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골 블로거가 하루아침에 손혜원에 대한 글로 전국적 유명 인사가 되다.
지금 온라인 상에서는 이 블로거가 엄청난 반항을 일으키다
http://blog.naver.com/merniya/220703687798
적막할 만큼 고요하기나 하던 내 블로그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순전히 내 가족 소통용이어서 대개는 한 자리 숫자이던 방문객이 지난 24시간 동안 만 명쯤이나 된 것부터 그렇다. 나의 글이 손혜원 자신의 눈에 띄어 그의 페이스북과 트윗에 올라가 있는 것도 놀라웠다. 무지렁이 시골 것이 멋도 모르고 일을 저지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친 김에 역시 시골 것 답게 좀 더 나아가보는 것도 흉이 될 것 같지는 않고, 또 그럴 필요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다른 목적 없이, 매우 독특한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1)비단 2번당 지지자들만은 아니다. 심지어는 나를 포함한 정치무관심 층까지 강렬하게 흡인했던 필리버스터를 김종인이 단칼에 잘라버리려 했을 때(2번당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무참하게 박살낸 그 지점쯤부터 김종인은 어긋나기 시작하여 실착을 되풀이하게 되었고,결국 그 자신과 당을 망가뜨렸다), 김종인을 향해 외쳐, 하루를 더 연장하면서 형식에서나마 유종의 미, 그 흉내를 내보도록 한 것은 손혜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소문뿐, 확인된 것은 아닌데, 총선 개표 막바지에서 문재인이 광주에서의 약속대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려 했을 때, 문재인을 향해, 그렇다면 자신도 사퇴하겠다고 외쳐, 문재인을 멈추게 한 것은 역시 손혜원이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소문에 지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소문이 가능한 것도 역시 손혜원의 존재감 때문일 것이기에 그대로 인용한다. 이렇게 더불어민주당의 막강 전현직 대표에게 감히 외칠 수 있는 손혜원의 저돌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주인의식이다. 그는 객이 아니라 주인이다. 주인은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할 수 없다. 주인이기 때문이다.
손혜원의 손혜원다운 현재적 존재적 가치의 근원은 그의 주인의식이다.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홍보위원장 몫으로 1억쯤 책정되어 있는가봐요. 안 받겠다고 했어요.(나의 기억력은 별로니까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전, 이하, 모두 같다.) 그는 2번당에서의 자신의 일을 자원봉사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주인 노릇이 더 정확하다. 그는 상대 당 홍보 책임자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그쪽은 고용인인데 견줘 자신은 주인이라고. 사실 그는 주인으로서 보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천한다.
비단 정당만은 아니다. 한 조직의 구성원이 자신을 스스로 주인이라 정의한 적이 있었던가. 내 경험 범위 안에서는 처음 같은 이것은 엄청 중요하다. 결국은 노예인 고용인은 볼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일을 주인은 볼 수 있고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먹튀'라는 표현에 관심해보신 적이 있는가. 범위를 좁혀 조금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면 대한민국의 권력자들, 특히 대통령이니 하는 존재들은 하나같이 먹튀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간 동안 죽어라 먹고, 튄다.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이 아니기에 가능한 먹튀, 그것이 국가적 특징 같은 게 되었다. 그런데 손혜원은 스스로 주인이라 선언했고, 사실 그동안 주인으로서 고심했고, 결정했고, 실천했다. 과장 같은가? 그렇다면 조금만 설명을 덧붙여 두겠다.
김종인이 정청래를 잘라냈을 때, 2번당의 전국 조직은 순식간에 초상집이 되었고 지지율은 단박에 5%나 떨어졌다. 바로 그 다음 날 부산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출연 예정자들이 대개 고사했고(사람이 죽었는데 무슨 신명으로 무대에 오르겠는가), 썰렁해진 부산 현장은 그나마 눈물바다였다. 그 현장에서 전해져 온 사진 한 장. '우리는 정청래가 필요하다'라는 손팻말을 김비오 후보와 함께 들고 있는 손혜원이었다. 그것은 김종인에 대한 손혜원의 명시적 모반, 그 첫번째가 되겠는데(좀 희미한 그 그 사진, 놀라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거 손혜원 맞아? 맞지? 맞는 거 같은데? 하고 수군거렸다), 그날 그곳에 손혜원은 지지자들과 함께 울며, 지지자들의 그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다짐했고, 그 다짐을 실천했다.
