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사할 돈이 없어(당장 생활비가 없어) 석사가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알아보니 정말 아무것도 없더군요. 이름 좋아 연구원이지 RA나 TA 급인 직종이 대부분이었어요.
석사는 잠시 머무르는 곳이니 그러려니 해요. 박사를 해도 국내 박사로는 대학 어느곳에도 자리잡을 수 없대요. 이미 **대를 나오면 끝났대요. SKY를 나왔어야 하고, 미국에서 학부를 마쳤어야 한 대요. 유럽 박사도 힘들고 미국에서 해야한대요. 당장 국내에서 박사할 돈도 없는데 도박보다 더 확률이 낮은 유학 준비를 해야한다는게 깜깜했어요. 유학다녀와서도 취업을 못한 강사 선배들을 마주하는데 말이에요.
공부 접기로 결심해서 기업 알아보고 있어요. 전 학부 때 경영 경제 복전한 애들보다 이미 뒤쳐졌죠. 고시 준비해서 실패한 친구보다도 뒤쳐졌어요. 그 친구들에 비해 난 내 전공을 정말 잘했고 난 이길로 가야겠다고 다짐했고 다른 길로 가는게 기뻤는데 현실은 대기업 공기업 다니는 친구들에게 밥 얻어먹는게 전부에요. 제 학위는 그냥 쓸모없어졌죠.
전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일까요? 학부 때 후배들에게 공부해라, 대학원 와라 했던게 후회돼요. 내 앞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데 누구에게 감놔라 배놔라 했는지 모르겠어요. 석사는 절대 서강대로 오지 말아라. 공부 할거면 나처럼 되지 말아라. 내가 할수 있는 말은 이거밖에 안남았네요.
안정된 직장을 갖고, 예쁜 자식을 낳고 사는 게 제 꿈인데 그걸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제일 불안하고 무서워요. 공부를 하려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무섭고 당장 제 옆의 동반자를 책임질 수 없다는 것도 힘드네요. 내가 인문사회계열 석사급에서 일을 하면 최대 200을 벌 수 있는데 그나마 1년에 8개월 정도 일할 수 있더라고요, 간혹 1년짜리를 계속 연장할 수도 있지만 아주 소수의 직군이에요. 학예사와 같은 자격이 있거나 통계를 아주 잘하던가.
인문사회학도 여러분, 전공공부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쓸모없는 학문이에요. 내 교양과 지식을 채워주지만 그게 내 목구멍까지 채워주지 않아요. 대학원 가지 마세요. 취업하거나 창업하세요. 혹은 그냥 노세요.
대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공부라서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다면, 혹은 집에 여유가 좀 있다면 계속하세요. 포기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다면 우리가 하는 공부는 참 매력적인 공부에요. 돈 버는데는 쓸모 없어도 세상에는 쓸모있는 공부라는걸 확신해요. 난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했고, 지금도 대학원을 간걸 후회해도 내 논문을 쓴 걸 후회하지는 않아요. 연구하면서 제가 했던 작업이 사회에 쓰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게 즐거웠어요. 다만, 내 공부는 의미 있어도 내가 의미가 없어지는 기분이지만요.
한창 시험기간에 공부 열심히 하는 후배들 보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에요. 전 취업지원팀에 취업 상담 신청을 할거고 행정학과 경영학 전공공부를 하며 공기업을 준비하겠지만 제 후배들은 부디 멋진 학자가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