실테니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그래도 엄마는 관리만 잘 하면 되다니 다행이라셨습니다. 저러다 할머니보다 엄마가 먼저 가시겠다 싶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게 없더라고요. 여기서 병에 좋다는 약이나 보내드리고 더 자주 전화드리는 것 밖에는요.
그러다 어느날 할머니 친구분이 몸에 좋다는 시술을 받으셨다며 그걸 그렇게 부러워하더라는 얘기를 동생한테 전해들었어요. 아버지는 당연히 할머니도 시술을 예약하셨고요.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할머니를 물리치료에, 특수 진료에, 다른 시술일정까지 잡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지난주 동생이 할머니가 음독을 하셨다는 전화를 해왔습니다. 다행히 후유증 없이 회복중이라고요. 도대체 왜 그러셨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시술 후에도 차도가 없고 너무 고통스러워 삶을 끝내고 싶으셨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냥 불쌍합니다. 저는 여기서 뭘 할 수 있는게 없고요. 어머니가 할만큼 하셨으니 되었다고 털고 나오셨으면 싶은데, 어머니 인생이니 제가 좌지우지 할 수도 없고. 이만큼 희생했으면 됐다며 아버지도 할머니를 다른데 모시거나 고모, 삼촌들이 돌아가며 모셨으면 싶지만 아버지 성격상 당신이 다 주관해야 해서 쉽지 않을거고요.어버이날 맘편히 부모님 모시고 식사조차 할 수 없는 제 처지가 속상하네요. 기를 쓰고 외국까지 나와서 이게 뭔 짓인가 싶기도 하고...그렇다고 나몰라라 하기는 제가 싫고...특히 결혼하고나니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글은 조금 있다가 지울지도 모르겠어요.
넋두리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IP : 65.79.xxx.18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16.5.8 2:58 PM (73.225.xxx.150) - 삭제된댓글

    마음이 말이 아니시겠어요.

    각자 지고있는 인생의 무게들이 너무 무겁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더라구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고 있는 짐들이 벅차고 안타까와서 뭐라고 하고 싶어도 그 한계들이 너무 클 때가 있더라구요.
    외국에서 하실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안타까우실 듯 해요.
    연세 들어가시는 어머님께 가능하시면 전화라도 자주 드리고 얘기라도 함께 나눠보시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해드리면 어떨까요. 엄마 불쌍하다는 말말고 엄마가 소중하고 좋다는 말씀도 자주 드려보면 좀 그래도 멀리있는 자식에게라도 위안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동생편에 어머니 따로 용돈도 좀 쓰실 수 있게 챙겨드려서.. 따로 하실 일 있으시면 좀 해보실 수 있게 해드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구요.

  • 2. 원글님
    '16.5.8 2:59 PM (73.225.xxx.150)

    마음이 말이 아니시겠어요.

    각자 지고있는 인생의 무게들이 너무 무겁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더라구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고 있는 짐들이 벅차고 안타까와서 뭐라도 하고 싶어도 그 한계들이 너무 클 때가 있더라구요.
    외국에서 하실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안타까우실 듯 해요.
    연세 들어가시는 어머님께 가능하시면 전화라도 자주 드리고 얘기라도 함께 나눠보시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해드리면 어떨까요. 엄마 불쌍하다는 말말고 엄마가 소중하고 좋다는 말씀도 자주 드려보면 좀 그래도 멀리있는 자식에게라도 위안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동생편에 어머니 따로 용돈도 좀 쓰실 수 있게 챙겨드려서.. 따로 하실 일 있으시면 좀 해보실 수 있게 해드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56495 영화 대부에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6 2016/05/10 2,065
556494 심상정 "박 대통령, 너무 무식한 얘기 함부로 하신다&.. 14 ... 2016/05/10 4,572
556493 폰으로 팩스 보내기 되나요? 17 팩스 2016/05/10 2,076
556492 사직서는 기관장에게 내나요? 1 보통 2016/05/10 597
556491 실업급여 받는게 업주에게 부담이 있나요? 12 ,, 2016/05/10 6,987
556490 블루투스 스피커 신세계네요 13 ㅇㅇ 2016/05/10 5,148
556489 메이크업 베이스 3 겔랑 2016/05/10 2,051
556488 카드명세서 1 귀찮다. 2016/05/10 599
556487 “홍준표 주민소환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4 경남도지사 2016/05/10 1,018
556486 수영강사님께 스승의날 모아서 상품권 주자는데 32 초보수영 2016/05/10 7,365
556485 퇴사에관해 2 우울이 2016/05/10 928
556484 한복 보관법 궁금이 2016/05/10 580
556483 야~ 기가 막히는 필력이군요. 영화 곡성에 대한 곡성군수의 글 16 영화 곡성 2016/05/10 6,127
556482 외식안하고 28 어버이날 2016/05/10 13,057
556481 저렴한 액세서리 여러개 & 골드 하나로 힘주기 ?? 4 .. 2016/05/10 1,427
556480 광파 오븐에 대해 질문 좀... 1 쫍쫍 2016/05/10 817
556479 아이들 말 터지는데 도움될만한 책 추천 부탁드려요~ 5 어렵다 2016/05/10 743
556478 어버이연합배후 우병우..노무현대통령 수사검사. 12 깨알같다 2016/05/10 2,730
556477 장애가 있는데 채용이 되었다고 2 상담 2016/05/10 1,094
556476 평범하지 않은 고3 아들과 엄마 7 고3 2016/05/10 2,920
556475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조언 좀 주세요 ㅠ.ㅠ 25 예비맘 2016/05/10 2,836
556474 화장 잘하시는 분들 정말 부러워요 18 ㅇㅇ 2016/05/10 4,863
556473 제생일...어디까지..챙길까요?(셀프) 1 낼모레 2016/05/10 794
556472 자식이 먼저 간다는건 10 ㅇㅇ 2016/05/10 8,874
556471 배우 이성민한테 빠져서 이 나이에 정신 못 차리고 있네요 6 인생무상 2016/05/10 2,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