김종인이나 그의 (당시) 이너서클들이 알아차리고 있었을는지 모르겠는데, 완전 초상집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는 2번당이 전열을 다시 가다듬은, 적어도 그 동기는 손혜원의 눈물과 투지였다. 손혜원은 마침내 온실인 비례를 포기하고, 스스로 사지라 부를 만큼 모든 게 불확실한 광야로 나가 정청래 아바타를 자임하면서 戰場, 전체 국면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다. 주인 아니면 할 수 없는 투신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손혜원의 집무는 상당 부분 자정 부근, 늦은 밤에 이루어진다. 그는 자신의 페친들과 긴밀하게 교감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손질해 결정하고, 그리고 곧 실천한다. 아기자기한 정감이 느껴지는 그 과정은 정교하고 빠르다. 더더더 콘서트 버스의 경우가 예가 되겠는데, 어느 날 자정 넘어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아이디어에 대한 난상토론이 있었는데, 그 이틀 뒤쯤 바로 그 버스가 광주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때 중국에 가 있던 손혜원은 '빠르죠?'라는 자신의 소감 한마디를 자신의 페친들에게 들려주었다. 빠른 게 아니라, 의사 결정에서 발주, 시공까지, 나로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시간 같았다.
대중을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의 주요 소통 도구인 페이스북을 통해 살펴본 그의 동선에서 잠을 자는 시간은 참 적어 보인다. 왜냐하면 더러는 두세 시까지 페북에서 소통하다가 다음 날 예닐곱 시쯤에는 그가 또 나타나기 때문이다. 역시 주인 아니면 할 수 없을 헌신 같다.
주인으로서 손혜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시선이 가 닿아 있는 궁극이다. 그는 그 한 곳을 바라보고 있고, 시장에 민감한 사람답게, 그 시장에서 살아남을 구체적 생존 전략이 포함된 정교한 구상이 축적되고 있다. 이것은 물론 근거없는 상상에 지나지 않지만, 지난 몇달동안 그를 살펴온 나는, 아니, 최소한 구라는 아냐, 하는 정도의 신뢰는 있다. 손혜원은 주인 노릇이 내게 심어준 신뢰다. 그래서 그가 '이기겠다' 했을 때, 그것이 도무지 헛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2)흔히 문재인 키즈로 불리는, 이른바 문재인의 영입 인사들이 대중에게 강렬하게 어필하는 것은 기성 프로 정치인들에 대한 확고한 염증 때문이다. 기성 정치 때가 묻지 않은,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그들의 언어,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는 대중들에게 산뜻하고 강렬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모든 영입인사들과 손혜원은 또 다르다. 다른 분들은 이제 정치를 계속할 예정이지만, 손혜원은 '이번 딱 한번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딱 한번만 하기로 작심한 손혜원은 현존 정치판 모든 사람들과는 관점이 다르고 지향이 다르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실현일 텐데, 손혜원에게는 정치인으로써 입신, 출세, 그리고 물론 자기 실현을 할 뜻이 없다. 나 개인적 관점에서 볼 때, 그는 또 그래야 할 것 같다. 그가 일생을 바쳐 일해온 그곳이 그에게 자기 실현의 마당이 되는 게, 그 개인이나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을 위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번 딱 한번뿐'이라는 금긋기가 나온 것이고, 그러기에 그의 언어에는 정치적 좌고우빙이 없다. 현실 정치인 가운데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가장 많은 언어를 쏟아낸 사람일 듯한데, 거기에는 정치적 수사가 거의(전혀,라고 썼다고 낱말을 바꿨다) 없다. 그에게는 정치적 계산을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언어는 언제나 담백, 진솔하다. 그의 대중적 흡인력 주요한 근원 가운데 하나는 바로 그 언어다.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 선수의 차이는 전자가 돈벌이인 반면에 후자는 도락이라는 것이다. 아마추어는 즐긴다. 즐기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다. 손혜원은 자신의 일을 즐긴다. 현재 하고 있는 일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자신의 일을 즐긴 흔적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대개의 사람들이 잠든 늦은 시간, 자신의 페친들과 교감하는 장면을 지켜보노라면, 그 자체가 정갈한 감동 대상이다.
