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인간관계 별 고민이 없네요

... 조회수 : 4,929
작성일 : 2016-04-19 12:35:04

아껴둔 새옷 꺼내입고 외출하는데
거리의 바람은 상쾌하고 봄햇살은 너무 싱그럽고
따사롭고 포근한 느낌이에요

외로움은 서랍속에 깊숙이 접어두고
봄의 생기를 만끽하렵니다
발가락 끝까지 심호흡

슈퍼파월~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몇해 전만 해도 사람들 때문에 가족들 때문에
찔찔 짜고 맨날 힘들어하고 남걱정하고 내걱정하며
사람들에 대한 생각과 고민으로 삼십년 넘게 살아왔는데
이젠 뭔가 그런 잡다한 것들로부터 졸업한 느낌이에요

예전엔
친구야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동생아 니가 나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00씨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면전에 대고 단칼에 반박도 못하는 성격이라
나중에 끙끙 앓으며 사람들의 무심함과 무딤을
원망했던 거 같아요

지금은

나한테 그럴수도 있지
내가 뭐라고

그들이 나를 뭐 왕으로 떠받들어야 되는건 아니잖아

내가 잘해줬다고
그들 또한 나에게 잘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잖아
그들도 사람
언젠가 내 뒤통수 쳐도
웃어주리라
그래 너도 인간이었지
너도 힘들었겠지
나 보기 싫음 보지 마
이유가 없어도 돼
모든게 다 설명될수 있다면
세상에 어려운게 어딨겠여

이런 하해(?)와 같은 맘으로 살아가나 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예전엔
그들도 나에 속한 사람이고
내 일부라고 생각해서
정도 많이 주고 바라는 것도 많았겠죠 끔찍이 생각하고

지금은 철저히 타인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나 봅니다

어떻게 엄마가 나한테 이럴수가...

그렇죠 엄마도 사람이고 여자이고 인간이고 속물이니
특별할게 없죠

너무 무례하고 못되고 싫은 사람은
그 사람과 맞닥뜨리거나
그 사람을 변화시킬 고민을 하지 않고
피해갑니다
적당히 웃어주고
피합니다
같이 회식하게 되면
홀로 스트레스 받고
그 사람 미워하고 욕하느니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물론 사람들에겐 급한 일 생겼다고 문자 하죠

오래 살다 보니
내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겼는지
피할수 없으면 즐기기도 하고
또 그 와중에 도망갈 틈이 생기면
잽싸게 도망가기도 합니다

애초부터 화의 불씨를 만들지 않는 것

예전엔 뻔히 알면서도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볏짚을 등에 지고 불속으로 무작정 뛰어들었지만

세월을 한껏 맞고
둥글둥글해졌네요

나빼고
모든 사람이 타인이고
나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지만

나와 같은 공간과 시간을 함께 할때만은
내 사람입니다
내 의지로 같이 있을 때만큼은
더없이 소중하고 귀중한 존재로 생각하고
마음껏 즐기고 행복해합니다

나는 그를 위해 내 시간을 함께하고
그는 나를 위해 자기 시간을 할애하고

남은 시간들은
내 의지로 함께 한 사람들하고만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네요

물론 등지고 돌아서는 순간부터는
우리는 다시 남남이고 독립된 존재이고
서로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기로 합니다

만났을때 최선을 다하죠

연락이 없다고
연락이 잦다고
탓하지 않습니다

봄바람에 취해서 비틀비틀 걸어가요

노화된 얼굴 자외선 앞에서 숨고 싶지만
오늘만은 고개 바짝 쳐들고
햇살을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얘야
많이 컸구나
이제 그만 살아도 되겠다

내가 나에게
엄마미소 지어주네요





IP : 126.254.xxx.87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6.4.19 12:48 PM (211.114.xxx.77)

    깊이 공감하고 갑니다. 저도 종국에는 원글님 맘처럼 되겟지 하면서요.
    저도 어느정도 그 길로 접어들기는 했어요. 그리고 많이 연습하고 있구요.
    저도 원글님처럼 맘이 완전히 편해지는 날이 오겠죠?
    지금은 편해졌다 힘들었다 반복이거든요.

