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가족 같이 키운 우리 애가 아픕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평소 이성적이다, 냉정하다, 소리 듣던 분들도 반려 동물이 아프면 제 정신을 잃으십니다.
이성을 잃고 무조건 동물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하게 됩니다.
이 때 , 견주님들, 집사님들. 정신 차리십시오.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그게 우리 애들를 위한 일이 아닙니다.
1. 무조건 녹음한다
아픈 애를 부여안고 쓰레빠 바람으로 동물 병원으로 달려 갔습니다. 한 시간, 혹은 삼 십 분, 평이 좋다는 동물병원일수록 한참을 기다려야 순번이 돼 진료실에 들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기다리고 기다린 수의사 샘을 마주했으니 황송하시고 긴장되시겠죠? 긴장은 긴장이고 일단 녹음을 하십시오.
2. 진료실에는 2인 이상 들어간다
쓰레빠 바람으로 가시더라도 혼자 가지 마세요. 한 사람은 녹음을 하시고 다른 한 사람은 핸드폰으로 진료 차트를 찍으세요. 믿고 사는 사회에 너무 하는 거 같다고요? 절대 아닙니다. 일단 두 분 이상 들어가십시오. 만일 혼자 진료실에 들어가시게 된다면 성능 좋은 녹음기를 켜 놓으시고 핸드폰으로 모니터에 나타나는 진료 차트를 찍으세요. 나중에 사단이 나면 그 차트 절대 보호자는 알현 못합니다. 소송으로 가서 법원 증거로 채택돼야 겨우 볼 수 있는 귀한 차트입니다. 찍으세요.
3. 병원은 최소 3군데 정도 다닌다
호스피털 쇼핑이 아닙니다. 동물병원은 두 군데 이상 가십시오. 전 처음에는 구강암이라 5천만 원 이상 든다고 한 병원도 있습니다. 두 번째 병원에서 단순 치석이란 얘기 들었고 세 번째 병원에서 당뇨성 잇몸 부종이란 진단을 들었습니다. 제 경우 말고도 일부러 병을 키워 합병증이 나타나자 수술을 권했다, 예방접종을 하러 동물병원에 갔다가 애가 죽어버렸다는 어이 없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4. 병명이 나왔으면 무.조.건. 열공한다.
열공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뇨는 고혈당 3~4일만 가도 합병증 오고 큰일 납니다. 돈 밝히는 병원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의도적으로 고혈당을 유지해서 합병증이 오면 거액의 치료비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소형차 값을 해 먹느냐,중형차 값을 해먹느냐, 농담이 아닙니다. 정말 그 돈이 나옵니다. 아이 병명이 나왔으면 무조건 수의학 서적을 뒤져 열공하시고 주사 명, 약 명 다 외우셔서 진료 때마다 같이 고3 입시 공부 하는 심정으로 임하십시오. 저는 그거 안 했다가 우리 애 합병증 오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5. 입원이나 검사는 가능한 보호자가 입회한다
입회해야 합니다. 분당의 유명한 2차 병원에서는 보호자 출입금지 구역인 검사실에서 "넌 나이 먹고도 엎드려도 못 해?!"이러면서 검사 받는 애 개패듯 팼다가 우연히 그 구역에 들어간 다른 보호자에게 걸려 난리가 났었어요.
입원을 해도 매일 면회를 가셔야 합니다. 매일 보호자가 면회 오는 환견, 환묘는 대우가 다릅니다.
제 경우에는 '매일 면회 오심'이라고 써 놨었습니다. 진상 떠는 거 같다고요? 진상이 아닙니다. 깐깐하게 정중하게 요구하십시오.
6. 처방 약은 되도록 동물약국에서 구입한다
한 두 번 통원 치료하고 끝나는 질병이나 돈이 정말 많은 집은 해당 사항 없습니다. 하지만 그 외 죽을 때까지 치료를 해야 하는 질병이나 병원비가 부담되는 가정은 되.도.록. 처방전을 달라고 하시고 가까운 동물약국에 가서 구입을 하세요.
안약만 해도 2.3배에서 3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만일 당뇨병이라고 하면 거의 10배 정도 싼 가격으로 살 수 있어요.
병원에 따라 A1, B2 처럼 암호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영수증을 잘 살펴보세요. 처방약 이름을 알 수 있습니다. 그거 대로 사시면 됩니다. 나만 흙수저라 우리 애를 동물병원 약으로 치료하는 거 아닙니다. 그게 똑똑한 소비자입니다.
7. 미용을 맡길 때에는 되도록 입회한다.
애 목욕이나 미용 맡기고 두고만 있지 마세요.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정말 많이 반항하고 짖는 애들은 보호자에게 비용 요구하지 않고 마취를 하기도 한답니다. 특히 동물병원에 딸린 미용 코너 이용하실 때 조심하세요. 마취약으로 신장에 무리가 와서 신장병에 걸린 경우도 있어요.
8. 결국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사고가 났어요. 혹은 의료사고가 의심 됩니다. 우리 애는 이미 죽었는데 돈은 돈 대로 썼어요. 개한테 돈 1000, 2000만 원 썼다고 하면 주위에서는 미친* 보듯 봅니다. 누가 개(고양이)한테 미쳐서 그 돈을 쓰느냐? 우린 먹고 죽을래도 그 정도로 쓸 돈이 없다, 이런 식으로 비야냥 거립니다.
내 자식 같은 개는 죽었는데 나는 누구한테도 하소연 할 데가 없습니다. 하늘 아래 나 혼자 고립되는 기분이 듭니다.
사고가 난 동물병원에서는 의료기록조차 주지 않습니다.
법이요? 수의사 법은 수의사를 God으로 만들어 줄 뿐입니다.
수의사 법 대로 하자고 하는 말은 수의사는 법 위에 군림한다는 말입니다.
9. 이 때 그 동안 꼼꼼히 기록해둔 녹취, 녹음, 기록 등이 진가를 (그나마) 발휘합니다.
수의사한테 가서 당당히 따지세요. 실력행사를 하시란 말씀이 아닙니다. 합당하게 왜 그렇게 됐는지 해명을 요구하시란 겁니다.
개가 죽었다, 고양이가 죽었다, 했을 때 비양심적인 동물병원에서 하는 말은 견주, 집사가 잘못해서 그랬다 이럴 겁니다.
그렇게 코가 막히고 기가 막히게 억울할 때 1, 2, 3번을 들이미시란 겁니다.
그래봤자...개가 죽어봤자 개 값 5만 원만 물어주고 입 닦는 게 대한민국 수의사법 현실입니다만..
어쨌든 이렇게라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동물병원을 이용하시는 게 만에 하나, 천에 하나 안 억울하실 겁니다.
정말 양심적으로 진료를 잘 보시는 동물병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특히 2차 동물병원 가실 때는 정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천 만원, 이천 만원이 동네 개 이름도 아니고 만만하게 당하지만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