한번은 그의 페이스북에 빈 공간 하나가 떠오른 적이 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까 거기 점 하나가 있었다. 그의 페친들은 손혜원이 이 점 하나로 자신들에게 보내려는 메시지가 과연 무엇일까? 갖가지 의견들을 내놓았다. 이 상황에 손혜원 자신이 개입하게 된 것은 아마 20분쯤이 지나서였을 듯한데, 사실은 뭔가를 쓰려고 궁리하다가 무심코 엔터를 누른 거였다. 이 고백을 한 다음, 손혜원의 독백 같은 한 문장 - 여기가 아무래도 차츰 더 이상해지는 것 같다~'
손혜원이 자신의 일을 얼마나 즐기는가 하는 것은 이런 예도 있다. 한창 더더더 도안을 궁리할 때였는데, 손혜원은 자신의 폐친들이 희망하는 것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 올렸다. 그리고 하는 말씀 - 분부하시는 것은 뭐든 합니다~
손혜원이 즐기는 것은 그뿐만도 아니다. 선거 운동 전체가 손혜원에게는 즐거운 놀이였다. 줄곧 즐겼다. 즐기는 게 아니었다면, 손혜원은 혹독한 것일 그 노동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정청래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모두 후보자들 가운데 더더더 율동을 가장 잘한 사람이 손혜원이었다. 그 율동을 할 때 손혜원은 환갑 지난 노인이 아니라 10대 초반 소녀였다. 즐기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다.
페이스북 왕초보인 내가 보기에 대개의 페이스북과 손혜원의 것은 다르다. 가장 다른 것은 진실한 교감이다. 주인과 객이 진심을 주고 받는다. 손혜원이 그 모두에 답글을 다는 것은 아니지만(물리적으로 불가능) 댓글러들이 자신의 댓글을 손혜원이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은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그의 페이스북은 댓글과 답글까지 찾아 읽게 된다. 손혜원의 페이스북은 그럴 만한 사람들에게는 <비밀의 화원>과 같다.
3)잠자리에 들기 전에 숙제를 해치워야지 하는 마음에서, 오늘 낮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산책하는 동안 다가온 여러 생각들을 요약하듯이 아주 조금만, 아주 간명하게 쓰려 하면서 지우기를 되풀이했는데도 길어졌다. 몹시 면구스럽다.
손혜원이 내 눈에 처음으로 확, 띈 것은 안철수 때문이었다. 안철수와, 그래봐야 口尙乳臭인 안철수를 미끼삼아 뭔가 정치적 이득을 구해보려는 무리들이 온갖 분탕질을 다 치던 끝에 지난 해 12월 어느 날, 안철수가 마침내 탈당했을 때, 2번당 주변 분위기는 적막했다. 위기감의 극대화, 그런 거였을 듯하다. 기어코 박살나고야 말 듯했다. 그때 내가 보게 된 손혜원의 페이스북인가, 트윗인가의 글은 이런 거였다.
- 시원섭섭합니다.
조금 섭섭하고 많이 시원합니다.
이 조각 글을 읽고, 나는 상쾌한 충격을 느꼈다. 그토록 위중한 상태에서 이토록 독한 위트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나의 해석대로라면 그것은 분위기의 극적 전환 동기가 되었고, 그 뒤에 영입인사들이 들어오면서 위기는 기회로 전환되었다.