  • 2. 도 닦는것도
    '16.4.19 12:56 PM (223.62.xxx.50)

    왔다갔다 하는거죠.
    원글님은 사람한테 된통 당하진 않으셨나봐요.
    회사나 단체어서 사이코 만나면 당할 재간이 없답니다.
    그냥 섭섭하다
    어찌 저럴수가 차원과는 달라서

  • 3. 공감
    '16.4.19 12:58 PM (14.50.xxx.164)

    저도 공감해요.. 전 어찌보면 내가 나를 보호하려고 택한 마음같아요.
    근데 참 편안하더라구요.

    원글님도 늘 편안하시길 바래요

  • 4. ㅁㅁ
    '16.4.19 1:09 PM (182.231.xxx.96) - 삭제된댓글

    저도 비슷한 수순을 거쳐가는것 같아요.
    남이라 생각하고 기대를 안하니 마음이 편해지네요.

  • 5. .....
    '16.4.19 1:13 PM (211.255.xxx.225) - 삭제된댓글

    수필 한편 읽은 느낌이에요...성자님 ..내면도 외면도 아름다운 내공의 소유자일 것 같아요..

  • 6. ...
    '16.4.19 1:16 PM (203.255.xxx.49)

    글 참 잘 쓰시네요
    맞아요. 사람한테 너무 많이 기대하지 않되 내가 할수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인간관계도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뭐든 욕심을 좀 덜어내야 하나봅니다.

  • 7. ..
    '16.4.19 1:29 PM (175.211.xxx.141) - 삭제된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 8. 저는
    '16.4.19 1:32 PM (223.62.xxx.81) - 삭제된댓글

    언제나 그런 마음을 갖게 될까요?
    뵙고 차한잔 마셨으면 좋겠구만요^^

  • 9. ,,
    '16.4.19 1:33 PM (180.228.xxx.250)

    뭔가 아름답고도 슬픈글이네요
    깊은 깨달음이 느껴집니다.

  • 10. ...
    '16.4.19 1:33 PM (49.166.xxx.118)

    글쎄요... 뭔가 말은 그럴듯한데
    아주 깊은 뭔가는 없는거 같네요...
    자신이 남에게 주는 상처에 대한 고찰은 없나요?
    그거까지 보고 또 돌아보면 다른 스토리가 있더라구요..
    그렇게하고 나면 진짜 독립된 삶이 되더라구요...

  • 11. ^^
    '16.4.19 1:36 PM (211.196.xxx.60)

    인간관계 해탈하셨군요.
    이정도 반열에 오르기까지 과정이 있었겠지요?
    저는 나이 먹으니 이런 마음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산전수전 공중전 까지 겪어서 그런가.^^

  • 12. ...
    '16.4.19 1:58 PM (211.226.xxx.178)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13. 정말
    '16.4.19 2:10 PM (211.178.xxx.159)

    정말 공감되고 귀한말씀 이십니다

  • 14. 지금
    '16.4.19 2:12 PM (1.235.xxx.52)

    저에게 딱 필요한 말들이네요
    지난 며칠 주위 사람들에게 치여서 힘들었거든요
    정말 마음을 주고 좋다고 여겼던 사람들인데 결국은 내 맘같지가 않더라구요
    님 말대로 내가 뭔데 그들이 그럴수도 있지 해야 하는데
    어쩜 나한테 이러지 하면서 계속 되씹게 되고 ㅠ
    그래서 저같은 경우는 취미생활을 하게 되는거 같아요
    운동, 악기, 그림, 외국어..
    자꾸 남들은 남일뿐 어떻게 내맘이랑 똑같겠어 하면서도 외롭네요

  • 15. 저도..
    '16.4.19 2:21 PM (121.152.xxx.239)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편할거 같아요

    내가 뭐라고..
    내가 뭐 특별한 사람이라고..
    그럴수도 있지 뭐..

  • 16. 저도
    '16.4.19 4:09 PM (182.208.xxx.5)

    언제부턴가 너무 사람관계에있어 편해졌습니다. 세월의 힘인지..이런저런일들은 많이 겪어서인지...다른사람이 나에게 한 행동을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다른사람에게 하는것들을 돌아보는 마음이 생기네요.

