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중반의 꿈많은 처녀였던 나
크리스마스 무렵이었고 종로2가의 한 허름한 맥주집이었어요.
동갑내기 고등동창 네 처녀들이 송년회를 하고 있었죠.
결혼적령기였던만큼 연애, 결혼, 직장, 미래, 그런 이야기들로 열을 올렸어요.
그 무렵에 이런 이야기를 한 모임이 많았을텐데, 유난히 이날 이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오래 기억에 남아요.
오래 사귄 남친과 깨지고 새로 사귄 남친과 잘될거같은...
모두들 그런 시기였고, 그런 종류의 설렘과 불안이 일렁이는 밤이었어요.
그때, 그 술집에서 흐르던 노래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대체 그게 무슨 노래인지, 도대체 찾을 수가 없는 거예요.
팝송이라서 가사는 물론 모르겠고
머라이어캐리나 휘트니 휴스턴처럼 고음의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여가수였어요.
나는 Love is gone, it's too late 라고 한탄하듯 읊조리는 후렴구만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훗날 그 노래를 다시 듣고싶어서 그날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다고 그러고.
음치임에도 불구하고 여러번, 많은 사람들에게
그 노래의 후렴구를 들려주며, 무슨 노래인지 알겠냐고 묻곤했는데
내 노래실력 때문인지;;;
그런 노래는 존재하지 않는것 같다는 대답을 하도 많이 들어서
결국 저는, 그날 나에게 그렇게 인상깊었던 그 노래가 상상속의 존재였나, 그 노래를 들었던게 꿈이었나
그렇게 포기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오늘, 유튜브를 뒤져서 찾아냈어요.
꿈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 노래는 분명히 존재했던 거예요...
20년전 내가 이남자와 결혼하게 될까, 내 미래는 어떤 것일까 궁금해하던 아가씨는 간곳 없고
내 아이 또래의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하며 하루종일 눈물 찔끔거리는 중년 아줌마만 남았지만
꿈인가 했던 그 노래는 있었네요... 분명히 있었네요... ^^
지난 세월의 한자락을 다시 만난듯 왠지 벅차서...
82쿡 이웃 여러분과도 함께 나누렵니다.
연식이 좀 되신 분들은 이 노래 기억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