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손혜원이라는 사람, 아세요?|작성자 campesinos
적어도 나의 관점에서 보자면 노예선의 선장은 될 수 있어도 민주정당의 구성원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사람이 김종인이다. 인간적 품격으로 보자면 그는 최하, 최악이다. 정청래의 막말이니 하지만 김종인에 견준다면 정청래의 막말은 막말 급에도 들 수 없다. 더구나 정청래야 나름대로는 정의를 위한 발언이지만, 김종인은 오로지 자신의 정제되지 않은 부아풀이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김종인은 어쨌거나 제1당의 대표, 시대의 강자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참 지저분한 비극적 면모 가운데 하나다.
바로 그, 자타공인 절대권자 김종인를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유일한 당직자가 손혜원이다. 김종인이 정청래를 자르자, 정청래를 자른 김종인을 맹렬하게 비판하며 정청래에게 무소속 출마를 강권하는 '해당행위'를 공식적으로 감행한다. 선거 뒤에 김종인이 자화자찬에 빠지자, 손혜원은 선거 전날까지만 해도 100석을 미치지 못할 거라고 죽는 소리를 하더니, 마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기고만장한다고 비판한다. 선거의 공과에 대한 논란에서도 손혜원은 선거 기간 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명확하죠?'라고 말하여 김종인의 염치없는 착각을 '명확하게' 지적한다.
그 지점쯤에서도 손혜원은 더 나아간다. 김종인이 정청래와 이해찬을 자르는 그 시점쯤부터 판단력이 흐려져서 자기만 옳고 남은 모두 그르다 한다며 명시적 언어로 되풀이하여 비판한다. 결정적 비판은 '노인은 안 변한다'는 의학적 진단이다. 그래서 김종인은 결국 '변화의 능력을 상실한 노인'으로 전락한다.
손혜원은 공격만 하는 게 아니다. 김종인을 형편없는 노인으로 후려친 그다음 날, '오늘 김대표님은 정말 어른스러웠다'고 다독였다. 사실 그날 김종인은 모처럼만에 '어른'스럽기도 했다. 손혜원에게 호되게 당한 체벌 효과 같았다.(그러고 보면 김종인에게 성찰의 능력은 있는 것 같다. 다행이다.)
손혜원의 직언, 직설은 비단 이것만은 아니다. 지난 해12월, 온갖 분탕질 끝에 안철수가 마침내 탈당을 감행했을 때, 손혜원은 '조금 섭섭하고 많이 시원하다'고 탁, 말해버려, 안철수의 거사를 극적으로 희화화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손혜원밖에 없다. 손혜원은 또 종편에 나가서 종편의 '종편'스러움을 나무라서 방송 진행자로 하여금 몹시 난감하게 한다. 종편인 JTBC 인터뷰에서 김종인을 비판할 때, 손혜원은 그 이유를 '종편만 보기 때문'에 '노인'의 시야가 막혀 있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한다. JTBC는 그것을 edit out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 그것으로서 결국은 손석희의 활약으로 종편의 '반열'에서 이미 벗어나고 있던 JTBC의 성가는 한 단계 더 높아지면서 종편에 대한 손혜원의 단죄는 공식화된다.
손혜원은 시대의 병적 유행어가 된 '친노'에 대해서도 산뜻하게 정의한다. 결론은 '친노를 폄하하는 인간들은 친노에 대한 가해자들이다'이다. 그러면서 손혜원은 그들을 지켜보자고 지지자들을 격려하며, 친노가 낙인이 아니라 훈장이 되도록 싸울 것이며, 차근차근 준비하여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천명한다. 이 천명은 조금 뒤에 자삭한다. 아마 자기 검열에서 걸러내게 된 듯하다. 그의 페이스북에 더러 그런 경우가 있는데, 그러나 그 천명이 지워지기는 했지만, 손혜원은 이미 여러 차례, 여러 방법으로 같은 의지를 표명했고, 실천했다.
지난 몇달 동안에도 사실은 그렇게 되어 오기는 했지만, 적어도 앞으로 몇해동안 한국 정치판은 손혜원에 의해 그 방향과 품질이 결정될 듯한데, 대중의 심리적 동향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정통하고, 대중의 아픔에 대한 동감 능력이 탁월한 손혜원은 판단이 빠르고 실천은 단호하고 민첩하며, 유연하고 당당하다. 거침이 없이 당당한 그것은 누구든 어떤 잣대를 들이밀어도 꿀릴 것도, 거칠 것도 없는 생애를 살아왔다는 자신감 때문일 듯하다. 그런데도 손혜원의 적은 많지 않다. 남 티 잡기에 아무리 능숙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손혜원에게서 티를 잡아내는 것은 쉽지 않는 생애를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떨까?
그야말로 문외한의 의견인데, 2번당의 차기 대표 후보 가운데 하나로 손혜원을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으려니와 필요한 게 아닐까? 그 이유는 간명하다. 지금 물망에 오르고 있는 모든 인사들 가운데 극렬 반대자가 없는 이는 없다. 그것은 곧 그들 가운데 누가 대표가 된다 할지라도 통합의 역할을 할 수 없고, 그것은 곧 '허구한 날' 싸움질이나 하는 옛날 그 모습의 정확한 재현을 뜻한다. 그런데 손혜원은 극렬 반대자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지만 손혜원은 정다운 고모나 이모, 누이 같은 존재다.
선거 전략적인 면에서도 손혜원은 어드벤티지가 있다. 지금 2번당은 좀 무리를 해보기로 하자면 문 지지자와 김 지지자로 나눠져 있는 듯한데, 손혜원은 양쪽 모두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듯하다. 만일 그가 승리할 경우, 대선 승리를 위한 2번당의 과제가 된 김종인과 문재인의 공존에도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설령 그가 승리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의 도전은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거야 말로 내밀어볼 만한 카드가 아닌가.
휴일 아침 나절.
심심해서,
이런 생각들을 해보았다.
여러 면모에서 독특한 인간상 자체만으로도 흥미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
내 생각은 거의 언제나 minority였으니까.
*호된 정치의 계절을 지나오다 보니 정치에 대한 생각들을 자꾸 적게 되네~
이제 그만해야지. 이제 그만하고 둔산리 들판 이야기나 해야지~
그렇게 되어야 하지~
[출http://blog.naver.com/merniya/220702490343처] 손혜원이라는 사람, 아세요?|작성자 campesin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