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출

콧바람 조회수 : 832
작성일 : 2016-04-23 23:39:36

남편이랑 싸우고 가출했어요

유치원생, 돌 안 된 아가, 그 와중에 애들은 재우고 나왔어요

둘째가 옆에 아무도 없으면 가끔 깰 때가 있는데

울면서 엄마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되긴 해요

 

집을 나설 때는 눈물이 많이 났는데

막상 나와서 돌아다니다보니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어요

화나고 억울하고 원망스럽고 미운 마음이 그냥 잘 숨겨지는 듯 해요

 

아이가 둘이나 있어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지만

고백하건데 결혼하지 말 걸 그랬어요

진심으로 후회해요

 

혼자 온전히 외로움과 맞서 살아갈 수 있을 때,

그때 결혼을 고려해 보는 거였는데,

이제야 그랬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긴긴 세월, 남편과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많이 두려워요

 

바람, 폭력, 주사 이런 건 아니지만

그냥 남편은 저랑 많이 안 맞는 사람이에요

우리는 너무 다르고, 또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해요

 

남편의 장점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편이고,

집안일 그럭저럭 도와줘요

단점은 자기 일이나 수입에 대해 저한테 투명하지 않고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저랑 의논하지 않아요

결정적으로 이제 절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뜬금없이 무슨 사랑타령이냐 할 수도 있지만

제가 어리석었었나봐요

저는 살면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어요

 

나와 남편이 서로 사랑하고 아껴준다면

결혼생활에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어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서로 사랑하지 않는 우리는 앞으로 잘 살 수 있을까요?

참고 살다보면, 사랑 비슷한 감정이 생길까요?

 

저는 남편이 자기 고민이나 현재 상황을

저한테 가감없이 알려주고 함께 해주길 바라는데

남편은 제가 아예 모른 척 믿고 맡기길 원하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남편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고 싶은데

남편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우린 이미 많이 멀어져 있어

이젠 그마저도 포기해야 하나 싶어요

 

저는 지금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남편에게 집안일이든, 육아든, 하다못해 위로나 하소연이라도,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받고 싶은데

남편은 그런 부분도 썩 이해해 주지 않아요

 

그 외에도 저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남편의 치명적인 단점이 몇가지 있지만,

 

막상 글로 쓰다보니,

주절주절 자세한 상황을 다 설명하지도 못하겠고

그냥 다 별 거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오늘도 시작은 사소한 거였는데

서로 반응이 격해져 남편이 전에 없던 막말을 했어요

 

남편의 밑바닥을 본 느낌이랄까요

아, 평소에 나를 그렇게 생각했구나...

이제 너는 나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구나...

 

견딜 수가 없어서

무작정 집을 나왔는데

갑자기 한없이 무능력하고 초라하고 볼품없는 제 모습에

결혼 생활 몇 년만에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싶어요

 

삶이 쉽지가 않네요

결혼으로 인한, 엄밀하게는 내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책임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요

 

혹시나 불안해 할 큰애를 위해서라도

아닌 척 하긴 해야 할 텐데

거짓으로라도 남편을 편안한 얼굴로 마주할 자신이 없는 게

당장 가장 큰 걱정이네요

IP : 121.157.xxx.9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친정가서 주무셔요..
    '16.4.24 12:21 AM (223.62.xxx.125)

    시간을 갖고 몸도 마음도 좀 쉬셔요.ㅡ

  • 2. ㅇㅇ
    '16.4.24 12:26 AM (218.51.xxx.164)

    저의 결혼생활은 기대를 줄이고 또 줄이고 그나마 또 줄이고의 연속이었네요. 그러다보면 마음도 그만큼이 되드라구요. 애들 다 키워놓으면 아마 사리가 나올 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51277 만능세제 만들어 사용하시는분들 12 당근 2016/04/24 6,758
551276 연애에 대해 알고싶으신분들은 연애생담 2016/04/24 847
551275 서판교에 대하여 질문좀 받아 주세요. 15 서판교 2016/04/24 3,956
551274 중창할때 소프라노와 알토는 어떤기준으로 나누나요? 5 ... 2016/04/24 963
551273 아이가다섯 사돈처녀들 애정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9 아이 2016/04/24 2,616
551272 옥시 이것들이 사람인가요 15 살인마 2016/04/24 2,480
551271 악세서리 때 벗길때, 폼클렌징 좋네요 .. 2016/04/24 834
551270 남자친구 이런행동..뭘까요? 4 dd 2016/04/24 1,811
551269 이휘재 아들 서준이 65 차별싫어 2016/04/24 34,098
551268 살아보니 아니더라싶은말 있으신가요?? 18 2016/04/24 5,504
551267 오늘 게시판 보고 슬프고, 두려워져요 5 울적한일요일.. 2016/04/24 2,494
551266 산지 2주된 트레이닝복 보풀 - 문의 7 맑은날들 2016/04/24 1,556
551265 사내연애 하고싶어요 2 드덕 2016/04/24 1,813
551264 1년만에 떡 먹으니까 정말 맛있네요... 3 떡수니 2016/04/24 1,626
551263 두유 제조기 추천해주세요 두유 2016/04/24 1,769
551262 눈치없는?사람 같이 일하기 힘드네요.. .. 2016/04/24 979
551261 43평형 아파트 vs 5층복층빌라 어떤게 나은가요? 17 비교부탁해요.. 2016/04/24 7,146
551260 손석희 앵커 브리핑-어버이 연합과 위안부피해 할머니 2 앵커브리핑 2016/04/24 1,317
551259 헤어진 남친에게 짐 돌려주려고 했다가 도로 가져왔어요 10 .. 2016/04/24 4,793
551258 보건교사는 몇급 공무원 인가요? 3 @@ 2016/04/24 5,766
551257 개나 고양이 만성비염 유산균이나 초유로 효과보신분 계신가요? ... 2016/04/24 873
551256 주부가 들을 만한 경제나 재테크 관련 컨텐츠 추천해주세요. 8 알고쓰자 2016/04/24 2,224
551255 런닝맨.. 너무 대놓고 홍보하는 모습 좀 그렇네요 ㅎ 3 dㅇ 2016/04/24 2,530
551254 지갑 없으니 하루 계획이 완전 허물어졌어요 지갑 위엄 2016/04/24 1,014
551253 한과장네 시엄니와 남편 짜증나네요 1 욱씨남정기 2016/04/24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