나는 손혜원에 대한 추적을 시작했고, 마침내는 그의 페이스북에 접근하기 위한 도구로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첫번째로 그의 팔로워가 되었다. 괜히 번거로운 족쇄 같아 sns를 피해온 나를 그는 그렇게 변화시켰다.
그 이후, 내내 나의 관심권 안에 있었던 손혜원은 나에게 줄곧 나의 현실에서 드문 기쁨과 감동을 경험하게 했다. 낯가림이 심한 내가 그에게 다가갈 마음을 먹게 된 것은 그 기쁨과 그 감동 때문이었다.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나는 그동안 (매우 당돌하게도) 손혜원의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김종인에 대한 악역을 주문했고, 당권 도전을 권유했다. 그중 몇은 삭제당했다. 어제 나의 글은 그가 삭제할 수 없는 공간에 나의 소견을 적어, 그에게 전해 보고 싶어 쓰게 된 것이었지만, 그에게 실제로 가 닿게 되리라는 상상은 해보기 어려웠다.
같은 글을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함께 올렸다. 블로그는 가족 소통용이니까 페이스북 쪽에 기대를 했다. 페이스북 친구가 열명쯤은 되니까 그들을 통해 누군가에게 전해질 수도 있겠지 하는 은근히 바람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글을 올리고나서 열 두어 시간 이상이 지난 다음, 내가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좋아요, 가 하나뿐이었다. 마이노리티적 생활에 익숙한 사람은 이런 경우에 별로 놀라지 않는다. 응, 그렇게 된 거군. 요행수는 없는 거야. 세상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러면서 그 글을 자삭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 소란이 펼쳐져 있었다. 세상에! 나는 비로소 놀랐다.
손혜원위원장이 내 글 읽어준 거, 감사한다.
그런데 나의 글을 인용하며 그는 말했다.
- 저, 당 안에 의외로 적 많습니다!ㅋ
손혜원이 말하는 적은 내 식으로 해석해보자면, 안철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자타 공인 짜르인 김종인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해보려는 사람 몇에게(김종인은 그들에게 이미 배신당했는데, 배신당한 그 부아풀이를 참 엉뚱하게도 문재인에게 하는 바람에 스탭은 더 꼬여버렸다!) 손혜원은 극혐일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는 인사도 있다. 몹시 바쁠 텐데 이 시골 구석까지 찾아오는 그 소문은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아마 사실일 듯하다.
그들에게 손혜원은 자기네 이너서클의 천기를, 이를테면 정청래 같은 '악종'에게 누설시켜 자신들을 궁지로 몬 세작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극소수다. 그들은 세를 형성할 수 없다. 손혜원 제거에 실패한 그들은 제풀에 이미 脫權 과정에 있다. 사필귀정이다. 그들은 손혜원의 적이 될 수 없다.
손혜원위원장은 '사지' 마포로 나갈 때 심정을 고백한 적이 있으신데, 당권 도전은 그보다 오히려 더 가벼운 것일 수 있다. 더구나 단지 컨벤션효과의 극대화, 그런 정도 쪽으로 당 차원의 전략적 발상을 한다면 더 '즐거운 것'이 될 수도 있다. 밑간다 해도 남는 장사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절대적으로 관심하는 것은 조폭이나 다름없는 1번당의 행패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명색 인간으로서 그들의 행패에 조목조목 당하고 있다는 것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억울해 죽겠기에, 그들의 세월을 어떻게든 끝내놓고 싶다. 그런데 가능 유일한 대안인 더불어민주당이 또 다시 싸움박질이나 하는 과거로 돌아 갈 때, 그것은 곧 기댈 언덕의 상실을 뜻한다. 또는 닭 쫓던 개 신세, 이건 비단 나만의 관심이 아니다. 힘없는 국민 그 어느 누구인들, 영원한 1번당의 그 행패를 달가워 하랴. 김홍걸이, 아흔줄 자기 노모 생전에 정권 교체되는 것 보여드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 그게 지내들리지 않았다. 거짓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어진 백성들을 야비하게 유린하고 있는 1번당의 세월, 정말 끝내야 한다. 문재인이 되풀이하여 외쳤다.