  • 17. ...
    '16.4.19 4:32 PM (39.121.xxx.161)

    그럼요 그럴수도 있지요라고 저도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이건 내 마음이고
    그건 지 마음이니 그럴수 있겠지 하면서요
    따뜻한 마음의 손길을 주었지만
    받는이가 나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없으면
    내 따뜻한 마음의 손길을 느끼지 못할테니까요
    따사로운 봄 햇살 같은 님의 글에 공감하면서 평안함이 밀려오네요^^

  • 18. ㅇㅇ
    '16.4.19 6:41 PM (223.33.xxx.126)

    저도 공감해요.

  • 19. 글도 댓글도 다 넘 좋네요
    '16.4.19 7:52 PM (1.234.xxx.187)

    저는 아직 서릅 초중반인데도 ... 면역이 안생겼어요 열심히 노력하고 있긴 한데. 님들처럼 초연해 지고 싶네요~

  • 20. ...
    '16.4.20 1:11 PM (222.239.xxx.231) - 삭제된댓글

    그런 여유로운 마음이 되고 싶네요

  • 21. ...
    '16.4.20 1:11 PM (222.239.xxx.231)

    저도 타인에게 그런 여유로운 마음이 되고 싶네요

  • 22. 참기름홀릭
    '16.7.8 2:48 AM (122.169.xxx.72)

    원글님 글이 너무 이뻐요.... 우연히 검색하다 읽고 답글 올려요... 연륜과 깊이가 느껴지는 글 감사해요.!!

  • 23. 다지나간다
    '19.8.9 10:49 AM (118.221.xxx.47)

    인간관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0754 고양이와 밀당하기 7 ㅇㅇ 2016/08/29 1,788
590753 30대 신혼부부 실종 미스테리 5 그알 2016/08/29 6,067
590752 9월15,16(추석 당일과 다음날) 부산 여행 괜찮을까요? .. 2016/08/29 377
590751 세월호 조문할머니 논란...청와대 승소했네요 9 dd 2016/08/29 1,924
590750 7살 아이 한글, 영어. 11 고민 2016/08/29 2,631
590749 아이들과 유럽 여행. 언제가 가장 좋을까요? 6 .. 2016/08/29 2,069
590748 오늘 좋은 아침 보신 분 계세요? 발암물질 2016/08/29 705
590747 데우는용도로 미니오븐토스터기 어떤가요? 5 깔리바우트 2016/08/29 1,532
590746 우리 아이 살빼도록 칼로리 적은 반찬 좀 알려주세요. ^^ 20 노나나 2016/08/29 3,513
590745 생마늘 좋아하시는 분 계세요?? 5 겨울 2016/08/29 1,077
590744 다들 추석준비 어케들 하세요? 들리리리리 2016/08/29 447
590743 하지정맥류 진료보려면... 6 병원 2016/08/29 1,712
590742 병원에서 검사결과 CD 로 받으면 다른 병원 가서 검사 안 하나.. 6 궁금 2016/08/29 722
590741 선릉역근처 잘하는한의원있나요? 2016/08/29 1,070
590740 멍게젓 맛있게 먹는 팁좀 알려주시길요 3 악사 2016/08/29 625
590739 하늘은 붉은 강가.. 읽으신분 19 ... 2016/08/29 3,086
590738 외출시 항상 썬크림 바르시나요..기미가 자꾸생겨요 11 노화됨 2016/08/29 3,353
590737 전기료..전달에 4만원 나왔는데..16만원 나왔네요. 5 ㄷㄷㄷ 2016/08/29 3,437
590736 아침부터 윤계상 12 차갑게 2016/08/29 5,574
590735 서울에 인테리어 샵이나 멋진 인테리어 볼려면 어딜 가야할까요? 4 .... 2016/08/29 972
590734 급질) 이민 가방 이마트 vs 이태원 4 ㅇㅇ 2016/08/29 2,077
590733 지금이라도 선택할수 있다면. 어떤 삶? 7 2016/08/29 1,324
590732 ★(몰카법이 통과되기 직전이에요! 참여율이 너무 저조합니다 ㅠㅠ.. 6 주목해주세요.. 2016/08/29 1,133
590731 주거용 오피스텔에 욕조 들여놔도 뇔까요? ㄱㄷ 2016/08/29 902
590730 머리감을때 귀에 꼭 물이 들어가요 9 샴푸 2016/08/29 3,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