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세월호)예은이가 불러주고 진은영시인이 받아적다

슬프고 아파서 조회수 : 1,127
작성일 : 2016-04-16 18:43:18

          그날 이후

아빠 미안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스무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

엄마 미안

밤에 학원 갈 때 핸드폰 충전 안해 놓고 걱정시켜 미안

이번에 배에서 돌아올때  일주일이나 연락 못해서 미안

 

할머니, 지나간 세월의 눈물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해서 미안

할머니랑 함께  부침개를 부치며

나의 삶이 노릇노릇 따뜻하고 부드럽게 익어가는 걸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

 

아빠 엄마 미안

아빠의 지친 머리 위로 비가  눈물처럼 내리게 해서 미안

아빠, 자꾸만 바람이 서글픈 속삭임으로 불게 해서 미안

엄마, 가을의 모든 빛깔이 다 어울리는 엄마에게 검은 셔츠를 계속 입게 해서 미안

엄마, 여기에도 아빠의 넓은 등처럼 나를 업어주는 구름이 있어

여기에도 친구들이 달아준 리본처럼 구름 사이에서 햇빛이 따뜻하게 펄럭이고

여기에도 똑같이 주홍 해가 저물어

엄마 아빠가 기억의 두 기둥 사이게 매달아놓은 해먹이 있어

그 해먹에 누워 또 한숨을 자고 나면

여전히 나는 볼이 통통하고 얌전한 귀 뒤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아이

제일 큰 슬픔의 대가족들 사이에서도 힘을 내는 씩씩한 엄마 아빠의아이

아빠, 여기에는 친구들도 있어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들도 있어

"쌍거풀 없이 고요하게 둥그레지는 눈매가 넌 참 예뻐"

"너는 어쩌면 그리 목소리가 곱니, 어쩌면 생머리가 물위의 별빛처럼 그리 빛나니."

 

아빠!엄마! 벚꽃 지는 벤치에 앉아 내가 친구들과 부르던 노래 기억나?

나는 기타를 잘 치치는 소년과 노래를 잘 부르는 소녀들과 있어

음악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운 털을 가진 고양이들과 있어

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밤길 마중과 내 분홍색 손거울도 함께 있어

거울에 담긴 열일곱살, 맑은  내 얼굴과 함께, 여기 사이좋게 있어

아빠, 내가 애들과 노느라 꿈속에 자주 못 가도 슬퍼하지 마

아빠, 새벽 세 시에 안 자고 일어나 내 사진 자꾸 보지마

아빠, 내가 여기 친구들이 더 좋아져도 삐치지마

 

엄마, 아빠 삐치면  나 대신 꼭 안아줘

하은언니, 엄마 슬퍼하면 나 대신 꼭 안아줘

성은아, 언니 슬퍼하면 네가 좋아하는 레모네이드를 타줘

지은아, 성은이가 슬퍼하면  나 대신 노래 불러줘

아빠, 지은이가 슬퍼하면 나 대신 두둥실 업어줘

이모, 엄마 아빠의 지친 어깨를 꼭 감싸줘

친구들아, 우리 가족의 눈물을 닦아줘

 

나의 쌍둥이 하은언니 고마워

나와함께 손잡고 세상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여기서, 언니는 거기서 엄마 아삐 동생들을 지키자

나는 언니가 행복한 시간만큼 똑같이 행복하고

나는 언니가 사랑받는 시간만큼 똑같이 사랑받게 될 거아

그니까 언니 알지?

 

아빠 아빠

나는 슬픔의 큰 홍수 뒤에 뜨는 무지개 같은 아이

하늘에서 제일 멋진 이름을 가진 아이로 만들어줘 고마워

엄마 엄마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들 중  가장 맑은 노래

진실을 밝히는 노래를 함께 불러줘 고마워

 

엄마 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나를위해 걷고, 나를 위해 굶고, 나를 위해 외치고 싸우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엄마 아빠로 살려는 두 사람의 아이 예은이야

나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사랑받는 아이, 우리 모두의 예은이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IP : 125.181.xxx.12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4.16 6:46 PM (113.216.xxx.53)

    오늘 김용민씨가 이 시를 읽어주었어요.
    말미에 김용민씨도 울컥한것 같았고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정말 예은이가 말하고 있는것 같아서

  • 2. ㅠㅠ
    '16.4.16 6:49 PM (114.200.xxx.14)

    울고있어요

  • 3. ....
    '16.4.16 9:56 PM (58.233.xxx.123)

    너무 억울해요. 이 아름다운 아이들을 짓밟아 버린 악독한 사람들을 저주합니다. 빗소리랑 같이 울고 있어요.....

  • 4. 어떻게 하면 좋나요..
    '16.4.17 12:08 AM (220.76.xxx.253)

    우리 아이들..선생님..아빠와 아이...그리고 힘들게 하늘나라로 간 우리 아이들을......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50349 `국회 심판` 대신 대화 선회한 朴…˝노동개혁은 흔들림없이 추진.. 3 세우실 2016/04/19 722
550348 꾸찌뽕 시장에 가도 팔까요..?? 혹시 아는분 있으세요..?? 4 ..... 2016/04/19 1,089
550347 정말 너무 가난하니까 인간자체가 27 ㅇㅇ 2016/04/19 15,356
550346 엄마가 태몽 꿔 주실수있나요? 10 2016/04/19 1,281
550345 정치‘문재인 정계 은퇴해야’…50% 넘어 53 정계 은퇴.. 2016/04/19 3,665
550344 이번달에 카드비를 못 냈어요 8 의외 2016/04/19 3,186
550343 꿈해몽 해주심 복받으실겁니다 부탁드립니다 4 꿈해몽 2016/04/19 1,018
550342 생리통이 감기증세로 시작하면 감기약? 진통제? 3 ,. 2016/04/19 1,021
550341 스프레이 썬크림때문에 병원 다녀요 5 썬크림 2016/04/19 2,673
550340 가성비 좋은 유산균 추천좀 해주세요.. 1 방울어뭉 2016/04/19 1,697
550339 조응천 무쫄 숭미니 까지 7 아따찰지다 2016/04/19 1,740
550338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해보신분? 6 궁금이 2016/04/19 2,292
550337 분당 판교에서 아이롱 펌 하는 곳 알려주세요 4 자유 2016/04/19 1,424
550336 문재인이 좋아요 32 나는 2016/04/19 1,775
550335 7년전 봤던 사주를 지금 다시보니 15 신기방기 2016/04/19 10,903
550334 계란찜기 유용할까요? 글구 껍데기에 꼭 구멍을 내야 하는것인지... 6 계란찜기 2016/04/19 4,496
550333 대전에 빚은 떡집 없나요? 7 찹쌀떡 2016/04/19 2,039
550332 시중 식초중에 어떤게 맛있나요? 1 식초 2016/04/19 929
550331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가입승인 관리도 안하면서 자꾸.. 3 ... 2016/04/19 1,204
550330 2억대출 3프로이율 한달에 이자가 얼마인가요? 4 급질 2016/04/19 10,810
550329 전세만기 얼마나 전에 집을 내놓나요? 3 동글 2016/04/19 1,452
550328 요즘 시카고날씨 어떤가요? 2 출장 2016/04/19 1,081
550327 지성은 예전 얼굴이 아니네요 17 ㅇㅇ 2016/04/19 5,760
550326 노래 좋아하는 주부들 모여서 노래할 수 있는 모임 있나요? 1 노래 2016/04/19 569
550325 직장 부적응 남편이에요 6 에효 2016/04/19 4,186