- 이번에도 꼭 정권 교체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정권 빼앗기지 않겠습니다.
여러번 들었는데도 그때마다 가슴이 푸들푸들 떨렸다.
그의 외침이 그만큼 절박하게 들렸다.
4)미래는 불확실하다고 하지만, 확실한 미래도 있다. 다음 전당대회에서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어떤 인사가 대표로 뽑힌다 할지라도 그 다음에는 필연적으로 드잡이 싸움판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과장 같다면, 구체적 인물들을 대입하여 과학적으로 시뮬레이션해 보시라. 특히 소문대로 정청래가 등판할 경우, 선거 판부터 그대로 격투기장이 될 수밖에 없겠고, 그것은 경쟁 정당이 가장 바라고 있는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사실은 정청래만은 아니다. 지금 물망에 오르고 있는 하나하나를 2번당의 역학 구조에 대입해 보시라. 진흙탕에서 드잡이를 벌이는 개떼들의 악다구니 소리를 들리지 않는가. 이것이 뼈를 깎는 반성만 줄기차게 되풀이해온 2번당의 부정할 수 없는 매우 복합적인 갈등 구조다.
이런 장면들을 한 번 두루 상상해보시라. 이건 어느 개인, 어느 진영, 어느 계파의 문제가결코 아니다. 어느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된다 할지라도 이 상태에서는 이길 수 없다. 당장 내년 4월 보선부터 걱정해야 한다. 죽어라 싸우다가 4월 보선을 물 말아먹은 다음, 제아무리 뼈를 깎아댄다 해도 12월 대선은 불가능하다.
만일 나의 이 글을 더불어민주당의 명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읽게 된다면, 매우 정직하게 자문해 보시라. 과거에 이미 익히 경험했던, 평균 반년마다 한번씩 대표를 갈아댔던 그 역사를 또 되풀이하시겠는가. 그래서 대를 물려가며 1번당의 밥 노릇이나 하시겠는가. 당신들도 좀 염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당신들은 바보가 아니지 않는가. 뼈를 깎는 반성을 줄기차게 되풀이해온 당신들. 이제 깎을 것도 없게 된 그 뼈를 좀 보호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해야 할 것인가? 확실하게 예견되는 그 난장판을 피하여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수 있는 가능 대안이 무엇일 수 있을까, 궁리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더불어민주당의 당신들!
부디 삼가 고민해 보시라.
1번당 만은 아니다.
이제는 3번당이 더 문제다.
3번당은 더구나 날조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왕 버린 몸.
무슨 짓이든 할 인간 집단이 바로 3번당이다.
다른 당에 있었다면 단지 명분을 위해서나마 도태될 수밖에 없었을 인사들인 그들은 현재 정치 집단에서 가장 때묻었다. 조금 더 분명하게 정의한다면 권모의 타짜들만 모여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할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상황은 그만큼 더 엄혹해졌다.
구체적 실천 대안에 대한 궁리가 긴요하다. 발상의 혁명적 전환없이, 당신들은 당신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답을 얻을 수 없다. 당신들에게 바치는 나의 제안은 간명하다.
- 여왕벌을 만들어라.
손혜원은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모든 기존 질서, 모든 기성 관념의 파괴를 전제하는 나의 이 제안은 한 마이노리티의 엉뚱한 발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길바닥에 나딩굴고 있는 개똥도 약이 될 수 있는 법. 그냥 재미삼아 한번 생각이나마 해보시라! 그냥 재미로 말이다. 손혜원은 그 존재 자체로 재미가 스멀스멀 샘솟는 매우 특별한 캐릭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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